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마릴린 맨슨 등과 ETPFEST2008 공식 기자회견

왕의 귀환! 8월 13일 늦은 9시 반, 문화대통령 서태지가 마릴린 맨슨, 데스 캡 포 큐티와 함께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ETPFEST2008의 전야를 알렸다.
2004년 처음 서태지에 의해 개최되기 시작한 ETPFEST는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하며 8월 15일과 19일 양일간 잠실야구장에서 화려하게 펼쳐진다. 특히 이번 축제는 4년 6개월 만에 컴백하는 서태지의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또한 세계적인 락가수 마릴린 맨슨과 미국 인디 락의 대표주자 데스 캡 포 큐티 등 세계적인 뮤지션들도 이 축제에 참가, 글로벌 락 페스티벌로서의 면모를 보여줄 예정이다.

한국에서의 첫 기자회견 “떨려요”

ETPFEST2008 기자회견에 처음을 모습을 드러낸 건 데스 캡 포 큐티였다. 리드보컬인 벤 기어드가 불참한 가운데 크리스 월라(기타), 니콜라스 하머(베이스), 제이슨 멕게(드럼)가 긴장된 모습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1997년 공식 데뷔 후 미국 인디락의 대부로 불리며 인기를 모은 데스 캡 포 큐티는 세계적 메이저 레이블인 ‘아틀랜틱 레코드’와 계약을 체결, 2005년 다선 번째 정규 앨범을 공개하자마자 빌보드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06년에는 ‘Soul Meets Boy’의 굉장한 히트로 그래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이 첫 번째 한국 방문인 그들은 “한국에서의 첫 기자회견이라 새롭고 떨린다”며 순수한 모습을 보여줬다. 한국의 매력에 대해서는 “공항에서 내리는 순간 노을이 지는 모습을 보고 반했다”면서 “<올드보이>와 같은 한국영화를 사랑하기 때문에 한국에 꼭 와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또 데스 캡 포 큐티는 “서태지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마릴린 맨슨 같은 세계적인 가수를 초청했을 정도면 대단한 사람인 것 같다. 시끄럽고 활기 찬 ‘엉망진창’ 공연을 만들어 보겠다”며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세계적인 락 페스티벌의 면모 보여주겠다.

두 번째 기자회견은 서태지였다. 원래 마릴린 맨슨의 차례였지만 행사장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서태지가 먼저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서태지는 ETPFEST2008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내며 “ETPFEST가 세계적인 글로벌 도심형 락 페스티벌이 되길 바란다”는 포부를 밝혓다. 서태지컴퍼니 측은 앞으로 ETPFEST를 매년 여름 비슷한 시기에 개최해 미국의 우드스탁 락 페스티벌 같은 대한민국 대표 락 페스티벌로 우뚝 서게 한다는 방침이다.
서태지는 “서울 근교에서 음악을 신나게 즐기고 바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도심형 락 페스티벌’을 언제나 꿈꿔왔다”면서 음향 세트 조명 등 관객들이 깜짝 놀랄 정도의 무대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KBS<개그콘서트>의 ‘닥터피쉬’가 등장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나올 리가 있겠느냐?(웃음) 하지만 사실 나온다”면서 깜짝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공연 전에 발표 안하려고 했는데 기사가 나와 버렸다. 닥터피쉬가 무대 중간 중간 재미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태지는 자신의 8집 앨범 홍보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는 의사와 함께 “아직도 공식석상에 나가면 떨린다”면서 소년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마릴린 맨슨, 성심성의껏 인터뷰에 응해

희대의 악동, 락의 전설 마릴린 맨슨은 조금 늦은 시각 기자회견장에 도착했다.
올 블랙의 의상, 트레이드마크인 하얀 얼굴에 붉게 칠한 입술. 독특하고 음산한 외모에 지각까지 하고 회견장을 어둡게 해줄 것을 요구해 기자들의 원성을 사기에 충분했지만, 그는 시종일관 매너 있는 모습으로 성심성의껏 인터뷰에 답했다.
이번이 세 번째 방한인 그는 첫 번째 내한공연에서 음향시스템을 망가뜨렸던 조심스러운 기억을 되살리며 한국 사람들과 많이 친해지고 싶은 바람을 먼저 전했다. 무엇보다 “한국영화가 할리우드 영화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국의 영화감독들과 친해지고 싶다”고 밝히며 우리나라 영화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지난 앨범에 대한 혹평을 묻는 기자의 짓궂은 질문도 이어졌다. 그는 “난 그런 혹평을 본적도 들은 적도 없다”면서 “앨범에 대해 누군가가 싫다고 말한다고 해도 오타만 없다면 상관없다. 누구나 다 멋있고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 거였다면 지금의 마릴린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고 답했다. 그야말로 우문현답이었다.
얼마 전부터 새로운 앨범 준비에 들어간 마릴린은 트위기 라미레즈, 웨스 볼란드 등 옛 친구들을 새로운 밴드 멤버로 받아들여 재도약을 다지고 있다. 이번 ETPFEST 무대는 마릴린과 웨스 볼란드가 처음으로 호흡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음악은 한국과 미국, 과거와 현재 등을 하나로 만들어준다.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들은 아마 음악을 모르는 사람들일 것이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통해 이번 축제가 갖는 의의를 더했다.

ETPFEST 2008는 특정 장르, 특정 팬 층에 국한되었던 마니아적인 형태의 록페스티벌이 아닌 대중의 다양한 음악적 경향을 수용하고 누구나 참여 가능한 대중음악 페스티벌을 지향하는 말 그대로의 ‘축제’다. 8월 14일, 15일 잠실야구경기장에서 펼쳐질 ETPFEST2008가 어떤 화제와 이슈를 낳을지, 앞으로 어떤 록페스티벌로 자리 잡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JTN 현화영기자 / 사진 장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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