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티크 소품들이 즐비한 지하실. 어둠 속에 한 사내가 숨어 있다. 사내의 인상은 그리 험악해 보이지는 않지만 어쩐지 수상한 냄새가 난다. 그 사이 어떤 낌새도 채지 못한 여자가 들어와 덤덤히 물건을 찾는다. 그러나 이 상황 전체를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은 가슴을 졸일 순간이다. 이곳은 '이층의 악당'의 촬영 현장. 오늘은 ‘이층’이 아닌 ‘지하실’에 숨은 악당이다.

현장을 섬세하게 조율하는 지휘자는 손재곤 감독. 노련한 배우들은 단박에 오케이 컷을 받아낸다. '달콤, 살벌한 연인'(2006)으로 로맨틱 코미디의 새 장을 열었던 손재곤 감독은 이번엔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와, 누가 봐도 ‘악당’인 남자와의 새로운 게임을 제안한다. 코미디 스릴러를 표방한 영화지만 현장 분위기는 여유롭다. 요란한 웃음이 터지지는 않지만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

우울증에 걸린 30대 여자 ‘연주’로 등장하는 김혜수는 “배우와 스태프들을 향한 감독의 배려가 남다르다”며 즐거워했다. 특히 감독의 남다른 치밀함 덕분에 이상적인 촬영 현장을 경험하고 있다고. 그녀의 말에 의하면 이곳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돼 있어 배우는 오직 연기에 집중만 하면 되는 현장”이다. 이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손재곤 감독이 슬며시 웃는다.

20억 원 가치의 ‘청화용문다기’를 찾기 위해 연주의 집에 세든 ‘창인’ 역의 한석규는 현장의 무게중심을 담당한다. 그의 고요한 카리스마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독의 마음이 든든해질 듯하다. 코미디와 스릴러, 그리고 한석규와 김혜수라는 절묘한 조합은 11월에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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