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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학로 젊은 피, 극단 불꽃 ‘이양우’ 대표

미래에 꿈을 심으며 오늘은 사는 공연인




[JTN뉴스 윤하나 객원기자] 끊임없이 공연들이 무대에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는 대학로, 그것도 메인 위치가 아닌 조금 떨어진 곳에서 순수 창작 공연으로 살아남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공연을 업으로 알고 살아가는 많은 예술가들에게도 화려하고 쉬운 길이 아닌 본인의 의지를 지키며 살아가는 일이란 얼마나 꿈같은 일이 되었는가. 그 전쟁 같은 곳 한 귀퉁이에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오늘도 바쁜 아침을 여는 사람이 있다.


말처럼 쉽지 않은 ‘돈 보다 미래’ 를 꿈꾸며 재능을 전하는 사람, 극단 불꽃의 ‘이양우’ 대표를 만났다.


공연장에서 만난 그는 한 극단의 대표라고 하기엔 언뜻 보아도 무척이나 젊었다. 공연 시작 전 티켓 발권소에서 관객 한 명 한 명을 먼저 만나며 티켓팅을 직접 하는 이 사람이 한 극단의 대표라니.. 직함을 앞세우는 편한 일이 아닌, 손이 많이 가는 귀찮은 일 이라도 이양우 대표에겐 이 모든 것이 즐거운 일이다.


실제로 대화해 본 이양우 대표는 젊은 나이와 화려하고 훤칠한 외모와는 다르게 무척이나 조심스럽고 예의 바른 말투로 질문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하며 소신을 전했다.  





Q - 최근 대학로에 젊은 대표들 바람이 뜨겁네요. 얼마 전에 시작한 ‘은밀하게 위대하게’ 같은 경우도 대표가 아주 젊은 편이신데 대표님은 젊은 나이에 극단 대표를 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A - 글쎄요 계기라기보다는 자연스레 됐다고나 할까요. 처음부터 연출이나 대표직으로 들어온 게 아니라 시작은 배우 였어요.

그 당시 연출님이 제가 배우지만 연출 공부를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연출제의를 해주셔서 조연출로 활동을 하다가 1년 정도 공부를 더 했을 때 그 전 대표님께서 ‘니가 한번 이끌어 가봐라’ 라며 믿고 맡겨 주시더라고요. 할 수 있을까 라는 부담을 느낄 틈도 없이 시작이 된 거죠. 일반적인 케이스는 아니지만 스승님 이신 전 대표님 이 많이 가르쳐 주셨어요.


Q - 요새 공연시장 많이 어렵다고 하는데 대표를 맡게 되서 어려운 점과 좋은 점이 있다면 어떤 것 들이 있을까요.


A - 사실 좋은 건 없어요. ‘제일 위에 있다’ 라는 것이 직함만이 아니라 책임이 함께 하니까요. 사람을 아울러야 한다는 점 자체가 가장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좋은점은 없어요, 꼭 하나를 꼽자면 누군가 내 사람이 되었을 때 느끼는 안정감 이랄까요. 

그 사람들이 나와 작업이 끝나도 돌아봤을 때 나를 좋은 사람으로 기억 해 준다는 것이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통했구나 하는 보람이 돼요.  

어려운 점을 정말 많은 데요, 아무래도 가장 어려운 점은 운영적인 부분이에요. 경기가 어려우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것이 문화 생활이다 보니 관객 모집이 가장 어렵죠.


Q - 극단 대표로서 꿈이 있다면?


A - 극장이라는 장소가 일반인들이 오기에 어렵지 않은 곳이 되었으면 해요. 

때문에 요새 소극장 공연들은 영화랑 가격도 차이 없는데 막상 한번 오기가 어렵다는 관객과의 갭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을 가장 많이 합니다.

대학로에 만연한 호객행위 처럼 문화를 편하게 접하고 싶어서 오신 분들을 불편하게 하는 부분 때문에 멀어진 거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사실상 영화나 대형 뮤지컬은 관객들의 관심을 끌 만한 스타가 많이 나오지만 일반 소극장 공연 같은 경우는 무명 배우 많이 나오다 보니 먼저 눈길이 가지 않는 게 사실이라... 

일차적으로는 영화관처럼 곳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연을 보려면 대학로 까지 움직여야 하는 어려운 접근성과 큰 작품이 아니라면 홍보가 힘든 것이 가장 큰 문제라서 제가 할 수 있는 부분부터 하나씩 생각 해 나가고 있어요.


Q - 시작이 배우였는데 원래 꿈도 배우였나요?


A - 아니요. 배우도 우연한 기회에 자연스레 된거 같아요. 원래는 고등학교 때까지 디자인을 전공 했거든요. 그 당시에 제가 짝 사랑 하던 친구가 연극부라서 그 친구랑 있고 싶어서 연극부를 시작 했어요.

