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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 [리뷰] 뮤지컬 '임꺽정, 그가 온다!'

오는 3월26일까지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서 공연




[JTN뉴스 윤하나 기자] 뮤지컬 '임꺽정, 그가 온다!'. 어수선한 시대를 꼬집는 날카로운 풍자 한판.

 

"많은 사람들이 그러더라구요, 임꺽정이 돌아와야 한다고.."


지난 17일 첫 공연 시작을 앞두고 특유의 낮은 목소리로 수줍은듯 말을 꺼낸 배우 정흥채의 첫 마디 였다. 자리를 가득 매운 관객들은 그 한 마디에 탄성과 박수를 보냈다.

 

드라마 '임꺽정'이 방영 된지도 어느덧 20년이다. 지금 젊은 시대의 사람들은 알 수도 없을 먼 기억의 조각이지만 그 시절 임꺽정의 인기는 대단했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 입어 그 해의 신인 남녀 주연상은 정흥채와 김원희의 손에 쥐어졌으며 극 중 임꺽정을 연기한 정흥채는 드라마를 본 사람 누구라도 공감 할 임꺽정 그 자체로 남았다.


지금도 그 덥수룩한 수염에 투박하고 걸걸한 목소리는 실제로 임꺽정이 살아 온다고 해도 이기지 못할 완벽한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각인되어 있다. 20여년에 시간이 지나서도 ‘2016 세계명품브랜드 대상’ TV 드라마 부문에서  ‘임꺽정’으로 대상을 수상하였을 정도니 과연 말해 무엇한가.

 

사실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던 또 다른 이유는 당시의 상황이었다. 그 시절 대한민국은 참 어수선 했다. 탄탄한 회사를 키우기 보다는 줄을 대기에 바빴던 대기업들은 대통령의 아들까지 엮여있는 희대에 비리 사건을 시작으로 줄줄히 무너지기 시작했고, IMF 여파로 국민들은 먹고 살 길조차 막막한데 추징금만 각각 2천억원에 달하는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들은 특별 사면과 복권까지 되어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만 천하에 보여줬다. 그야말로 먹고 죽을 돈도 없다는 국민들의 한숨소리에 역사상 최초로 여-야 정권이 바뀌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2017년 임꺽정이 돌아왔다. 많은 사람들에 바람과 함께.

 

조선 중기의 임꺽정은 천하디 천한 백정 출신의 의적이다. 홍길동, 장길산과 함께 3대 도적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단 이 도적이 왜 지금 필요해졌을까.


당시의 서관은 기록했다 "도적이 되는 것은 도적질하기 좋아서가 아니라 배고픔과 추위가 절박해서 부득이 그렇게 된 것이다. 백성을 도적으로 만드는 자가 누구인가"라고.


백성을 나 몰라라 하고 본인들 배 채우기에 바빴던 소위 '윗 분들'은 정당한 방법을 통하지 않아도 줄만 잘 대고 뇌물만 잘 갖다 바치면 한 자리씩 차지했고, 윗 줄에 댈 돈은 오롯히 배고픈 백성들의 피땀에서 나왔다.

 

당시 절박하던 이서와 농민의 도움은 임꺽정의 부대가 모이면 도적이 되고 흩어지면 백성이 되어 출몰을 예측할 수 없어 잡을 수가 없다고 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멀고 먼 듣지 않는 윗 분들 보다 당장 내 피 땀을 돌려주어 살게 해주는 백정 출신의 도적이 그 당시 사람들에게는 달라질 수 있다 라는 희망의 동아줄이었다.

 

그런데 지금. 500여년에 시간을 뛰어넘어 또 다시 사람들은 임꺽정이 필요하다고 하니 이 얼마나 씁쓸한 현실인가.

 

사실 뮤지컬 '임꺽정, 그가온다!' 는 뮤지컬 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애매한 작품이다.


2016년 초연되었던 이 작품은 전통 연희극에서 출발 하였는데 피아노의 음이아닌 거문고 소리를 중심으로 배우는 악사가 되고 악사는 배우가 된다. 문학적이고 어려운 단어들의 나열이 아닌 생생한 대화로 내 뱉는 대사들은 누구든지 알아 들을 수 있는 교감을 보여준다.

 

한 바탕 뛰고 땀 흘리고 소리치다 보면 두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극이 마지막을 향해 가면서 무대 위의 배우들, 관객은 불의에 맞서며 모두 임꺽정이 된다.  

좋은 공연은 동시대의 정신을 담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작품 이지만, 시대정신 이고 뭐고 묻어두고 보더라도 참 잘 만들어졌다.

 

관객들의 정신을 잡아 두려면, 하고자 하는 말에 집중하게 하려면, 작품은 재미 있어야 한다.

'임꺽정, 그가온다!'는 개그코드 하나 없이도 참 하고 싶은 말을 잘 듣게 하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작품의 배경은 임꺽정 사후 10여 년이 지난 때 이다. 임꺽정 무리에서 활동하다 토벌대로부터 살아남은 가파치는 부모 잃어 고아가 된 난희를 데려와 딸처럼 아끼며 산다. 난희는 이웃마을 서우와 혼인을 약속하지만 서우는 부모님이 진 빚을 갚지 못해 군역으로 끌려가고 난희는 윤참판에게 능욕마저 당한다. 사랑도 인간적인 삶도 정당한 노동의 대가도 힘 없는 자들에겐 사치가 되어버린 시대. 가파치는 더 이상 불의를 참을 수 없어 사람들을 모아 희망의 상징 이었던 임꺽정의 탈을 쓰고 탐관오리들을 벌 하고 다닌다.

 

혹자는 말한다.

매일 매일 똑같은 뉴스가 지겹다고, 어차피 똑 같은 뉴스 관심도 없고 보고 싶지도 않다고.

그것을 아는 또 다른 누군가는 말한다.

바람에 촛불은 꺼지는 거라고. 민중은 소 돼지라고.

계란으로 바위를 쳐 봤자 결과는 뻔 하고, 아무리 노력해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고.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임꺽정이 돌아와야 한다고 말하는 세상이다.

 

참 옛날의 이야기이지만 옛날같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작품. '임꺽정, 그가온다!'.

가슴에 남는 여운이 될지 귀로 흘러가는 메아리가 될지는 어디까지나 관객의 몫 이지만, 답답한 세상의 한 사발 사이다가 필요하다면 같이 마셔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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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 : 윤하나 기자 press@jtn.co.kr | 사진 :
  • 기사입력 : 2017-02-2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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