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목에 관한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
최신 개봉작 <인 블룸>, “외국어 제목은 너무 어려워~”


제목 (題目) : [명사] 작품이나 강연, 보고 따위에서, 그것을 대표하거나 내용을 보이기 위하여 붙이는 이름.

영화에서 제목이란 뜻 그대로 극의 내용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쓰인다. 인물 중심의 영화라면 주인공의 이름이 제목이 되고, 사건이나 사물 중심의 영화라면 제목은 그 사건이나 사물에 관계된 것이 된다. 때로는 서술형의 제목들도 눈길을 끈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처럼 영화의 상징적 주제나 중요한 대사를 제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우리나라 영화의 경우에는 쉽게 공감 가는 제목들이 많다. 대부분 한국영화들은 주인공의 이름이나 눈에 잘 들어오는 쉬운 단어들을 타이틀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유독 두 글자 제목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는 점 또한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친구> <바보> <쉬리> <편지> <약속> 등과 같은 두 글자 제목은 쉽게 관객들의 뇌리에 각인돼 영화의 흥행에도 큰 역할을 한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도 <트럭> <비몽> 등 두 글자 제목의 한국영화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외국 영화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실제 제목과 국내 개봉 제목이 달라 관객들을 의아해 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이는 수입 배급사들이 ‘외국어에서 오는 뉘앙스가 한국 관객들에게는 다소 어려울 것 같다’는 판단 아래 원제를 쉬운 영어나 아예 전혀 다른 뜻의 한국어로 바꾸면서 벌어지는 웃지 못 할 상황들이라 할 수 있다.

영화에 있어 언어의 문제를 떼어 놓고 생각할 수는 없듯, 외국어 제목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하기도, 특별한 흥미를 불러일으키게도 한다. 이는 영어제목을 사용한 한국영화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겠다. 올해 개봉했거나 개봉을 기다리는 영화중에서 외국어를 의역했거나 재미있는 속뜻을 가진 제목의 영화들을 모아봤다.


인 블룸 (The Life Before Her Eyes, 바딤 페럴만 2008)

 9월 25일 개봉한 우마 서먼 주연의 <인 블룸(In Bloom)>은 '그녀 눈앞의 인생'이라는 뜻의 'The Life Before Her Eyes'라는 원제를 가지고 있다. 이는 원작인 로라 카시스케의 소설과 동일 제목이다. 영화의 국내홍보사인 ‘모히토’에 따르면, 원래 미국에서 영화가 만들어질 당시 제목은 ‘인 블룸’이었다고 한다. ‘꽃이 필 때’, ‘개화기’라는 뜻의 ‘인 블룸(In Bloom)’은 ‘여자의 일생에서 한창 때, 꽃 피울 시기’를 뜻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 개봉 직전, 제목은 원작 소설명인 'The Life Before Her Eyes'로 갑자기 수정됐고, 국내 배급사는 그런 원제가 너무 어렵다는 판단 하에 한국 개봉명을 바뀌기 전 제목인 ‘인 블룸’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인 블룸>은 한 여성의 과거와 현재를 몽타주 기법으로 엮어 미스터리를 풀어 나가는 스릴러 형식을 취하고 있다. 영화는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기난사사건을 중심으로, 사건 현장에 있던 여고생 다이애나(에반 레이첼 우드)와 15년 후의 다이애나(우마 서먼)의 이야기를 교차시키며 충격적이고 놀라운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모래와 안개의 집>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바딤 페럴만 감독의 신작 <인 블룸>은 <나비효과>, <메멘토>에 이은 시공간 두뇌게임으로 관객들에게 전율과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스언더스탠드(Misunderstand, 마이크 바인더 2005)

 원제는 'The Upside Of Anger'다. 직역하자면 '분노의 위편' 정도? 이야기는 한 가정의 아버지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면서 시작된다. 어머니 테리(조안 알렌)는 남편이 젊은 비서와 바람이 나서 도망간 줄로만 알고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가뜩이나 골치가 아파 죽겠는데 그녀의 네 딸들은 각양각색의 문제를 일으키며 그녀를 분노케 한다. 우리 시대의 어머니이자 중년 여성들의 심리를 파고들며 유쾌한 코미디를 선사하는 <미스언더스탠드>는 우리말로 '오해'라고 의역됐지만, 원제인 ‘분노, 화’가 주는 깊은 의미를 다 담지는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분노의 저편에 숨겨져 있던 놀라운 진실이 공개된다.

