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의 러브스토리 유쾌하게 그려내...작지만 울림 있는 영화

**감독 김광식/제작 ㈜JK필름/100min/15세관람가/5월20일/한국**

[JTN뉴스 현화영 기자] 옆집 사는 깡패와 백조의 좌충우돌 러브스토리.

간단한 시놉시스만 보면 그저 뻔한 로맨틱 코미디물일 것만 같았다. 그러나 지난 6일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는 사회적인 메시지와 로맨스가 잘 조화된 ‘웰메이드 무비’로 관객들에게 감동과 웃음을 선사했다.

특히 한국 영화계의 든든한 버팀목인 박중훈의 연기는 눈빛만으로도 웃음을 자아내는 힘을 느끼게 해준다.

박중훈은 무대인사에서 “그동안 너무 누워 지냈다. 이제는 일어서고 싶다”며 우스개 소리를 하기도. 전작인 ‘해운대’처럼 초호화캐스팅이 아닌 자신의 이름에 오롯이 기댄 영화이기에 긴장감 또한 남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박중훈은 ‘원맨쇼’라고 해도 좋을 만큼, 마치 연기가 생활인 듯한 자연스러운 연기로 영화에 큰 공을 세웠다.

시사 후 관객 반응이 나쁘지 않은 것에 한숨 돌리며, 그는 “‘해운대’에서 무기력한 지질학자로 나왔을 때 많은 분들이 실망하셨다. ‘사회의 루저(loser)’ 역할을 해야지만 몸에 잘 맞는 옷을 입은 것 같다며 내 연기를 칭찬해주신다”고도 말했다.

박중훈은 잔뜩 뒤틀린듯하면서도 한 여자에게는 자상한 깡패 ‘오동철’ 역을 맡아 코믹하면서도 진솔한 연기를 펼쳤다. 영화는 옆집에 살게 된 동철과 취업지망생인 ‘세진’(정유미 분)이 만나 그려가는 사랑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그려나간다.

‘내 깡패같은 애인’이 작지만 울림을 선사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젊은이들의 가슴 아픈 자화상이 담겨 있기 때문.

지방대를 나왔다는 이유로, 여자라는 이유로 면접에서 질문 하나 받기조차 어려운 세진. 옆방에 깡패가 사는 허름한 아파트로 이사 온 신세를 한탄하지만, 어느새 동철을 의지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나라 백수들은 참 착해요. 다 위에서 정치를 못해서 그런 건데, 우리 젊은이들은 다 자기 때문인 줄 알아요”라며 세진을 위로하는 동철의 말은 폭소를 자아내지만 뼈가 있어 통쾌하면서도 씁쓸하다.

김광식 감독은 극중 세진이 면접을 보는 상황을 여러 차례 배치해 관객들로 하여금 청년실업 문제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고민과 맞닥뜨리게 한다.

이창동 감독의 조연출 출신답게 그는 “우리 시대 혹은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현화영 young@j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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