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N뉴스 윤보라 기자] 예술의전당이 독일의 대문호 게오르크 뷔히너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연극 '당통의 죽음'을  무대에 올린다.

뷔히너의 '당통의 죽음'은 예술의전당이 지난 2003년 러시아 연출가 유리 부드소프를 초청하여 선보였던 '보이체크'에 이은 두 번째 작품으로, 올해는 루마니아 연출가 가보 톰파와 함께한다.

'당통의 죽음'은 1983년 김창화 연출로 국내 초연되었으며, 1987년 김철리가 이어받았으나 이후 26년 동안 전문 공연장에서 올려지지 않았다. 2013년 그 바통을 예술의전당이 이어간다. 

가보 톰파는 2011년 셰익스피어의 현대 사극 '리차드 3세'로 국내 연극 팬들에게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연출가로 각인된 바 있다. 상징적인 의상과 소품을 활용하여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도, 원작의 시적인 상상력과 풍부한 어휘들로 리차드 3세의 심연까지 들여다보는 듯한 연기를 펼쳐보였다.

가보 톰파가 진행하는 캐스팅 오디션과 인터뷰는 지난 4월부터 진행되었으며, 우리나라 연극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던 오디션은 약 5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남자 12명, 여자 2명으로 총 14명의 배우들이 선발됐다.

막이 오르면 숨 가쁘게 진행되는 혁명의 물결, 그 배경을 거대한 벽화처럼 그려낼 거리극 장면에서 1인多역을 연기하는 광대는 소리꾼 이자람이다. 광대는 군중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시공간을 초월하는 존재로 작품의 배경과 현대를 이어주는 가교이기도 하다.
해설자이며 극중 인물이기도 한 역할로, 이미 브레히트의 '억척가'와 '사천가'에서 검증된 이자람의 연기가 단연 돋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2012년 루마니아 클루즈에서 톰파가 개최하는 Interference 국제연극제에 초청된 이자람의 공연을 보고 영감을 받은 톰파는 그를 최우선으로 낙점했다.

프랑스 대혁명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는 '당통의 죽음'은 단순히 역사극의 차원을 넘어 혁명 이후 핵심 지도자들에게 나타난 심리적 혼란을 세밀하게 그리고 있다. 

“이 세상은 혼돈이야, 無야말로 새로 태어날 세계의 神인 셈이지”라고 중얼거리는 당통의 말처럼 無, 공허에 대한 공허한 이야기다.

혁명이 이루어지고 왕당파와 반혁명분자들에 대한 학살이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혁명 지도부에게 끝없는 권력에 대한 욕망과 동시에 공허함이 찾아온다.

술과 여자로 공허함을 채우려는 당통과 점점 더 피의 맛에 빠져드는 로베스피에르, 심리적 쌍생아인 이들은 박지일과 윤상화가 연기한다.

박지일은 2003년 예술의전당 '보이체크'에서 절제되고 치밀한 내면 연기를 선보였으며, 윤상화는 2012년 김광보가 연출한 '그게 아닌데'에서 조련사 역할을 맡아 빈틈없고 치밀한 연기로 대한민국 연극대상을 수상하였으며, 대학로 연극의 섭외 1순위로 꼽히는 성격파 배우다.  

강렬한 연출로 차기작을 기대하게 만드는 연출가 가보 톰파와 함께 새롭게 해석된 인물들로 탄생할 배우들의 연기가 기대감을 더하는 연극 '당통의 죽음'은 오는 11월2일부터 17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윤보라 기자 borano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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