댄 인 러브 (Dan In Love, 피터 헤지스 2007)

 얼핏 <미스언더스탠드>의 아버지 버전 같은 느낌을 주는 이 영화는 세 딸을 둔 4년차 싱글 대디 댄(스티브 카렐)의 좌충우돌 로맨스를 그린다. 한국에서는 '사랑에 빠진 댄'이란 뜻의 'Dan In Love'로 개봉됐지만, 원래 제목은 싱글 대디의 삶 자체에 초점을 맞춘 'Dan in real life'다. <댄 인 러브>는 보다 쉽고 간단한 제목을 원하는 영화업계의 바람을 담은 제목이라 할 수 있겠다. 댄이 이상형 마리(줄리엣 비노쉬)에게 반하면서 생기는 해프닝이 주요 줄거리기 때문에 '댄 인 러브'란 한국 제목이 더 잘 어울린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아버지와 마리와 나 (Like Father, Like Son, 이무열 2008)

 먼저 이 영화 제목의 일차적인 의미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내용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왕년에 가요계를 주름잡았던 록가수 태수(김상중 분)는 인생 자체를 건성건성 사는 게 삶의 철학인지라 아들 이름까지 '건성'으로 지은 괴짜 아버지다. 반면, 아들 건성(김흥수 분)은 음악도 공부도 계획대로 착실히 준비해 나가는 바른생활 청년으로 15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가 못마땅해 구박을 일삼는다. 그리고 어린 갓난쟁이를 데리고 그들의 집을 찾은 소녀가 있었으니, 그녀가 바로 '마리'(유인영 분)이다. 영화는 세 사람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며 인생과 예술,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이러한 줄거리에서 알 수 있듯이 ‘아버지와 마리와 나’는 아버지 태수, 소녀 마리, 그리고 화자인 나, 즉 건성을 뜻한다.
 그렇다면 이 제목의 이차적인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마리와 나'를 붙이기만 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여기서 '마리와나'는 '마리화나(대마초)'를 뜻한다. 즉 '아버지와 마리와 나'는 '아버지와 마리화나'를 연상케 하며, 영화의 또 다른 줄거리를 함축하고 있다. 록가수 태수가 15년 만에 아들과 재회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마리화나(대마초) 중독자였기 때문. 하지만 이 영화에서 마리화나는 마약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 보다는 사랑과 낭만이 넘쳐 나던 지난날, 70년대에 대한 향수이자 죽은 아내에 대한 그리움, 아버지 태수가 가진 '슬픔의 메타포'라 할 수 있다.

다찌마와 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류승완 2008) 

 이미 알려진 대로 '다찌마와 리'는 영화에서 '액션 활극 장면'을 지칭하는 말이다. 2000년 인터넷 영화로 많은 이슈를 모았던 류승완 감독의 '다찌마와 리'. 그 극장판인 <다찌마와 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는 액션 활극을 중심축으로 지나친 과장 연기로 웃음을 유발하는 캐릭터 '다찌마와 리'(임원희)의 영웅적 활약상을 담는다. 이 영화의 보도자료에는 제목 '다찌마와 리'에 대한 다음 세 가지 정의가 등장한다.

다찌마와 리 (DACHIMAWA LEE) :
① 통상적으로, 한국영화 제작 현장에서 액션 활극 장면을 지칭하는 말.
② 본 영화에서는, 액션을 잘하는 혹은 괴력을 지닌 이씨 성을 가진 인물을 일컬음.
③ 주의 깊게 살짝 뒤집어보면, 우리가 흔히 그 이씨 성의 인물을 보고 내뱉는 "와, 머찌다!"라는 감탄사와 유사하다는 사실을 눈치 챌 수 있음.

남 주기 아까운 그녀 (Made Of Hornor, 폴 웨이랜드 2008)

 인기 미드 <그레이 아나토미> 시리즈의 '맥드리미' 패트릭 뎀시가 주인공을 맡은 로맨틱 코미디. 원래 영문제목은 'Made Of Hornor(신부 들러리)'지만, 다소 밋밋한 제목인데다 거장 끌로드 샤브롤의 2004년작 <신부 들러리>란 동명 작품이 이미 존재하는 관계로 전혀 다른 한국어 제목인 '남 주기 아까운 그녀'로 개봉하게 됐다. 이 영화는 ‘10년 지기 이성 친구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 한 남자가 그녀의 결혼을 방해하기 위해 신부 들러리가 된다’는 다소 엉뚱한 설정에서 출발한다. 제목 그대로 '그녀를 남 주기 아까워' 벌이는 남자 주인공의 사랑쟁탈전이 주요 스토리다.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을 맡았던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P.J.호건 1997)의 남자 버전 격 영화라 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10월 9일 개봉될 예정이다.


JTN 현화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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