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룹 퀸의 노래 ‘Bohemian Rhapsody’의 가사를 적은 게 아니다. 1950년 한국전쟁에서 스러져간 한 학도병이 수첩에 쓴 글귀다. '포화속으로'는 한국전쟁중 학도병의 이야기를 되살려낸다. 학도병에 대해서라면 교과서에서나 한 줄 읽어본 기억 정도일 터. 영화는 몇 글자로 요약된 그들의 사연을 생생하게, 혹은 처절하게 스크린에 옮겨놓는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1950년 8월 11일 포항여중(현 포항여고)에서 인민군에 맞선 71명의 학도병 이야기다. 그들은 한 사람당 M1 소총 한 자루와 실탄 250발로 열한 시간 반 동안 인민군 정규군에 맞서 싸워야 했다. 흡사 막힌 벽을 향해 전력 질주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실탄이 떨어지면 적이 던진 수류탄을 다시 던지는 식으로 끈질기게 저항했다. 그들이 버텨주었기에 20만 명이 넘는 피난민이 대피할 수 있었다.

또한 그 후 이어진 낙동강 사수 전투의 초석도 되었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2004)를 연출한 이재한 감독은, 지금은 ‘학도의용군 6ㆍ25 전적비’로만 남아 있는 그들을 다시 형상화하고 숨을 불어넣었다. 그가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학도병들의 숭고한 희생을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으로 영화를 완성했다”고 한 만큼 '포화속으로'의 핵심은 학도병이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학도병의 두 축은 권상우와 T.O.P(최승현)이 책임진다.

권상우가 맡은 인물은 소년원 대신 전쟁터를 택한 학도병 구갑조. 그는 '말죽거리 잔혹사'(2004)에서 한 단계 성숙한 연기를 펼친 후 오랜만에 ‘오래된 교복’을 다시 입는다. 권상우와 대립각을 세우며 동료를 이끌 학도병 중대장 오장범은 T.O.P(최승현)이 맡았다. 그의 말을 빌리면 “책임을 묵묵히 지켜내는 순수함과 진정성을 지닌 캐릭터” 어찌 보면 '포화속으로'는 전쟁이라는 배경을 거둬내면 정통 학원물로 봐도 무방하다.

전투에 딱 한 번 참여해 봤다는 이유로 학도병 중대장이 된 장범과 그에게 사사건건 대립하는 삐딱한 갑조의 힘겨루기가 중심인 까닭이다. 이런 학원물의 설정이 주는 재미도 '포화속으로'가 노리는 지점. 딴죽을 거는 ‘갑조파’라든가, 남자아이끼리 주고받는 음담패설 등 또래 무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가 윤활유로 작용한다. 사실 죽고 죽이는 나선에서 감동과 긴장은 기본적으로 깔리는 정서다. 그 안에서 유머로 어떻게 이완시키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학도병다운 에피소드는 그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학도병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은 차승원과 김승우가 맡았다. 차승원이 연기하는 북한군 장교 박무랑이 냉철하고 소름 끼칠수록 학도병이 느끼는 불안감과 절망은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김승우가 맡은 국군 장교 강석대가 학도병에게 마음 쓸수록 학도병의 마지막은 더 애달프리라. 포화 속 학도병의 마지막 모습은 오는 6월에 확인할 수 있다.


★ 모든 것이 새로워진 <무비위크>를 만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