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故 히스 레저.

사기꾼 '토니' 역 맡아 인상깊은 연기...조니 뎁, 주드 로, 콜린 파렐 등 우정출연

** 감독 테리 길리엄/배급 ㈜성원아이컴/122min/12세관람가/12월23일 **

지난 2008년 세상을 떠난 배우 고(故) 히스 레저의 마지막 유작이 공개됐다.

영화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은 그가 생전에 촬영을 다 마치지 못한 작품으로, 그의 친구들인 조니 뎁, 주드 로, 콜린 파렐이 남은 분량을 촬영해 화제가 됐다.

‘12몽키스’, ‘그림동화’ 등 뛰어난 상상력으로 세계적인 테리 길리엄 감독은 촬영 도중 주연배우가 사망하는 힘든 상황에도 ‘4인 1역’이라는 영화사상 최초의 시도를 강행하며 영화를 완성해냈다.


△ 친구 히스 레저를 대신한 조니 뎁(1st '토니' 역).

감독은 영화 자체가 ‘상상’ 그 자체니, 상상극장 안에서는 사람의 얼굴도 자유자재로 바뀔 수 있다는 가정을 극중 삽입해 설득력을 더한다. 히스 레저의 기촬영분을 다른 세 배우의 촬영분과 적절히 배치하기 위해 시나리오 수정 작업에도 고심을 거듭했을 게 분명하다.

이 영화의 탄생 히스토리를 아는 관객들에게는 그의 영화적 상상력이 오롯이 상상 자체로만 다가오지는 않겠지만 기발한 아이디어로 위기를 극복한 감독의 미봉책은 꽤 성공적이라 하겠다.


△ 주드 로(2nd '토니' 역).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은 악마로부터 딸을 구하기 위해 5명의 영혼을 사로잡아야 하는 ‘파르나서스 박사’(크리스토퍼 플러머)가 정체불명의 사나이 ‘토니’(히스 레저外)를 만나 벌어지는 판타지 어드벤처물이다.

마치 샤갈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초현실주의적 영상과 이야기는 판타지 영화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은 물론 일반 관객들에게도 색다른 즐거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판타지 영화의 새 영역을 개척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테리 길리엄 감독의 변이와 변주가 눈길을 끈다.


△ '발렌티나' 역의 릴리 콜(왼쪽)과 콜린 파렐(1st '토니' 역).

히스 레저가 분한 ‘토니 쉐퍼드’는 한 마디로 사기꾼이다. 그의 모습을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면 사기꾼인 그의 모습조차 가슴 절절하게 다가오는 게 사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사후'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연기파 배우만큼 히스 레저는 이번 영화에서도 ‘신들린’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여기에 상상계 속 토니로 분한 조니 뎁은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능글맞은(?) 억양과 몸짓으로 개성을 더했고, 주드 로는 토니의 욕망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표현했다. ‘할리우드 바람둥이’ 이미지가 강한 콜린 파렐은 박사의 딸 ‘발렌티나’(릴리 콜)을 유혹하는 대목을 맡아 진한 키스신을 펼치기도.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기 전, 스크린에는 ‘고 히스 레저의 유작’이라는 문구가 선명히 새겨졌다.

이제 그의 새로운 연기는 볼 수 없게 됐지만 그의 작품들은 전 세계 팬들의 가슴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조커’(다크 나이트), ‘에니스’(브로크백 마운틴), 그리고 ‘토니’의 이름으로.


JTN평점 ●●●●◐

JTN 현화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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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