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왜 청소년 관람불가인가?

홍상수 감독이 신작영화인 ‘잘 알지도 못하면서’(제작 ㈜영화제작 전원사, 배급 스폰지) 언론시사회에서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것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요즘 영화계가 불황인 탓에 영화 개봉에 있어 등급문제는 제작사나 배급사 등 모두에게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상황에도 불구, ‘잘 알지도 못하면서’가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자, 홍상수 감독의 전작들과 견주어 봤을 때 영화 수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나 기대치는 높을 수밖에 없었던 것.

하지만 언론시사가 끝나고 보니 영화의 수위는 감독의 전작들보다 훨씬 낮았다. 이에 한 기자가 “노출이나 선정성 면에서 많이 약한데도 불구하고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에 대한 소감은?”하고 묻자, 홍상수 감독은 “영등위에 등급 신청을 할 때 내가 먼저 ‘18세관람가’로 냈다”고 말해 사람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사연인즉슨, 등급판정이 말 그대로 감독 개인의 바람이었던 것. 홍상수 감독은 “기본적으로 이 영화와 함께 발걸음을 하려면(영화를 따라가려면) 최소한 필요한 나이가 있다고 생각했다. 삶이 다 그런거니까…”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이어 그는 “이 영화는 나이가 좀 든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 어린 분들은 조금 나중에 보시면 될 거 아니냐”며 소신을 밝혔다.

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늘 그렇듯 한 남자주인공이 여행지에서 겪게 되는 일상적이고도 우연적인 일련의 사건들을 담은 ‘홍상수식 영화’의 전형을 보여준다. 하지만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지나치게 현실적이다 못해 동물적이기까지 한 인간 군상’의 모습은 결여돼 있다. 감독은 조금 더 부드럽고 유쾌하게 사건들을 그리며, 보다 정확해진 메시지를 전한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삶에 대해 고민하지 말자고. 그냥 아는 만큼만 안다고 하며 살자고. 훨씬 가벼워지고 자연스러워진 일상 속 유머들이 영화 속에서 빛난다.

홍상수 감독은 이런 전작들과의 비교에 대해 “이 영화의 메시지(‘아는 만큼만 안다고 하며 살자’)가 내가 살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바이며 영화를 통해 드러내려고 하는 것이다. 쓸데없는 믿음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가까운 믿음으로 살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되, 가장 상투적이고 정형적이고 일상적인 조각들을 모아 관객들이 불편해 튕겨나가지 않도록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긴 했지만, (내가 추구하는 영화의) 기본 틀은 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주인공 구경남(김태우 분)이 제천시와 제주시, 두 공간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를 그린 영화로 오는 5월 14일 개봉될 예정이다.


글/사진 JTN 현화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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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두 주인공. 김태우(좌)와 엄지원(우) [사진=J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