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30년대풍 영화의 정점을 찍는다.
영화 <모던보이>의 박해일 김혜수
<라디오데이즈><원스 어폰 어 타임><놈놈놈>등 올해는 유독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다룬 한국영화들이 많았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30년대풍 영화들은 각기 다른 차별화 전략으로 관객들을 끌어 모았으며 이제는 하나의 흥행코드로 자리 잡고 있다. 정지우 감독은 이에 대해 “영화계가 30년대를 주목하는 이유는 ‘새로운 소재에 대한 갈망’에 다름 아니다”라고 말한다.
역사적으로는 암울했지만 급속도로 근대문물을 받아들이면서 문화적 풍요를 맞이했던 시기가 30년대다. 기존 한국영화들이 진지하고 심각한 문체로 1930년대를 그려냈다면, 2008년 붐을 이루고 있는 30년대풍 영화들은 시대의 화려했던 이면을 재조명하며 사회보다는 개인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30년대풍 영화의 정점을 찍을 기대작 <모던보이>가 10월 관객들을 찾아온다. <모던보이>는 그동안 수차례 언론에 회자되면서 박해일과 김혜수라는 두 톱스타의 만남, 6년이란 사전제작기간, 30년대 생활상의 완벽한 재현 등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1937년 일제강점기를 무대로 하는 <모던보이>는 공무원이자 문제적 모던보이인 이해명(박해일 분)이 비밀을 간직한 팔색조 미인 조난실을 만나면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주된 줄거리로 한다. 한량에 가까웠던 한 모던보이가 변화해가는 모습, 조난실의 진짜 비밀을 파헤쳐 나가는 재미가 영화를 보는 중요한 키워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8월 26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주연배우 박해일과 김혜수, 그리고 정지우 감독을 만나봤다.
Q. 각자 캐릭터에 대한 소개
박해일: 이해명은 1930년대 문화적 변화에 대한 흡수가 매우 빨랐던 문제적 신세대로 정의내릴 수 있다. 이 캐릭터가 기존에 나왔던 1930년대 인물들보다 신선한 이유는 시대에 비해 매우 자유분방하고 개인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라는 것. 현재로 따지면 강남 부유층 집안에서 태어나 명품을 입고 다니는 청년으로 보면 된다.
김혜수: 조난실은 굉장히 재능을 많이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의상실 직원, 재봉사, 가수 등 직업도 많고 남모를 꿈도 가지고 있는 신비스러운 인물이다. 그녀는 이해명의 인생에 개입해 그의 인생을 좌지우지 하게 된다. 배우로서도 쉽게 주어지지 않는 매력적인 역할이라 매우 영광이라 생각한다.
Q.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과거 인물을 표현하는 기분은 어떤 것인가?
박해일: 촬영 전 30년대란 시대의 개념에 내가 빠져든다고 상상해본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당시에 대해 거의 무지상태였다. 그런 와중에 감독님께서 “있는 그대로 30년대 공간에 뛰어들면 된다”고 조언해주셨다. 그래서 생각이 바뀌었다. 현재인의 시각으로 그 시대에 빠져 들어 보자고. 그런 면에서 관객들이 봤을 때 큰 시대적 격차를 느끼진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Q. CG를 때문에 블루매트(파란색 배경) 촬영 많았다고 들었다. 어려움은 없었나?
박해일: 그동안 내가 찍었던 영화중에 블루매트 촬영이 가장 많지 않았나 싶다. <괴물>때 CG를 경험해봤지만 당시는 괴물을 처리하는 데 불과했다. <모던보이>는 30년대 배경을 재현하기 위한 것이어서 온통 파란색인 배경 속에서 감독님 설명만 듣고 연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계속 촬영하다 보니 곧 익숙해졌다.
Q. CG를 많이 사용한 이유?
정지우 감독: 우리와 동시대인 2008년을 살고 있는 한 인물을 1930년대 떨어뜨려 놓는 방식으로 영화를 찍고 싶었다. 만약 현대인이 1930년대로 간다면 어떤 모습들을 보게 될까? 그런 의미에서 30년대를 재현하면서 느낀 점은 당시 건물들이나 거리의 모습이 남아 있는 게 거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경성역의 모습은 알고 있지만 그 맞은편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모른다. 그런 세세한 모습들까지 재현하기 위해 CG를 사용했다.
Q. 화려한 헤어나 의상이 화제인데?
박해일: 처음엔 병아리 색이나 파스텔톤 양복을 입는 게 너무 어색했다. 초등학생이 된 기분도 들었고... 그런 의상은 ‘흑백의 시대를 살았던 화려한 인물 이해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장치였기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Q. 섹시한 이미지 때문에 조난실 역을 연기하면서 부담감이 많았을 것 같다.
김혜수: 짧은 시간 내에 변화무쌍하면서도 신비스러운 그녀의 이미지를 관객들에게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은 됐지만, 섹시해 보여야 된다는 고민은 안했다. 조난실이란 캐릭터 자체가 섹시한 이미지만 부각시켜야 하는 인물은 아니다.
Q. 극중 노래와 춤이 많이 나온다. 연습은?
김혜수: 촬영 3개월 전부터 스윙재즈 연습을 시작했다. 워낙 춤을 좋아하긴 하지만 스윙재즈는 매우 어려운 춤이다. 보는 사람은 흥겹지만 추는 사람은 너무 힘들다. 어떤 때는 다리에 쥐가 나 고생하기도 했다. 노래는 가수가 아니라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좋은 음악감독님 을 만나 나에게 어울리는 곡만 선곡해 주셨다. 실제 부른 노래들이 영어 일본어 한국어 포함해서 4곡이나 된다. 특히 김소월님의 시로 만든 노래도 있는데, 그 노래를 듣는 순간 마음이 짠해지면서 눈물이 났다. 그런 감정을 기억하면서 부르려고 노력했다. 보컬트레이닝도 받았지만 음악적으로는 부족한 점이 많았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소중한 경험이었다.
Q. 함께 작업한 소감을 묻겠다.
박해일: 김혜수 선배와 캐스팅되자마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언제 같이 연기해보나’ 기다려왔던 차였다. 김혜수 씨는 한국영화 역사에 남을 사람이라 생각한다. 함께 연기한다는 자체만으로도 기뻤다. 물론 영화를 잘 이끌어가야 된다는 부담감에 힘들었지만, 둘이 카메라에 담긴 모습을 보면 은근 어울린다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난투극이다. 서로 머리를 부여잡고 뒹구는 장면이었는데, 합이 정해지지 않은 남녀의 싸움이어서 많이 망설여지더라.
김혜수: 박해일은 담백하고 군더더기가 없는 사람이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날 편하게 대해 줬다. 하지만 어떤 배우든지 연기를 잘하는 사람 만나면 긴장이 된다. 박해일은 촬영하는 내내 어른스럽다는 생각 많이 했다. 연기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박해일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훌륭한 파트너다.
JTN 현화영기자 / 사진 성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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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관리자 press@jtn.co.kr
- 기사입력 : 2008-08-27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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