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뮤지컬 <마이페어레이디>는 1956년에 초연된 작품인데다 이미 최고의 뮤지컬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52년이 지난 지금, 왜 이렇게 늦게 한국에서 초연되는 것인가?

신춘수(프로듀서) : 한국 뮤지컬계는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작품의 라이선스만 획득하려는 경향이 있다. 우리 팀 역시 2003년 카메론 매킨토시라는 라이선스 획득자와 <미스 사이공>을 염두에 두고 협의에 들어갔었다. 하지만 당시 카메론이 이 뮤지컬을 추천하더라. 당시에는 뮤지컬의 규모가 커서 걱정을 많이 했다. 또한 카메론의 색깔이 아닌 한국적 정서에 맞는 우리만의 색깔로 재창조하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Q 각자의 역할과 뮤지컬에 임하는 각오를 설명해달라.

이형철 : 윤복희 선생님의 아들 헨리 히긴스 역이다.(웃음) 독선적이고 돈 많은 음성학자 역할이다. 꽃 파는 아가씨 일라이자를 만나면서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만남 그리고 사랑임을 깨닫게 된다.

김소현 : 거리에서 꽃을 파는 여자 일라이자 역이다. 세상을 사는 게 즐겁기 만한 순수한 일라이자. 히긴스 교수와 만나면서 성숙한 여성으로 새로 태어나게 된다. 윤복희 선생님께서 잘 못할 거면 지구를 떠나라고 말씀하셨다.(웃음) 정말 열심히 하겠다.

임혜경 : 일라이자가 점점 변해가지만 내면의 순수성만큼은 잃지 않으려고 더 고민하고 있다.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줄 수 있는 일라이자가 되고 싶다.

김성기 : 늘 해학적인 연극만 해왔는데 또 해학적인 역할 맡았다. 자기발전이 되는 작품이라 믿고 임하고 있다. 내 역할은 일라이자 아빠역의 두리틀이다. 술을 좋아하고 세상과 낭만을 좋아한다.

변재원 : 이 작품은 보여줄 수 있는 스펙트럼이 매우 넓은 작품. 즉흥적인 재미가 아니라, 차분차분 준비해서 쌓아가는 완성해가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진정한 로맨티스트로서의 면모를 보여 주겠다.

Q 윤복희 씨는 지난 날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도 출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쉬지 않고 일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윤복희 : 이 작품은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다. 먼저 출연 제의가 들어온 게 아니라 내가 생떼를 써서 출연하게 됐다.(웃음) 막상 참여해보니 무대 자체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굉장하고 완벽하다. ‘누를 끼치면 안 될텐데...’하는 걱정도 많이 한다. 하지만 이 작품에 참여한다는 자체가 행복하다. 데이비드 스완은 천재적인 감독이다. 연출에서 안무까지 못 하는 게 없다. ‘아 죽을 때까지 배우는 거구나’ 다시 느꼈다.

Q 김소현과 임혜영은 오드리 햅번이 맡았던 역할이라 부담이 많이 느낄 것 같다.

김소현：오드리 햅번이 당대 최고의 배우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전작 뮤지컬인 <대장금>에서도 이영애 씨 역할을 맡아 무척 부담을 느꼈었다. 같은 환경, 같은 제작진이더라도 배우에 따라 캐릭터가 달라지는데 영화 속 오드리 햅번과 나는 물론 많이 차이가 있을 것이다. 최대한 활기차게 열심히 해서 우리 정서에 맞는 살아있는 일라이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엄혜영 : 100일이 넘는 오디션 기간 내내 오드리 햅번 달력을 구입해서 그녀의 눈빛을 배우기 위해 노력했다. 인간적으로도 아름다웠던 오드리햅번의 눈빛과 마을을 배우고 싶다. 그런 바탕 위에 나만의 색깔을 첨가하고 싶다.

데이비드 스완(연출가) : <마이페어레이디> 하면 오드리 햅번을 떠올리는 것은 어쩜 당연한일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처음 뮤지컬로 나왔을 때 ‘일라이자’는 당시 19살이었던 줄리 앤드류스였다. 나 역시 당시 모습을 보지는 못했지만 분명 당시 줄리 앤드류스는 영화 속 오드리 햅번과는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여기 두 명의 일라이자를 보면서도 같은 생각이 든다. 보이는 그대로 외모가 다른 두 배우는 각자 다른 연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다가갈 것이라 믿는다. 일라이자는 불과 같은 인물이다. 쿠키를 찍어내듯 똑같지 않을 것이다. 관객들은 김소현의 일라이자와 임혜영의 일라이자를 비교해보는 기쁨 또한 누릴 수 있을 것이다.

Q 이형철 씨는 뮤지컬 첫 도전이다. 해보니 어떤가.

이형철 : 뮤지컬 연습을 시작하는데 윤복희 선생님께서 “이를 어쩌나~” 걱정을 많이 하셨다. 그래서 한 달 반 정도 정말 이를 악물고 연습한 것 같다. 얼마 전 윤복희 선생님께서 “개천에서 용났다”며 처음으로 칭찬해주셨다. 정말 아들을 바라보는 어머니처럼 나를 보듬어 주신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Q 이 뮤지컬에서 ‘언어’의 문제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한다. 일라이자가 억센 영어 사투리를 히긴스 교수에게 교정 받는 부분이 있는데 한국어 공연에서 어떻게 표현했나? 또한 원래 3시간 반 공연을 2시간 반으로 줄였다고 들었다.

데이비드 스완(연출가) :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뮤지컬 <마이페어레이디>에서 언어는 언제나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이 뮤지컬에서 언어적 사용이라는 것은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니라 효과적인 장치에 불과하다. 이러한 효과적인 장치를 어떻게 한국어로 풀어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언어를 한국어로 표현하되 잦은 반복을 통해 관객들의 귀에 익도록 하는 게 관건이었다. 여기에 코믹적 요소도 첨가된다.
공연 시간을 줄이는 문제는 이야기의 손상 없이 시간을 줄이는 것은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단, 웃기기 위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장면들을 줄이고 대신 다른 부분에서 코믹한 요소(한국적 정서에 맞는)를 발견하도록 노력했다. 너무 반복적이지도 않고 지루하지도 않은 타이트한 진행으로 관객들은 보는 내내 즐거움을 느낄 것이다.

JTN 현화영기자 / 사진 김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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