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센스 20주년' 원조 3인방 (왼쪽부터) 민경옥, 우상민, 황수경. ⓒJTN NEWS [사진=허정민 기자]

[JTN뉴스 현화영 기자] "떨리는 마음으로 무대에 오른 지 벌써 20년. 이젠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어요."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조그마한 연습실에 중년의 부인들이 모여 수다를 떨고 있다. 서로 옷깃을 여며 주고 먹을 것도 챙겨주는 모습이 '하루 이틀 함께한 사이가 아닌가 보다'란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이들은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넌센스' 공연에 출연하는 초연 멤버들로, 배우 우상민('메리 레지나' 원장수녀 역), 민경옥('허버트' 수녀 역), 황수경('엠네지아' 수녀 역) 씨다.

'넌센스'는 뮤지컬이란 장르가 아직 생소했던 1990년대 초, 인기 브로드웨이 작품을 번안해 오랫동안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은 뮤지컬계의 스테디셀러다. 수녀원을 배경으로 다섯 수녀님들의 이야기를 우리 시각에 맞게 유쾌하게 풀어내며 공연계에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20년 동안 박정자 윤석화 하희라 신애라 양희경 전수경 이태원 등 많은 여배우들이 거쳐 간 '스타여배우의 산실'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20년간 8천638회, 500만명 관객 동원이라는 국내 뮤지컬 사상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세운 작품이기도 하다.

우상민 민경옥 황수경은 '넌센스'의 첫 무대부터 작품과 캐릭터를 하나하나 완성해나간 주인공들로, 이번 20주년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29일 공연준비에 한창인 그들과 나눈 일문일답.

- 1991년 2월8일 초연 이후 2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모두 함께는 아니지만 '넌센스'와의 인연은 계속됐다고 들었다.

▲ 우상민: '넌센스'는 최단기간 동안 많은 관객을 유치한 공연으로 유명하다. 초연무대 이후에도 '넌센스 2' '넌센스 잼버리' '넌센스 크래커' 등 시리즈 별로 무대를 왔다 갔다 하면서 지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해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 뮤지컬 '두 번째 태양' 등 다른 작품 활동도 계속했다.

민경옥: '넌센스'는 기회가 될 때마다 출연했다. 지난해는 뮤지컬 '영웅' 연장, 앵콜공연으로 조금 바쁘게 지냈다.

황수경: '넌센스'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넌센스'를 하다가 브로드웨이 유학을 갔고, 돌아와서도 '넌센스'에 출연했다. 현재 아이들을 위한 영어뮤지컬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 '넌센스'하면 많은 스타 여배우들이 거쳐 간 작품으로 유명하다.

▲ 민경옥: 아마 200명에 가까운 여배우들이 '넌센스'를 거쳐 간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와 함께했던 초연 멤버들로는 김지숙, 양금석 씨도 있다.

- 지난 20년 동안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 우상민: 당시 우리가 추구해온 느낌에서 더 좋아진 부분도 있고, 세기가 바뀌면서 시대적으로 달라진 부분도 있다. 이번 무대에서는 '넌센스'가 원래 가지고 있는 좋은 메시지들과 사람 사는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보여드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된다.

황수경: 지난 2007년 15주년 공연에 참여했었는데 후배들이 변형해온 이야기들을 처음에는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센세이셔널한 부분이 첨가됐다고나 할까. 예를 들어, 왈가닥 '로버트 앤' 수녀가 심심할 때 베일로 장난을 치는 장면이 있는데 베일을 확 뒤집으면 민망하게도 하얀 민머리가 된다. 이때 '골룸 수녀'라는 말이 나오는데 관객들이 폭소를 터트린다. 수녀님들이 주인공이라 이런 파격적인 설정들이 관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정말 세대가 변했구나 느꼈다.

- 2주 정도 연습을 진행했다고 들었다.

▲ 민경옥: 기존에 해왔던 것들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20주년 공연 섭외가 들어왔을 땐 예전의 정열이 내게 남아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 그때만큼 힘이 넘치지는 않지만 나도 몰랐던, 내재돼있던 힘이 솟구쳐 나옴을 느낀다. 요즘은 탭댄스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

우상민: 내 경우 예전보다 원장수녀 역에 더욱 접근한 것 같아 다행이다. 그만큼 나이를 먹었으니까.(웃음) 20년 전, 내가 30대일 때는 원장수녀를 연기하기에 조금 억지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이제는 연륜과 연기력을 접목할 수 있어 좋다. 연습실만 나오면 행복하다.

황수경: 워낙 오랫동안 '넌센스'에 참여했기 때문에 안무나 동선은 이미 파악해놓은 지 오래다. 자다가도 툭 치면 연기가 나올 정도다.(웃음)

- 초연 당시를 생각하면 감회가 남다를 듯.

▲ 민경옥: 처음에는 준비도 미흡했고, 외국 극본을 직역하다보니 외국인들이 웃을 수 있는 코드들이 우리와는 맞지 않아 고민을 많이 했었다. 무작정 무대에 오르고 객석으로 나가 관객들과 호흡하려고 애썼다. 온몸을 떨면서 공연을 했던 기억이 난다. 막상 무대에 올리고 나니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더라. 그러면서 하나씩 완성해나갔다.

▲ 우상민: 우리가 '넌센스' 무대에 섰던 20년 전은 아마 뮤지컬이 토착화되는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뮤지컬을 사랑하고 지켜온 입장에서 지금 뮤지컬계의 성장을 지켜볼 때마다 행복하다. 다만 좀 더 좋은 작품들이 관객들에게 깊이 다가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황수경: 유학 시절 우리나라 뮤지컬 배우들의 역량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이제는 우리 전통극이나 창작 뮤지컬 개발에도 지원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 '넌센스'만의 경쟁력, 자랑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황수경: 보통 일반인들은 수녀원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잘 모른다. '넌센스'를 보며 수녀님들도 우리와 똑같은 일들을 겪으며 살아간다는 것에 놀라면서도 즐거워하시는 것 같다.

우상민: 그냥 사람 사는 이야기. 종교를 초월해서 스님들도 단체로 오신다.(웃음)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게 '넌센스'의 매력이다.

민경옥: 5명의 수녀들이 펼치는 왁자지껄 수다와 흥겨운 멜로디의 향연, 유머와 감동이 '넌센스'에는 모두 담겨 있다.

20년 만에 돌아온 원조 3인방들의 유쾌한 무대, 뮤지컬 '넌센스'는 오는 4월22일부터 6월19일까지 서울 종로구 혜화동 더 굿 씨어터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현화영 blackmania83@hanmail.net / young@j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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