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이 어디 있는데?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어.

[JTN뉴스] 산소는 공기 중에 흩어지며 특별하게 노력하지 않아도 우리 곁에 머문다. 어디에나 존재하며 코로 들어가 심장을 건드리고 흔적도 없이 다시 밖으로 빠져나온다. 방향도 없고 모자라서 안 되며 넘쳐서는 더욱 위험하다. 그러니까 그, 지리멸렬한 사랑 말이다.

사랑은 산소 같아서 숨을 쉬게 하고 심장을 뛰게 하고 모든 시간이 정지된 듯 황홀한 고요를 가져다준다. 그리고 그런 순간이 있다는 것을 지각하면서 우리는 조금 고독해진다. 또한 사랑은 산소 같아서 볼 수도 없고 만질 수 없다. 그러니 소통은 더구나 불가하다. 정제되지 않은 외침과 통렬한 고백이 오갈 뿐 응답은 없다. 마치 둘 사이에 벽이 가로막힌 듯 공허한 메아리만 넘실댄다. 그리고 사랑이 지독한 무저갱임을 알아가면서 우리는 많이 고독해진다.

기형도 시인이 “그는 어디로 갔을까, 너희 흘러가버린 기쁨이여”라고 말했던가. 각기 강렬한 끌림을 느껴 사랑을 시작한 두 커플이 있다. 그들은 흐르는 시간을 헤엄쳐 또 다른 끌림에 허우적댄다. 얽히고설킨 네 사람은 혼란에 빠진다. 사랑은 마른 가슴에 저절로 드는 밀물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여과 없이 빠져나가는 썰물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결핍된 자리를 못내 그리워한다. 새로운 기쁨을 찾기 위해 부질없이 미끄러지며 미로를 헤맨다. 그리고 그 반복되는 길 위에서 한없이 중얼거린다.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이원자 분자에 대해서. 산소는 원자와 원자가 결합해 생겨난다. 그리고 우리는 산소 없이 살 수 없다. 그러니까 그, 지리멸렬한 사랑 말이다.

네 남녀의 미묘한 심리 변화를 탁월하게 묘사한 이 영화는 연극 무대에도 여러 번 오른 바 있다.

권선혜 book@j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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