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현철, 설운도, 주현미. ⓒJTN NEWS [사진=유승관 기자]

[JTN뉴스] 우리 민족, 동포의 애환과 함께해온 KBS 장수 가요프로그램 '가요무대'가 25주년, 무려 사반세기를 맞았다.

'가요무대'는 '눈물젖은 두만강', '단장의 미아리 고개' 등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의 힘겨운 인생사를 담은 많은 전통가요들을 소개하고 그 명맥을 유지시켜온 유일한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8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가요무대 사반세기 특집'에는 누구보다 남다른 감회를 가지고 있을 대한민국 대표 트로트 가수들이 총출동해 25주년을 축하했다.

그중 '가요무대'에 가장 많이 출연한 주인공들인 주현미, 현철, 설운도. 총 596회 출연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주현미 외에도 현철, 설운도 모두가 500회를 훌쩍 뛰어넘는 출석률(?)로 '가요무대의 산 증인'임을 자처했다.

이날 녹화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세 사람은 "'가요무대'는 고향과도 같은 프로그램"이라며 입을 모으기도 했다.

- 벌써 '가요무대'가 사반세기를 맞았는데요. 최다 출연자로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 현철: 저희 트로트가수들에게 있어 '가요무대'는 '젖줄' 같은 프로그램입니다. 우리의 김치, 된장 문화라고 해야 할까요. 대중이 따라 부를 수 있는 트로트, 우리와 희노애락을 함께해온 노래를 소개시켜준 프로가 바로 '가요무대'니까요. 지금 가요계에는 외국의 문화도 많이 들어와 있지만 우리 전통을 가진, 우리의 노래는 트로트입니다. 장윤정 씨를 필두로 한 요즘 젊은 세대들도 템포는 다소 빨라졌지만 우리 트로트를 지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을 볼 때면 마음이 뿌듯해집니다.

주현미: 제가 올해로 데뷔 25주년인데요. 바로 그 데뷔하던 해에 '가요무대'가 생겼습니다. 당시는 너무나 풋풋한 신인이었기 때문에 감히 대선배님들과 한 무대에 선다는 건 상상하기 조차 힘들었거든요. 그런 꿈을 이루게 해준 프로그램이 바로 '가요무대'죠.

- 이제는 세 분이 트로트계에서 대선배님이라 불리고 계신데요.

▲ 설운도: 오늘도 '가요무대 25주년 특집인데 다른 선배님들은 어디 와 계시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아,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고, 이젠 우리가 그 자리에 서 있구나'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순간 가슴이 짠 해지더라고요. 수많은 후배들을 잘 이끌 수 있을까 부담스럽기도 하죠. 요즘 젊은 가수들은 노래는 하지만 철학이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모질고 고된 역사를 겪어오신 어르신들은 노래를 통해 정말 남다른 감동을 느끼시거든요. 젊은이들은 그런 걸 이해 못할 때가 많아 안타깝습니다.

- 세월이 흐를수록 변해가는 가요계를 보시면서 느끼는 점도 많으시겠어요.

▲ 현철: 현인, 김정구 선생님에서부터 이미자, 패티김 선생님, 그리고 주현미 설운도 태진아 설운도 등 이어 내려오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그래도 가장 가슴에 와닿는 노래들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대한민국 역사에 남을 만한 가수들도 상당수 있잖아요.

주현미: 오늘 '가요무대' 녹화하러 와 보니 '한국인이 좋아하는 전통가요 1위'를 듣고 시대가 참 변했구나 느꼈어요. 심수봉 선배님의 '그때 그 사람'인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1위는 '눈물젖은 두만강'이었거든요. 우리 전통가요는 된장, 김치처럼 옛 것이고 흔해서 하찮게 생각하지만 결코 사라져서는 안 될 소중한 노래란 생각을 했어요.

- 트로트가수로서 '가요무대'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나요.

▲ 설운도: 저 역시 '가요무대'를 통해 실력을 인정 받았다고 생각해요. 가수로서 실력을 갈고 닦을 수 있는 장이 되기도 하죠. 지금도 출연 섭외가 들어오면 선배님들 노래를 불러야 하기 때문에 그때부터 공부하느라고 머리를 꽁꽁 싸매야 합니다. 장윤정 씨도 저에게 와서 무척 스트레스라고 말하고는 하죠.(웃음) 저 또한 그렇습니다.

- 멀리 해외에서 '가요무대'를 기다리고 지켜보는 동포들도 많잖아요. 기억에 남는 해외공연이 있으시다면.

▲ 주현미: 사할린 공연도 있었고 많은 공연을 나가봤지만, 아무래도 1987년 리비아 사하라사막 대수로 공사 현장을 갔던 기억이 가장 많이 나요. 모래 바람 속에서 열심히 기적을 일궈내시는 노동자 분들을 보고 모두 함께 눈물을 흘렸었죠. 당시 관객들이 현철 선배님의 '앉으나 서나 당신생각'을 따라 부르더라고요. 무척 감동이었어요.

△'가요무대' 김동건 아나운서. ⓒJTN NEWS [사진=유승관 기자]

▲ 주현미: 오랜 시간 '가요무대'와 함께 하셨고 연륜도 있으시니까 우리나라 가요사 발자취에 대해서도 전문가처럼 알고 계세요. 처음에는 진행을 거절하셨었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PD가 '가요무대' 한 회만 진행을 맡아 달라고 사정한 게 벌써 18년이나 되셨다네요. 어르신 관객 중에는 김동건 씨 얼굴 한 번 보려고 멀리서 찾아오시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설운도: 김동건 아나운서 같은 스타급 진행자들은 다른 사람을 흡입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무대에서 큰 도움을 받았었죠.

- 많은 분들이 '가요무대'를 보면 부모님 생각이 난다고 하세요. '가요무대'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 주현미: '가요무대'는 고향이다? 무대에 설 때마다 친정에 온 느낌, 그리고 존재감을 느끼게 돼요.

설운도: 고국에 계신 분들은 상대적으로 체감을 덜 느끼실지 모르겠지만 해외 동포 여러분들은 이 프로를 보며 진한 감동을 느끼세요. 김동건 씨가 항상 첫 멘트로 "해외에 계신 동포 여러분~"하는 이유 또한 그런 거겠죠. '가요무대'는 '고향', 고향에 있는 부모형제와 하나로 묶어 주는 소중한 프로그램입니다.

현화영 young@j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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