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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 [리뷰] 뮤지컬 ‘락시터’, 오픈런으로 새롭게 돌아오다!

유쾌한 웃음을 미끼 삼아 세대 간의 공감을 낚는 뮤지컬 ‘락시터’




[JTN뉴스 임귀연 기자] 때로는 삶이 버겁고 힘겨워 훌쩍 떠나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 때가 있다. 뮤지컬 ‘락시터’는 그런 연유로 낚시터를 찾은 두 남자가 겪은 낚시터를 배경으로 한바탕 펼쳐지는 유쾌한 소동극이다.  


조용히 머리를 식히기 위해 낚시터를 찾은 30대 가장 ‘가제복’. 그런데 하필 그가 방문한 이 날 온갖 이상한 일들이 거듭 일어난다. 오지랖 투성이에 자칭 마음만은 ‘아이돌 저리 가라’ 싶을 정도로 의욕적인 60대 노인  ‘오범하’와의 첫 만남부터 평온할 것으로 예상됐던 낚시터의 하루가 자꾸만 꼬여 가기 시작한다. 


이처럼 상황이나 성격이 상반되는 두 남자가 대물을 낚기 위해 1박2일 동안 기묘한 동거를 하는 동안 펼쳐지는 온갖 기상천외한 해프닝들. 두 남자의 세대 차이에서 빚어진 대립과 갈등들이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거짓말처럼 싹 해소되고 결국 서로를 이해하며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게 되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남자들의, 남자들을 위한 위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연출가의 말처럼 이 작품에는 특별하고 멋진 주인공이나 기막힌 반전, 애절한 사랑이야기 대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인물들의 특별한 이야기가 살아 숨 쉬고 있다. 


배우 한 명 한 명의 표정과 목소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소극장 무대의 매력은 단순히 일련의 유쾌한 에피소드들을 보는 것 이상으로 순도 높은 유쾌함과 웃음을 선사한다.


그저 낚시터에서 벌어지는 식상한 에피소드를 머리속에 떠올렸다면 깜짝 놀랄 만큼 이 작품은 무척이나 재밌고 팔딱팔딱 뛰는 활어처럼 신선하다. 그것도 정말 배꼽 빠지도록 유쾌하고 신난다.





뮤지컬 ‘락시터’에서 가장 큰 웃음의 포인트는 ‘가제복’과 ‘오범하’라는 중심 인물 사이를 오가며 끊임없이 등장해 매번 씬스틸러 같은 존재감을 과시하는 멀티남과 멀티녀의 실감나는 열연에 있다. 사랑스러운 푼수이자 넘치는 흥을 주체 할 수 없는 멀티남과 멀티녀가 각각 1인 10역 정도를 정신없이 소화하며 적재적소 기막힌 타이밍마다 뜬금없이 등장해 방금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코믹 연기로 쉴 새 없이 큰 웃음을 준다. 한 쪽은 심각한데 다른 한쪽에서는 마치 인생 별 거 아니라는 듯 가볍고 무심하게 활약하는 멀티남과 멀티녀! 이 아이러니한 광경은 숨쉬기 힘들 정도로 관객들을 한바탕 웃게 만든다.


그러나 뮤지컬 ‘락시터’는 마냥 웃기기만 한 작품은 아니다. 따뜻한 감동과 함께 우리 사회의 만연한 세대 갈등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 역시 진솔하게 제시해주기 때문이다.

 

낚시터의 시끌시끌한 소동들을 함께 겪으며 어느새 정이 든 관객과 배우들이 공연이 거의 끝날 무렵, 동 트는 새벽 공기를 벗 삼아 라면과 소주를 나눠 먹으며 도란도란 대화하는 장면은 실제 낚시터의 새벽 풍경처럼 무척이나 정겹고 사람 냄새가 물씬 난다. 쉽사리 타인과 정을 나누지 못하는 도시의 삶을 생각해 볼 때, 배우와 관객들이 이처럼 벽을 허물고 예전부터 알고 지낸 것처럼 소박하고 담백하게 대화하는 광경은 배우와 관객의 진정성을 담아 꾸미지 않은 웃음까지 선사한다.

   

또한 연극은 시대의 정신이라는 말처럼 실제 낚시터에서 있을 법하면서도 이 웃긴 이야기가 던지는 메시지는 관객으로 하여금 오늘의 시대정신 속에서 더 깊은 의미와 울림을 남긴다. 


낚시터라는 좁은 공간에서 ‘가제복’과 ‘오범하’라는 두 인물이 서로 대립하며 조롱하고 다투는 모습이 마치 꼭 요즘의 탄핵 정국에서 동시에 광장에 모여 태극기와 촛불로 대치하던 젊은이들과 노년층의 모습과 자연스레 오버랩 된다.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으로 세대갈등이 치열한 현재의 대한민국의 현실, 별 다른 대비 없이 갑작스레 찾아온 치매 노인 문제 등이 뮤지컬 ‘락시터’ 속에 우리 사회의 아픔과 애환으로 절묘하게 녹아 그냥 웃고 넘길 수 없게 만든다.


바로 우리들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일까, 이처럼 좌충우돌 코믹한 상황들 속에서 정신없이 웃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눈시울이 젖어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세게 지르기보다는 나지막하고 잔잔하게 무대에 울려 퍼지는 주인공들의 노래를 들으면 온 종일 파지를 주워 고군분투 하더라도 밥 한 끼 제대로 사 먹지 못하는 빈곤한 노년층의 비루함과 소외감에 공감하듯 숙연해지기도 하며, 치매에 걸린 엄마의 모습이 답답하면서도 내심 누구보다 사랑하는 그 엄마와의 이별을 담담히 준비하는 제복의 안타까운 진심이 ‘세상과의 첫만남이자 꼬마 때 첫사랑’이라는 진한 가사에 과감없이 묻어나와 툭 하고 심금을 울리고 기어이 눈물샘을 자극한다.


‘락시터’를 관람하며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찰리 채플린의 그 유명한 말이 새삼 떠올랐다.


흘러가는 세월은 잔인하게도 우리의 인생을 덧없는 비극으로 느끼게 만들 때도 있지만, 좀더 멀리서 바라볼 때 인생은 뮤지컬 ‘락시터’에서 오범하와 가재복의 기분 좋은 화해에서 보여지듯 넉넉한 웃음과 기쁨들로 가득해서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유쾌한 희극이기도 함을 깨닫는다.


일상에 쌓인 스트레스와 어깨를 누르는 부담감으로 지치고 힘들 때! 우울함에서 벗어나 한바탕 크게 웃고 싶어질 때! 보고 나면 라면에 소주가 무척이나 땡기고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난다는 게 부작용이라면 부작용이지만, 이 따뜻하고 정겨운 대학로의 ‘락시터’를 꼭 한 번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특별한 홍보 없이도 숨은 맛집처럼 관객들의 열렬한 입소문으로 나날이 번창해 나갈 ‘락시터’를 기대하고 응원해본다.


뮤지컬 ‘락시터’는 JTN아트홀 4관에서 오픈런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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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 : 임귀연 객원기자 press@jtn.co.kr | 사진 :
  • 기사입력 : 2017-04-06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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