배우가 아니라 스텝 쪽 이었는데 마침 고3선배가 맡아하던 역할이 갑자기 펑크가 난거죠. 당장 누군가 메꿔야 하는데 진행을 하며 모든 역을 보아왔던 저밖에 적임자가 없던터라 할 수 없이 무대에 오르게 됐어요.

원래 제가 소심하고 대인기피증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누군가 저를 쳐다보는 눈빛을 마주 한다는거 자체가 정말 부담이었는데 막상 무대위에 서 보니 내가 모르는 누군가를 만나고 그 누군가가 나를 바라봐 주는 시선이 오히려 따뜻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렇게 연극을 만나고 배우가 됐습니다.


Q -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요?


A - 저는 사람을 무서워 하는 사람이에요. 이제까지 그래 왔듯이 앞으로도 그것을 극복 하려고 이일을 할 거고, 그래서 저 처럼 무언가를 극복해야 하는 아픈 마음들을 치유 해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희 극단에서 지금 하는 역이 의사 인데요, 무대에 올라 갈 때는 정말 의사의 마음으로 올라가요. 관객들은 나에게 있어 다 마음이 아픈 환자다 라는 마음으로.

제가 하는 공연을 보고 나서 아픈 마음을 치료 해 줄수 있는 의사. 그게 제가 바라는 배우상입니다.





Q - 좋은일도 하고 계신 것으로 알아요. 어떤 일 인가요? 


A - ‘청진기’ 라고 하는 프로젝트 인데요 ‘청소년 진로직업 체험의 기적’ 이라고 서울시와 함께 청소년들에게 직접 극단에 와서 접해 볼 수 있는 실질적인 경험을 제공해 주는 거에요. 작년에는 이 프로그램이 선택제였는데 올해부터는 다 참여하게 돼서 더 활성화가 되었죠.

희망하는 꿈을 직접 체험, 연습 해보는 살아있는 강의를 기부 하고 있습니다. 일종에 재능 기부죠.


Q - 재능 기부를 통해 가장 보람을 느끼는 부분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사고를 치거나 나쁜 짓을 한 것이 아니라 정말 학교에 적응이 힘들어서 대안학교에 다니던 남 학생이 있었는데요. 그 학생이 다니던 대안학교에서 직업 체험을 하러 왔었어요.

청소년 인턴쉽으로 2~3개월 있는 거였는데 그 친구가 처음에는 말수도 없고 낯도 많이 가렸거든요.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친구 미래의 꿈이 연극 치료사더라고요. 마침 저도 그걸 하고 있어서 그 친구가 자신이 꿈꾸는 일을 먼저 하고 있는 사람을 만난 걸 굉장히 신기해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그 친구가 꿈을 이루기엔 성적이 안 되는 거였어요. 공연 관련 학과로 가고 싶어도 이제까지 점수 관리를 안 해서 힘든 상황 이었는데, 마침 제가 공연치료사가 되기 위해서 밟아온 방법이 딱 맞겠더라고요.

사회복지학과로 가서 연극 관련 수업을 3단계를 받으면 수료 하는 형식인데, 그 방법을 알려주고 나서 인턴 끝나고 나서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며 지내다가 작년에 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합격증을 들고 오더라고요. 그걸 보니 눈물이 났어요.

그 친구 만난 후에 대안학교 선생님까지 와서 물어 보시더라구요. 이 학생에게 무슨짓을 했냐고요.

나로 인해 누군가가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것이 너무 보람찼어요. 아,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하겠구나 싶더라고요.


Q - 다시 한 번 극단 대표로 돌아가서 현재 하고 있는 작품에 대한 설명 좀 부탁드려요.


A - 연극 '사랑하고 싶다' 는 배고파 5탄을 각색한 작품입니다.

작품에는 세 가지 사랑의 모습이 나와요. 과거를 추억하는 사람, 현재 사랑을 불안해 하는사람, 사랑을 하기를 원하는 사람. 인간은 누구나 사랑을 했었고 사랑을 하잖아요. 헤어졌든 과거의 일이던 그때 그 진실한 감정을 이야기 해 주는 공연이에요. 헤어졌다고 끝나버렸다고 그 때 그 사랑이 거짓이 되는건 아니잖아요.

사랑의 진실함과 소중함 그 가장 인간사의 중심이 되는 따뜻한 감정에 관한 작품입니다.


Q - 이제껏 했던 작품 중에 가장 애착 가는 작품이 있다면? 


A - 제가 배고파 시리즈를 쭉 해왔는데요. 시리즈 4탄인 ‘배고파도 살자’ 가 가장  애착이 가요.

