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공효진, 영화 <미쓰 홍당무> 제작발표회에서

화장 안한 ‘쌩얼’에 빨갛게 달아오른 두 볼, 그리고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배우 공효진의 얼굴을 프레임 가득 담고 있는 영화포스터를 근래 접한 적이 있는가?

아마 이 포스터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렇게나 망가진 공효진의 모습’에 깜짝 놀랐을 것이다. 그 장본인이 다름 아닌 연예계 대표 패셔니스타로 통하는 공효진이기에 그 놀라움은 배가 된다.

이 화제의 포스터는 영화 <미쓰홍당무>의 티저포스터로 주인공을 맡은 공효진은 누가 봐도 비호감에 ‘밉상’ 캐릭터인 ‘양미숙’역을 맡았다.

워낙 강렬한 인상 탓에 9월3일 열린 <미쓰홍당무>제작발표회에서는 공효진의 연기변신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줄을 이었다. 동료배우 이종혁, 이경미 감독, 박찬욱 감독과 함께 행사에 참석한 공효진은 “영화를 찍기 직전까지 이 캐릭터를 할지 말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시도 때도 없이 빨개지는 안면홍조증과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비호감 외모, 세상의 모든 콤플렉스가 집약된 ‘양미숙’이란 캐릭터가 그녀에게 있어 크나큰 부담으로 다가왔음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공효진은 “처음에는 홍조증 분장에 걱정이 많았다”면서 “하지만 이틀 정도 지나고 나니 그 사실을 까먹게 되더라. 화장실 갈 때마다 깜짝깜짝 놀랐다”며 분장에 얽힌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특히 그녀는 “포스터 촬영 후에 감독님이 자꾸 미안하다고 하셨다. 그땐 무슨 말인가 했는데 진짜 포스터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해 행사장을 폭소케 했다.

이번 영화에서 제작자로 나선 박찬욱 감독은 연출을 맡은 이경미 감독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표시했다. 미장센 단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장과 수상자의 인연으로 만난 두 사람은 5년 전부터 이 작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찬욱 감독은 “미장센 영화제 때 본 이경미 감독의 영화는 지금까지 본 국내 단편 중 최고였고, 그녀에게 작품을 맡기지 않을 수 없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또한 그는 “투자자에게 돈을 받을 땐 고맙고, 감독에게 돈을 줄 땐 미안한 게 제작자”라면서 “많은 돈을 받아 적은 돈을 주는 것 같아 괴로웠다”고 제작자로서의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경미 감독은 단편영화 <잘돼가? 무엇이든>으로 미장센 영화제 비정성시부문 작품상 수상한 바 있는 신인감독이다. 첫 장편데뷔작인 <미쓰 홍당무>에서 그녀는 다른 사람과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자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지만, 서투르고 방법을 몰라 어찌할 줄 모르는 소외된 이들에게 주목하고 있다.

한편 이경미 감독은  “공효진은 비호감 인물을 연기함에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배우”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그녀는 “이 영화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코미디다”라고 정의를 내리며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유발시켰다.

세상의 온갖 콤플렉스는 다 움켜쥐고 있는 여자 양미숙은 어떻게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될까? 만날 사랑하는 사람에게 헛물만 켜는 ‘삽질의 여왕’ 양미숙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는 오는 10월 16일 전국의 영화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JTN 현화영기자  / 사진 이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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