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앨범] 춤출 때는 확실해져요. 당신은 나, 나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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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씨네앨범] 춤출 때는 확실해져요. 당신은 나, 나는 당신

그대가 강이라면 나는 물이에요. 내가 당신을 만난다면 속절없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당신과 강물이 되어 같이 흐를 테지요..

** 탱고 레슨(The Tango Lesson, 1997) - 감독 샐리 포터 **

- 아무 흔적도 없이 사라질까봐 두려워요.
- 그래서 우리가 만난 거예요.

[JTN뉴스 권선혜 기자] 영화감독인 여자는 헌팅을 위해 파리에 들렸다 남자의 탱고 공연을 보게 됩니다. 여자는 남자에게 탱고 레슨을 부탁하고, 그는 첫 수업에서 그녀에게 “물 흐르듯이” 몸이 맡기라고 말합니다. 여자는 연습을 거듭하며 탱고에 대한 영화를 만들 것을 결심합니다. 이제 여자가 남자에게 연기를 가르칩니다. 이들은 어디서고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비 내리는 거리와 기차역, 그리고 마구 교차되는 움직임을 각자의 마음속에 새깁니다.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삶에서 존재는 상실되기 일쑤입니다. 여러 갈래의 꿈들은 언제 깨질지 모르는 신기루일 뿐이죠. 현실과 꿈의 간극은 허공에 흩어지는 스텝처럼 아득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삶은 꿈을 있게 하고, 꿈은 삶을 있게 하는 법이지요. 여자는 춤을 동경했고, 남자의 꿈은 영화배우였습니다. 서로가 꿈이자 그리움인 그들에게 서로는 이미 하나의 리듬이었던 셈이죠.

안도현 시인은 “내가 그대가 되고 그대가 내가 되어 우리가 강물이 되어 흐를 수 없다면 그대와 나 사이에 강이 흐른들 무엇하리”라고 말했지요. 남자는 문득 아무 흔적도 없이 사라질까봐 두렵습니다. 그것이 자신의 존재든 삶이든 꿈이든, 살아가는 일이란 어딘가 조금씩 두렵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그대가 강이라면 나는 물이에요. 내가 당신을 만난다면 속절없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당신과 강물이 되어 같이 흐를 테지요. 격렬한 풍랑을 거쳐 먼 훗날 다 함께 바다에 닿지 못한다면, 그리하여 하나의 물결로 출렁이지 못한다면, 우리가 과연 왜 만났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