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N뉴스 윤하나 객원기자] '클로저'는 1997년 런던 초연이래 유럽, 일본, 호주 등 전 세계 50개국 100여 개 도시, 30여 개 언어로 번역되어 지금까지 널리 사랑받는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연극이다.

원작 영화의 줄리아 로버츠, 주드 로, 나탈리 포트먼 같은 쟁쟁한 해외 스타의 이름을 들먹이지 않아도 문근영, 엄기준, 정보석, 박희순, 김지호, 홍은희 등 수 많은 국내 배우들의 열연만으로 이미 많은 국내 팬들에게 익숙하다.

이 작품은 다소 심각하고 어두워 보이는 극 사이사이 마다 젊은 극작가의 재기 발랄한 유머 코드가 잘 녹아 있는데 개봉 한 해에 수상했던 ‘이브닝 스탠다드 올해의 최고 코미디상’ 만 보더라도 이 작품이 조용히 선물하는 유쾌한 장면들이 얼마나 관객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원작으로 한 연극 중에서는 몇 안되는 원작보다 나은 극작품으로 꼽는 것도 이런 이유인데, 영화로는 팔짱을 끼고 담담하게 봤던 비숫한 장면에도 함께보는 관객 때문인지, 가까이 느껴지는 배우의 호흡 때문인지 훨씬 더 많은 부분에서 웃음을 터뜨리게 된다.

사실 중간중간 관객의 집중력을 높여주는 유머 넘치는 장면이 없었다면, 복잡한 캐릭터의 감정변화나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들이 극의 집중력을 흩뜨리기 딱 좋은 작품이기도 하다.

소설가를 꿈 꾸지만 적당한 소설의 소재도 시작을 할만 한 용기도 없는 댄은 신문사에서 죽은 사람에 대한 부고 기사를 쓰며 특별한 일 없는 심심한 인생을 살고 있었다.

우연히 런던 도심 한 복판에서 앨리스를 만나기 전 까지는 말이다.

차가 지나다니는걸 보지도 않고, 택시에 치어 쓰러진 상황에서도 댄을 보고 "안녕 낯선 사람" 이라고 인사를 건네는 자신과는 전혀 다른 앨리스에 통통튀는 매력에 빠진 댄은 스트리퍼 생활을 하던 앨리스와 동거를 시작하고, 그녀의 인생을 소재로 소설가로 데뷔한다.

첫 눈에 반한 운명적인 사랑인 만큼 영원할 것 같았지만, 데뷔 소설의 표지 사진을 찍기위해 사진작가 안나를 만난 댄은 또 한번 안나를 보고 첫 눈에 반하게 된다.

앨리스에게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여성적이고 어른스러운 안나의 모습에 또 다른 매력을 느끼고 안나의 가정까지 흔들어 놓으며 위험한 사랑을 시작하고, 그의 사랑은 본인 뿐 아니라 안나와 앨리스, 안나의 남편인 래리 까지 힘들게 하는데...

'클로저'의 전체적인 느낌을 한 마디로 표현하라면 레드와인 같은 작품이라고 말 하고 싶다.

붉고 향기로운 이 액체의 유혹에 자꾸 입을 가져가면 머리는 어지럽고, 시야는 흐려진다. 옷에 한 방울 이라도 떨어지면 지우기도 쉽지 않지만, 떫고 시큼한 맛 만큼이나 달콤하다.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나거나 만날 생각에 설레이는 예쁘기만 한 어린 사랑과는 달리, 이 작품이 보여주는 사랑은 버림 받는것이 두렵고 상대방이 변하거나 나를 더 사랑해 주지 않으면 어쩔까 하는 상처를 아는 사랑이다.

확실히 갓 짜낸 달기만 한 포도주스 보다는 오랜 시간을 지나보낸 포도주가 어울린다.

상처를 아는 사람만이 공감 할 수 있는 쌉쌀한 사랑. 연극 '클로저'였다.

-날짜:2013.08.31~2013.12.01

-장소:아트원씨어터 1관

-요약:110분 / 만18세이상

-출연:이윤지, 진세연, 한초아,신성록,서범석 등

JTN 윤하나 문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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