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법을 잊어버렸을 때, <스마트 피플>

아빠와 딸이 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17년 동안 줄곧 혼자인 아빠 로렌스(데니스 퀘이드 분).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그는 학문과 지식 밖에는 모르는 별난 성격의 소유자다. 딸 바네사(엘렌 페이지 분)는 그런 아버지의 우수한 유전자를 물려받아 멘사회원에 스탠포드 대학에 합격한 천재지만, 가정주부처럼 온갖 살림을 도맡아 해야 하는 데다 아버지와 남동생까지 챙기느라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을 만한 변변한 친구 하나 없다.

그런 부녀에게 변화가 일기 시작한다. 어느 날 로렌스 앞에 나타난 여의사 자넷(사라 제시카 파커 분)는 17년 동안 사람들에게 무관심하던 로렌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고, 가정살림과 공부밖에 모르던 바네사는 입양된 삼촌 척의 자유로움에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한다.

이렇듯 영화 <스마트 피플>은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지만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네 주인공의 상처와 고민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법에 대해 묻고 있다. 이들이 엮어가는 잔잔한 감동의 스토리는 마치 제작자 마이클 런던의 전작인 <사이드웨이>를 보는 듯하다. 소소한 일상에 대한 차분한 묘사, 그리고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인물들 간의 관계를 끊임없이 파헤치면서도 특유의 엉뚱함과 유머를 잃지 않는 기지가 돋보인다.

특히 <사이드웨이>에 이어 <스마트피플>에서도 열연을 펼친 토마스 헤이든 처치는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인 ‘척’을 연기해, 조금은 지루할 수 있는 영화에 활력소를 부여한다. 허름한 복장. 헝클어진 머리. 철없는 백수인 척이 말 그대로 ‘스마트피플’인 로렌스와 바네사의 집에 들어가 그들을 점점 변화시켜가는 과정은 관객들로 하여금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섹스 앤더 시티>의 히로인 사라 제시카 파커의 연기변신 또한 주목할 만하다. 세계적인 패션 아이콘으로 칭송받는 그녀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누구에게도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여의사 역할로 분해 도도하고 지적인 아름다움을 선보인다. 자칫 평범해 보일 수 있는 역할을 그녀만의 독특한 표정과 매력을 이용해 개성 강한 캐릭터로 부각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8월 21일 개봉.

JTN 현화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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