영화 ‘하녀’로 돌아온 칸의 여왕
결혼 후에도 변함없는 연기열정으로 ‘눈길’

[JTN뉴스 현화영 기자] 전도연(37)은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배우다.

스타성과 아름다운 외모를 겸비한 그냥 여배우가 아닌, 세계가 인정한 연기력을 지닌 배우다. 이제는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낯설지 않다.

전도연은 지난 2007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으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딸을 잃고 절규하는 엄마를 리얼하고 진솔하게 연기해 많은 찬사를 받았다.

‘칸의 여왕’이라는 거창한 수식어가 따라 붙고 나서 전도연의 행보에 충무로 관계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월드스타, 한류스타로 나설 수 있는 기회를 한 번에 잡은 그였기에 차기작에 관한 궁금증은 높을 수 밖에 없었던 것.

하지만 이후 3년, 전도연은 전과 다르지 않게 한국 영화를 지키고 있다. “하루 빨리 칸의 영광에서 벗어나고 싶다”며 대작이 아닌 ‘멋진 하루’(감독 이윤기)를 선택하더니 평범한 일상 속으로 돌아온 듯 편안한 연기를 보여줬다.

2010년, 전도연은 새로운 변신으로 관객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창동 감독의 ‘시’와 나란히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하녀’(감독 임상수)를 통해서다.

지난 5월3일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하녀’가 공개되자 많은 사람들이 “전도연의, 전도연에 의한, 전도연을 위한 영화”라며 그의 연기를 극찬하고 나섰다. 영화 속 하녀로 분한 전도연은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며 스크린을 압도한다. 함께 출연한 배우 윤여정이 “쟤, 또 상 타겠다”며 혀를 내둘렀을 정도.

많은 여배우들이 결혼 후 노출과 러브신을 자제하는 데 반해 전도연은 “결혼은 연기와 무관하다”는 철학을 내세우고 있다. 오히려 그의 가족이 든든한 지원군이라고.

올해로 데뷔 17년차인 배우 전도연. 언제나 도전할 준비가 돼있는 그는 ‘충무로의 보석’과도 같은 존재다.

Keyword 1. 여인2

전도연은 하이틴 잡지 뷰티 모델 출신이다. 그가 연기에 처음 입문한 것은 1993년 MBC 청춘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에 출연하면서부터다. 역대 청춘스타들을 대거 배출한 이 드라마에서 그는 주연은 아니었지만, 얼마 전 세상을 떠난 고(故) 최진영과 풋풋한 대학생 커플을 연기하며 대중에 얼굴을 알렸다.

이어 그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KBS 드라마 ‘젊은이의 양지’에 출연했다. 여주인공 하희라의 동생 역할을 맡은 그는 당시 신인배우던 배용준과 연인 호흡을 맞췄다.

국내 굴지의 드라마에 여러 차례 출연했지만 당시 만해도 전도연이 훗날 대한민국을 이끄는 대배우가 될 것이라고는 어느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도 기회가 조용히 찾아왔다.

장윤현 감독의 ‘접속’(1997)에서 전도연은 ‘여인2’라는 역할을 맞아 충무로에 입성했다. 제작비가 많이 든 대작이 아니었을 뿐더러 티켓파워가 보장되지도 않은 전도연을 여주인공으로 내세웠으니 영화의 성공여부를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접속’은 PC통신, 인터넷에 열광하기 시작한 신세대들의 코드를 정확히 읽으며 한국 영화계에 일대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아울러 전도연은 각종 영화제 신인여우상을 휩쓸며 충무로 여배우 대열에 당당히 합류했다.

Keyword 2. 해피엔드

‘접속’에 이어 전도연은 ‘약속’(감독 김유진, 1998), ‘내 마음의 풍금’(감독 이영재, 1999), ‘해피엔드’(감독 정지우, 1999)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탄탄대로를 달린다.

