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N뉴스 온라인뉴스팀] 보르헤스, 카뮈, 칼비노, 망구엘, 쿳시, 마텔 등이 추천한 20세기 이탈리아 환상문학의 고전, 디노 부차티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시나리오로 각색하여, “가방을 든 여인”으로 국내 올드팬들에게도 친숙한 이탈리아 출신의 발레리오 추를리니 감독이 연출한 '타타르인의 사막'이 이탈리아 로마에서의 1976년 10월 29일 첫 개봉 후 반세기만에 10월 29일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국내 최초 개봉된다.

이 영화는 인간의 실존적 고뇌와 부조리한 삶을 알레고리적으로 다루고 있다. 보이지 않는 적을 기다리는 동안 삶이 소모되는 과정을 통해, 희망 없는 기다림의 공허함과 무의미함을 그려낸다. 우리 모두는 뭔가를 이루기 위해 많은 희생을 하며 평생을 쫓아다니지만 결국 어느 순간 되돌릴 수 없는 엄청난 시간의 경과를 자각한다. 과연 우리가 이룬 것은 무엇이며, 그걸 이루기 위해 외면했던 많은 삶의 과정들은 정말 그렇게 가치가 없는 것들이었는가?

“더는 이 초막 같은 요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우울한 친구여. 당신처럼 다른 많은 이들이 너무나 오래 희망을 고집해왔다. 시간은 당신들보다 훨씬 빨랐고, 당신들은 다시 시작할 수 없으리.”

[“타타르인의 사막”(문학동네, 2021년) 중]

그리고, 이 영화는 당대 유럽을 대표하는 대배우들로 이루어진 초호화 캐스팅으로도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시네마 천국”에서 주연을 맡았던 프랑스 출신의 명배우, 자크 페렝(중년의 토토 역)과 필립 누아레(알프레드 역), 시네필들에게는 잉마르 베리만 감독의 “제7의 봉인”으로, 보다 대중적으로는 “왕좌의 게임”과 “마이너리티 리포트”로 알려진 20세기와 21세기를 관통하며 롱런했던 스웨덴 출신의 명배우 막스 폰 쉬도브, “격정의 계절”부터 “남과 여”, “순응자”, “세가지 색: 레드”, “아무르”, “남과 여: 여전히 찬란한”에 이르기까지 1950년대 말부터 2020년까지 60년이 넘는 배우 활동으로 국내 팬들과도 세대를 넘어 오랜 세월을 함께한 또 다른 프랑스 출신의 명배우 장루이 트랭티냥, 시네필들에게는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의 “루드비히”로 베이비부머 세대에게는 아카데미 8관왕의 전설의 뮤지컬영화 “캬바레(1973년)”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독일(당시는 서독) 출신의 명배우 헬무트 그림, 그리고 “애정의 쌀(1949년)”과 헐리우드 영화 “전쟁과 평화(1956년)”로 국내 올드팬들 외에게는 널리 알려졌지만 젊은 관객들에게는 아직도 다소 생소한, 그러나 그의 연기를 보면 그가 얼마나 대단한 배우인가를 단숨에 알 수 있는 이탈리아 출신의 명배우 비토리오 가스만, 마지막으로 “스파게티 웨스턴”으로 그 방면에서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또 다른 이탈리아 출신의 명배우 줄리아노 젬마를 비롯한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웨덴, 스페인의 대배우들이 대거 출연하여 카리스마 넘치는 압도적인 심리 연기를 펼친다.

영화 속에 나오는 "바스티아니 요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이란의 고대 오아시스 성채 도시 ‘아르게 밤’인데 2003년에 발생한 대지진으로 대부분 파괴되어 복원 후에도 예전의 온전한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1977년작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공포 영화 “서스페리아”에 촬영감독으로 참여하여 강력한 색채와 표현주의적 기법으로 이 영화의 시각적 스타일을 형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루치아노 토볼리의 시네마토그래피는 사막의 풍광을 웅장하면서도 공허한 분위기로 담아내고 있으며, 황량한 사막과 요새의 미로 같은 풍경은 존재의 부조리함과 허무함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가 촬영한 영상은 고독, 기다림, 그리고 허무함을 연상시키는 몽환적인 사막의 느낌을 담고 있는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과 어우러져 한 편의 장엄한 대서사시를 만들어 내며 원작 소설을 그대로 시각화시키고 있다. 이 영화의 오리지날사운드트랙은 엔니오 모리코네가 가장 아끼는 작품들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 영화의 개봉일인 10월 29일은 나름 의미가 있다. 이 날이 이탈리아 로마에서의 최초 개봉일과 동일한 날이라는 것과 깊어가는 가을에 맞는 '문화가 있는 날'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문화가 있는 날'에 딱 어울리는 독서 같은 영화이고, 최초 공개 반세기만의 국내 최초 개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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