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통해 화합과 소통의 메시지 전해…영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

지난해 각종 CF와 영화음악을 통해 이름을 알린 인디밴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가 영화의 주인공이 됐다.

다름 아닌 자신들의 이야기와 음악을 담은 다큐 영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를 통해서다.

현재 중앙대학교 영화과 교수로 재직중인 민환기 감독은 영화를 시작했을 때부터 어린 시절 자신의 꿈이었던 음악을 다큐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말한다.

그런 그의 앞에 나타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는 음악을 떠나 그에게 사람과 사람사이, 진심으로 소통하고 공유하는 삶에 대한 철학을 가르쳐 줬다.

민 감독은 1년여에 거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김민홍, 송은지), 요조(신수진)와의 밀착 취재를 통해 그들의 일상과 고민들을 가감 없이 영상에 담아냈다.

단순한 음악밴드의 이야기가 아닌 멤버들간의 갈등과 음악적인 입장 차이 등을 픽션이 아닌 리얼다큐 형식으로 카메라에 담아 관객들에게 생생한 감동을 전한다.

5일 서울 신촌 필름포럼에서 열린 영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 언론시사회에서 민환기 감독을 만나 영화에 대한 짧은 얘기를 들어봤다.


-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는.

▲ 항상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해왔는데, 어느 날 우연히 내가 좋아하는 밴드인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이하 소규모), 요조와 함께 밥을 먹게 됐다. 처음 만난 세 사람들에게서 너무 다른 개성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다른 세 사람이 어떻게 하나의 음악을 할 수 있나 궁금증이 생겼고 결국 영상에 담아내기에 이르렀다.

- 멤버들에게 다큐멘터리 영화 출연 제의를 했을 때 반응은 어땠나.

▲ 멤버들은 아마 이렇게 내밀한 부분까지 찍을 줄은 몰랐을 것이다. 촬영을 시작한 지 한 두달 지나니 카메라가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않더라. 그 이후부터는 내가 그들의 삶을 바라보는 지점만 남게 됐다.

-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들었다.

▲ 그저 재미있어 해주는 친구들, 뭔가 다른 음악 다큐를 기대했던 친구들, 소규모 음악에 대한 본격적인 소개를 기대했던 친구들 등 많은 유형의 관객들을 만났다. 단순히 소규모 밴드를 소개하기 위해 이 다큐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니다. 이들이 음악을 하기 위해 생기는 여러 가지 감정들, 즐거움이나 힘든 점 등을 영화에 담고 싶었다. 한 마디로 인물들과 그들의 내면 심리를 그려내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

- 감독이 지켜 본 멤버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 1년을 지켜봤다고 해서 그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설령 안다고 해도 영화에 담기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김민홍 송은지 요조 세 사람을 보면서 느꼈던 처음의 감정들과 변화된 모습들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아마 김민홍이 처음이랑 끝날 때 느낌이 가장 달랐던 사람일 것이다. 송은지는 영화 찍으면서 가장 가까웠던 사람이다. 그래서 감독과 얘기를 나눴던 것들이 많이 영화에 담겼다. 요조는 가장 거리감이 있었다.


- 영화에서는 요조가 대중의 인기를 업고 소규모와 사이가 안 좋아진 것처럼 비쳐져 서운해 할 것 같다.

▲ 내가 각각 인물들에게 대해 갖고 있던 생각이나 거리가 같지 않았다. 물리적으로 함께한 시간이 다를 것이고 분명 서운한 점도 존재할 것이다. 그것은 잘못 그려져서가 아니라 어떤 인물은 내면을 보여주고 어떤 인물은 거리를 뒀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들이 100% 본인들의 모습은 분명 아니다. 감독으로서 미안하게 생각하지만 아예 없는 부분을 담지는 않았다.

- 그렇다면 요조와의 관계가 불편한 것은 아닌지.

▲ 사이가 안 좋거나 그렇지는 않다. 그런데 요조가 요새 많이 바쁘다.(웃음)

- 영화를 찍기 전과 후 소규모 밴드의 인지도가 많이 달라졌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좀 생겼나.

▲ 오히려 지금 상황이 더 안 좋아진 것 같다.(웃음) 현재 새 앨범 작업이 중단된 상태다. 내가 소규모에 매력을 느낀 이유이기도 하지만, 그들은 대중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대중을 쫓아가는 사람들은 아니다. 인지도라는 게 어떤 음악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지금은 공연을 많이 쉬고 있는 게 사실이다. 아마 자신들이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할지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

- 구상중인 새 작품이 있나.

▲ 또 다른 다큐멘터리를 천천히 준비하고 있다. ‘88만원 세대’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나 같은 386세대가 바라보는 아쉬움이나 훈계조가 아닌, 그들이 봤을 때 용기를 얻고 공감가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도 어쩌면 그런 맥락에서 만들어진 다큐이기도 하다. 한 달에 50만원 밖에 벌지 못하지만 자신의 꿈을 좇아 음악을 이어가는 친구들이지 않나. 대중의 인기를 안은 요조가 선택한 삶 역시 소규모의 삶과는 다르지만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JTN 현화영 기자 / 사진 이충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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