특히 ‘내 마음의 풍금’에서 순수한 20살짜리 시골처녀 ‘홍연’ 역을 실감나게 소화하더니, ‘해피엔드’에서는 과감한 첫 노출연기를 선보여 팬들을 충격에 휩싸이게 했다.

전도연의 노출은 단순히 ‘벗는다’의 의미가 아니었다. 그동안 하이틴스타나 청춘스타로 그를 각인해온 대중에게 이제는 진정한 배우로 봐달라는 외침이기도 했다.

한 해 동안 순박한 처녀에서 젊은 남자와 외도에 빠진 부녀자의 모습까지. 단시간 동안 파격적인 연기변신을 시도하며 전도연은 그해 각종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움켜쥐는 저력을 발휘한다.

이후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도연의 변신은 계속됐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감독 박흥식, 2001), ‘피도 눈물도 없이’(감독 류승완, 2002),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감독 이재용, 2003) 등 매년 1편씩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주목할만한 점은 장르적으로나 캐릭터적으로 비슷한 작품은 전도연에게 선택되지 못했다는 것. 한 마디로 전도연이 출연하는 영화는 개봉할 때마다 숱한 화제를 뿌렸고 충무로 관계자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Keyword 3. 칸의 여왕

2007년, 세계 3대 영화제중 하나로 꼽히는 칸영화제는 전도연을 그해의 뮤즈로 선택했다. 한국 영화계 최초로 일군 쾌거였기에 국내에서의 반향 또한 대단했다.

하지만 전도연은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에 이제는 고개를 내젓는다. 부담스럽다는 뜻도 있겠지만 자신을 어느 한 가지 이미지로 고정시키지 말아 달라는 주문 같았다.

‘하녀’가 공개된 후 그녀의 연기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자, 많은 사람들이 전도연의 두 번째 칸 수상을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이에 전도연은 한 인터뷰에서 “칸에서 상을 두 번 받으면 은퇴해야 되는 것 아니냐. 그 기대치를 어떻게 채우나”며 부담스러운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어찌 됐든 칸영화제와 전도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은 확실해 보인다. 올해에도 칸 레드카펫을 밟게 된 그녀는 지나친 기대는 지양해달라면서도 “이번에는 두 번째니 즐기다 와야겠다”며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수상여부와 관계없이 전도연, 그에게서 범접할 수 없는 당당함이 느껴졌다.

Keyword 4. ‘엄마’ 전도연

전도연은 지난 2007년 6살 연상의 사업가 강시규 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당시 갑작스러운 발표와 비밀 결혼식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지난해 1월에는 예쁜 첫 딸을 순산했다.

‘만인의 연인’, ‘충무로의 연인’으로 불리던 그의 결혼과 출산 소식은 영화팬들에게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한 남자의 아내,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도 ‘은막의 스타 전도연’으로 계속 남아줄지 여부 또한 초미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전도연은 “결혼은 작품 선택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단호히 말한다.

얼마 전 열린 제작보고회에서는 “베드신이나 노출 때문에 좋아하는 작품을 선택하는데 고민이 되기도 했다”고 솔직히 털어놨지만, 이내 “오히려 남편과 가족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격려해줬다”고 말했다. ‘아내이자 가족으로서의 전도연’보다는 ‘영화배우 전도연’을 더 지지해준다는 것.

인터뷰에서 전도연은 “남편이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기 위해 노력한다”면서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배려해주는 것에 깊은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든든한 지원군이 많아서일까. 결혼 후 전도연은 더욱 안정된 연기와 카리스마로 절정의 연기를 펼치고 있다.

‘대한민국 국보급 연기자’ 전도연은 오늘도 진보하고 있다. 지금까지 해온 것보다 앞으로 펼쳐내야 할 연기가 더 많기에 평정심과 겸손함을 잃지 않는 배우이기도 하다. 다음에는 또 어떤 작품, 역할로 관객들을 놀라게 할지 자못 기대가 된다.

현화영 young@j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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