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두 사람을 알죠. 그들은 서로 사랑했죠. 여자는 무척 젊고 예뻤어요. 그는 아내가 보고 싶어 직장도 그만둡니다. 어느 날 그녀는 달아나는 게 소원이라고 말해요. 그는 발목에 방울을 달아 밤중에도 못 달아나게 했지만 소용이 없었지요.

“사랑함에 세심했던 나의 마음이 그렇게도 그대에겐 구속이었소.” 이 영화를 보고 구창모의 ‘희나리’라는 노래가 떠올랐습니다. 한 남자가 텍사스의 사막 한가운데를 가로지릅니다. 비쩍 마른 얼굴에 수염은 오래 깎지 않아 버석거리고 눈만 퀭하게 도드라져 있습니다. 끝간 데 없이 펼쳐진 길 위에는 메마른 먼지만 풀풀 들썩이고, 남자는 황량한 발걸음으로 걷고 또 걷다가 이내 쓰러지고 맙니다. 도대체 이 사내는 왜 혼자 사막을 방황하고 있을까요. 푯대도 없이, 말도 잃은 채.

연락을 받고 찾아온 남동생의 도움으로 남자는 동생 내외의 집에 묵습니다. 그리고 동생을 아빠라 칭하는 자신의 아들과 4년 만에 해후합니다. 아들과 함께 아내를 찾아 나선 남자는 마침내 아내와 재회합니다. 커다란 유리벽이 가로막힌 어두운 핍쇼장. 그곳에서는 오로지 손님만 핍쇼걸을 볼 수 있지요. 손님이 돌아앉은 채 호흡을 겨우 이어가며 뼈아픈 고백을 시작합니다. 활활 타올라 한순간 재가 되어버린 어떤 쓸쓸한 이야기. 요원한 소통 앞에 여자의 눈동자가 문득 흔들립니다.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양희은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라는 노래도 있지요. 과연 사랑을 한 가지로 규정지을 수 있을까요. 사랑에서 파생되는 모든 감정을 교집합으로 모을 수 있을까요. 폭풍처럼 집착이 몰아치는가 싶다가, 가슴 밑바닥까지 권태에 침몰되기도 하는 사랑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요. ‘파리, 텍사스’의 ‘파리’는 텍사스 주에 위치한 작은 도시입니다. 남자는 황량한 사막에서 파리(paris)의 달콤함을 꿈꿨습니다. 그리고 깨닫습니다. 사랑은 도무지 쓸쓸한 일이라는 것. 그러나 사무치는 쓸쓸함을 왜 끝내 놓을 수 없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Tip!   쓸쓸함을 증폭시키는 기타 선율로 이 영화의 OST를 담당한 라이쿠더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1999)에서 빔 벤더스 감독과 다시 조우합니다.

권선혜 book@j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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