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스위스서 체포된 로만 폴란스키 감독…32년간의 도피생활 종지부

현대 영화의 거장 로만 폴란스키(Roman Polanski.76) 감독이 32년 전 미성년자와 불법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26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체포됐다.

취리히영화제에서 공로상을 수상하기 위해 스위스를 찾은 폴란스키 감독은 이날 취리히 공항에 도착한 직후 스위스 경찰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스위스가 미국과 체결한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른 것으로, 스위스 법무부는 “그가 미국으로 강제 송환될 지 여부는 앞으로 연방 형사법원의 판결에 따라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취리히영화제 조직위원회도 이날 폴란스키 감독이 체포된 사실을 확인하고 공로상 시상을 무기한 연기했다.

1933년 프랑스의 폴란드계 유태인 가정에서 출생한 폴란스키 감독은 배우로 영화계에 입문한 뒤 1955년 ‘로우어(Rower)’의 연출을 맡으면서 감독으로 데뷔했다.

이후 ‘물속의 칼(Knife In The Water.1962)’, ‘차이나타운(Chinatown.1974)’, ‘테스(Tess.1979)’, ‘나인스 게이트(The Ninth Gate.2000)’, ‘피아니스트(The Pianistㆍ2003)’ 등으로 세계적인 거장 반열에 올랐다.

‘피아니스트’로는 2003년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했지만 도피생활로 인해 시상식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그는 영화감독으로서는 성공했지만 살아온 인생은 불운의 연속이었다.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폴란드로 넘어간 그는 2차 세계대전 기간중 유태인 수용소로 잡혀가 모진 고생 끝에 간신히 탈출했다. 그의 어머니는 아우슈비츠 나치 수용소에서 사망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감독생활중 여배우 샤론 테이트와 가정을 이뤘지만 아내는 임신 8개월째에 로스앤젤레스에서 살해당했다.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를 받는 것은 그가 영화감독으로 전성기를 누리던 1977년 43세 때.

폴란스키 감독은 영화배우 잭 니콜슨의 미국 집에서 당시 13세의 미성년자 모델에게 최면제와 샴페인을 먹인 뒤 성관계를 맺어 성추행과 강간 등 6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듬해인 1978년 로스앤젤레스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그는 곧바로 항소를 제기한 뒤 가석방 상태에서 프랑스로 도피했고 이에 로스앤젤레스 검찰은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 

이후 32년간 폴란스키 감독은 미국이 아닌 프랑스와 폴란드 등지에서 작품 활동을 해오며 자신의 혐의를 풀어줄 것을 미국 측에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로스앤젤레스 검찰은 “폴란스키가 법정에 출두하지 않는 한 면소를 요청할 권리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결국 로스앤젤레스 법원은 검찰의 손을 들어줬고, 1978년에 발부된 체포영장이 효력을 가진 상태에서 폴란스키는 26일 스위스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폴란스키와 성관계를 가졌던 13세 소녀는 현재 평범한 주부로 하와이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JTN 현화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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