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N뉴스 정세영 기자] 목표를 잃은 주인공이 겪는 막막함에 조용히 공감하며, 그와 동행하는 작품 '늦더위'를 연출한 서한솔 감독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긴 인터뷰를 공개한다.

5월 22일 개봉을 앞둔 영화 '늦더위'가 서한솔 감독과 함께 한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늦더위'는 목표를 잃은 주인공이 짧은 여행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청춘 로드무비다.

Q. '늦더위' 작업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궁금하다.

= '종착역'은 일종의 미래로 가는 시간 여행, '늦더위'는 '종착역'과 반대로 과거로 가는 시간 여행이라고 생각했다. '늦더위'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 30대 청년이 짧은 여행을 통해 자신이 놓쳤던 것과 잊고 있었던 것들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늦더위'가 기획, 제작된 시기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기였다. 그 영향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때까지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Q. '종착역', '늦더위' 필모그래피에서 단연 두드러지는 테마는 ‘여행’이다.

= 로드무비에서의 여정은 항상 필연적으로 인생의 여정과 닮아 있기 때문에 모든 순간이 의미심장해지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국은 국토가 작아서 마음만 먹으면 하루 만에 어디든 갈 수 있고, 사실상 접경지가 없기 때문에 섬이나 마찬가지인 공간이다. 이런 특수한 공간에서 로드무비를 찍으려면 어떤 정확한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여정의 모습보다는 유랑하듯 여행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었다.

Q. 영화 속에 시계 이미지가 자주 등장한다. 시계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사용한 이유가 궁금하다.

= 인간은 시계를 통해 시간을 인지하지만 실제로 시계는 그저 12시간의 시,분,초만 표시할 뿐이다. 그 시계를 통해 시간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해석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시계는 동주를 조급하게 만드는 물체지만 달리 생각하면 그저 반복되는 일상을 보여주는 물체일 뿐이다.

Q. 우울할 수 있는 내용인데 영화를 보았을 때는 우울한 느낌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약간의 따뜻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 어쩌면 내 또래에 독립영화를 하고 있는 많은 영화인들이 느낄만한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30대 초중반을 넘어가면서 주변 친구들은 모두 이미 n년차 직장인이거나 본인의 커리어를 쌓아가는 중인데, 독립영화는 그 특성상 주변에서 이해 받기 힘든 위치에 있다보니 끊임없이 본인을 의심하게 된다. 그래도 씨앗을 심으면 시간이 지나 식물이 자라나듯 모든 일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지지 않을까 하는 말을 모두에게 건네고 싶었다.

Q. 동주가 중학교 동창을 만나는 장면은 마치 어린 시절을 실제로 공유한 것처럼 자연스러워서 인상 깊었다.

= 기진우 배우를 포함해 동창회 장면에 나오는 5명의 배우들은 실제 동창 사이다. 처음에 영화 기획 단계에서 기진우, 강윤정, 이태진 배우와 만나서 학창 시절 이야기를 들었는데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정말 많았다. 특히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그 에피소드를 말하면서 세 명의 배우가 너무나 즐거워 보인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비슷한 분위기를 보여줄 수 있는 2명의 동창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더니 즉석에서 최재희, 조철민 배우를 섭외했다. 두 배우는 각각 영화에서 밝힌 직종에서 바쁘게 일하는 직장인이었기 때문에 사전에 만나서 리허설이나 대사 연습을 할 수 없었고 모든 대사는 현장에서 조율된 대로 이루어졌다.

Q. 독립영화 중에서도 특히 저예산으로 제작한 것으로 들었다. 제작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 예산 이전에 고려해야 했던 건 촬영 당시(2021년 8월)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던 시기였다는 점이었다. 저예산 독립영화의 특성상 10명 내외의 스태프와 배우가 움직이게 되는데, 이것이 밖에서 봤을 때 공적인 일로 보일지 사적인 모임으로 보일지가 불분명한 부분이 있었다. (심지어 당시는  식당에서 점심 4인 이하, 저녁 2인 이하만 식사가 가능한 시기였다.) 기동성 있는 촬영을 위해 스태프와 배우의 규모를 더욱더 줄여야만 했고, 그에 따라 운용하는 장비의 규모도 줄여야 했다. 이 때문에 원래 저예산이었던 규모가 특히 더 저예산으로 줄어들게 되었다. 하지만 스태프와 배우들 대부분 전작이나 대학원 작품에서 협업하면서 이런 환경에서 촬영하는 것이 익숙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출연진과 스태프 다 함께 마음 편하게 식사하는 자리를 한번도 가지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Q. 앞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지 궁금하다.

= 최근에는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의 영화들도 사람과 사람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관계보다는 자기 자신이나 상황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고 생각해서 이번에는 좀 더 관계에 집중하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외로운 청춘들의 마음을 위로할 서한솔 감독의 특별한 로드무비 '늦더위'는 5월 22일(수) 전국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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