배우로서 그러면 안 되는데 그땐 참 배우라는 게 힘든 시즌이었어요. 매일매일 반복되는 것 들이 즐거워야 하는데 반복되며 무대에 서는 그 일상이 더 이상 즐겁지 않은 때 였죠. 그래 이번 까지만 끝까지 해 보자라는 마음으로 이번 일이 끝나면 배우를 그만둬야지 라는 생각까지 했던 때 였죠.

그런데 하루는 공연 후기를 보는데 누가 장난치는 듯한 후기가 있더라고요. 첫 시작이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였어요.

그 글을 적어 주신 분은 사업을 하는 분 이셨는데, 당시 사기당하고 빚내서 또 했다가 또 망해서 가족들까지 다 떠났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정말 인생을 끝내야지 생각 했을때 미리 잡아 논 선약이 그 공연이었던 거죠. 그래 어차피 마지막인데 공연을 보고 생을 마감해도 늦지 않겠지 싶어 공연을 관람했는데, 그 당시에 제가 했던 역할이 가진걸 모두 잃고 자살을 하려고 했던 역할이었거든요. 

마침 공연을 보신 그 분과 너무 비슷한 상황 이었던거죠. 공연을 보시고 나서 저런애도 사는데 나라고 못살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한 번 더 살아보자 라는 생각이 들어서 살게 되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후기를 일고 밤새 울었습니다. 내가 뭐라고 사람을 살리나 하는 복합적인 감정에 말로 설명하기 힘든 애매한 감정들이 올라왔죠. 내가 이러고 있으면 안 되는 구나 이제 배우가 아니라 의사로 올라가자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부터였어요. 의사 같은 배우가 꿈이 된 것이.


Q -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고 싶으세요?


A - 여러 연령의 배우들이 다 같이 할 수 있는 작품들을 해 보고 싶습니다. 경험이 많이 없고 부족한 신입들을 선배들이 보듬어 주면서 함께 작품을 만드는 거죠. 

30대 넘으면 대학로에 거의 할 작품이 없어요. 하지만 무대 위는 작은 인생이잖아요. 정말 그 나이대에 인생을 살아본 사람들이 모든 연령대의관객들에게 진심으로 보여 줄 수 있는 공연, 그런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Q - 끝으로 대학로를 찾는 관객들과 공연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린다면?


A - 관객 분들은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편안하게 봐 주셨으면 하고, 공연을 이제 막 시작하는 젊은이들은 상처 받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배우는 감정노동을 하는 직업 이거든요. 진실된 감정을 무대위에 쏟아야 관객들이 치유를 받아요. 정말 화나고 슬프고 상처를 받아야 하는데 연기의 기술이나 흉내로는 불 가능 합니다. 정말 배우가 되려면 그 감정들을 뒤집어 써야 하는데 연극은 허구지만 그 감정 들은 진짜여야 하거든요. 상처 받지 마세요. 그 진짜 감정들이 누군가에게 전달되는 좋은 배우가 되시길 바랍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로 끝을 맺은 이양우 대표와의 인터뷰는 길지 않았다. 뭔가 굉장히 특별하다고 느끼지 못했었다.


그런데 인터뷰 기사를 쓰기 위해 녹음된 인터뷰를 다시 들어 봤을 때, 그 와의 인터뷰 당시 놓치고 지나간 특별함이 보였다. 그는 이제껏 이야기한 그 어떤 인터뷰이 보다 감정적인 사람이었다. 부끄러운 듯한 웃음이 다 가려주지 못한 그에 목소리에는 지나간 사건의 감정들이 그대로 묻어난다. 실제로 인터뷰 도중 두 번이나 목이 메이고 눈물이 글썽 거린 그는 자신이 도왔던 학생을, 우연히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 주었던 그 관객을 나에게도 생생하게 느끼게 해 주었다.


차마 자신의 감정을 가리지 못하는 이 소년다움이 왜 그가 배우가 되었는지, 왜 지금 극단을 이끌고 있는지를 모두 설명해 주었다.


운명은 노력하는 사람 앞에 우연의 다리를 놓아주는 것 이라고 했다.

사람과 눈도 못 마주치던 한 남자가 무대 위에 서고, 공부 하던 부분을 직접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포기 하고자 할때 일어서야 하는 이유가 생기고, 더욱 앞으로 나가야할 목적이 생겼다는것.


그렇기에 내가 만나본 이양우 대표는 공연이 천직인 사람이었고, 넘치는 그 감정을 누구보다 잘 전달 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사람이었다. 미래를 바라보며 아직도 꿈을 키우는 소년 같은 사람, 극단 불꽃의 이양우 대표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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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 : 윤하나 기자 press@jtn.co.kr | 사진 :
  • 기사입력 : 2016-03-09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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