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앨범] “물결이 일렁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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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씨네앨범] “물결이 일렁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우리의 삶이 호수라면 그 위로 번지는 파문은 삶의 동력입니다. 봄이 번져 여름이 되듯 물 위에 새겨지는 차랑차랑한 파문들이 번져 강은 흐르는 거겠지요..

**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Spring Summer Fall Winter and Spring, 2003) - 감독 김기덕 **

- 가서 모두 찾아라. 하나라도 죽었으면 넌 평생 동안 그 돌을 마음에 지니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한 동자승이 개구리에 돌을 매달아 장난치며 천진한 미소를 짓습니다. 스님은 평생 그 돌을 마음에 지니고 살아야 할 거라며 나무랍니다. 파문, 아이의 마음에 작은 물결이 일어납니다. 이제 아이는 소년이 되어 암자에 휴양 온 소녀를 욕망합니다. 소녀를 태운 나룻배가 수면을 날카롭게 가릅니다. 파문, 소년의 마음에 커다란 물결이 일렁입니다. 욕망은 집착을 낳는 법이어서 그는 붉게 타오르는 마음을 어쩌지 못합니다.

우리의 삶이 호수라면 그 위로 번지는 파문은 삶의 동력입니다. 봄이 번져 여름이 되듯 물 위에 새겨지는 차랑차랑한 파문들이 번져 강은 흐르는 거겠지요. 방향도 깊이도 알 수 없는 생이지만 어느 순간 번진 파문들은 생의 변곡점을 마련해줍니다. 변곡점을 돌고 돌면 다시 개구리는 울어대겠지요. 아이는 또 봄꽃 같은 웃음을 터뜨리겠지요.

시지푸스는 신을 기만한 죄로 커다란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는 벌을 받았습니다. 바위는 정상 근처에 다다르면 다시 아래로 굴러 떨어지지요. 우리의 죄가 아담과 이브의 태초의 원죄든 시지푸스의 업보든, 삶의 목적은 그 죄를 안고 돌을 굴리며 계속해서 가고 있다는 데 있어요. 그러니 물결이 일렁인다고 너무 조급해 마세요.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요.

김기덕 감독은 이 영화에서 장년이 된 남자로 직접 출연합니다.

권선혜 book@j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