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수 증감에 영향 없는 듯...공정위 '담합' 조사에 영화계 촉각

메가박스를 필두로 국내 3대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이 최근 관람료를 성인기준 1천원씩 올렸다. 종전 관람료 대비 14%가 넘는 8년만의 인상. 

인상 폭만으로 따지면 '대폭'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인상 3주째로 접어든 10일 현재까지 관객의 증감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 등 '충격'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관람료 인상의 취지는 영화관들의 수지 개선에 따른 대(對)관객 서비스 개선과 영화계에 대한 재투자 등이다. 그러나 당초 취지가 제대로 발휘될 수 있을 것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라는 것이 영화계 안팎의 관측이다.

"관객수 변동은 비수기 돼야 알 수 있어" 

8년만에 처음으로 지난달 26일 요금 인상을 단행한 메가박스의 경우, 인상 직후 첫 주말인 27-28일 관객수는 1주일 전에 비해 오히려 큰 폭으로 늘었다.

메가박스에 따르면 서울 코엑스와 목동 등 요금을 인상한 곳은 평균 42.9%, 부산 서면과 광주 등 인상을 하지 않은 곳은 평균 62.2%가 늘었다.

지난 주말(4-5일)에는 대체로 관객수가 줄었다. 그러나 요금을 인상한 곳은 21%가 감소한 반면, 요금을 인상하지 않은 곳은 더 큰 폭(25.7%)으로 감소했다. 

관객수의 증감과 관람료 인상과의 역학관계를 따져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따라서 이번 관람료 인상의 파장은 지난달 24일 개봉한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이라는 대형 블록버스터의 개봉에 일단 묻힌 것으로 분석된다.

인상 2주째인 지난 4-5일 관객수가 줄어든 것은 블록버스터가 개봉 첫주 관객을 집중적으로 모았다가 2주째부터는 관객수가 감소하는 통상적인 현상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메가박스의 한 관계자는 "가격 인상 전후의 관객수 증감은 '트랜스포머2'의 영향"이라며 "요금 인상에 따른 인한 관객수 변동 추이는 비수기가 돼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담합행위' 조사 착수

관람료 인상에 대해 관객들이 별다른 반발 조짐을 보이지 않아 영화관들은 내심 안도하고 있으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칼'을 빼들어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

비슷한 시기에 일제히 요금을 올렸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이 금지하고 있는 '담합행위'라는 의혹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공정위의 조사에도 불구하고 영화관들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영화관람료 할인 중지에 대해 담합 판정을 받은 이후에는 어떤 식의 논의도 없었고 그런 의혹을 받지 않기 위해 조심했다는 것.

요금 인상을 주도한 메가박스는 "물가 인상분이나 서비스 개선, 인건비와 유지비 등에 대한 부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인상한 것"이라며 "담합 행위는 애당초 없었다"고 말했다.

CGV 관계자도 "영화관들은 같은 상품을 파는 곳이기 때문에 같은 시기에 비용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피해나 저항을 최대한 줄이고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시점을 고민한 결과"라고 말했다.

인상 이익은 누가 보나

영화제작가협회 이준동 부회장(나우필름 대표)은 "산업적인 측면에서 관람료 인상은 꼭 필요한 일이었지만 영화계 전체의 이익이 되려면 부율(영화관과 투자.배급사의 수익 분배 비율) 문제 등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았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한국영화의 부율이 5:5가 된 것은 영화관에서 광고비를 부담하던 시절에 정해진 것인데 지금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외화처럼 최소한 부율을 투자ㆍ배급쪽에서 6, 영화관에서 4를 갖는 식으로 조정해야하며 장기적으로는 이 비율을 개봉초기와 중반, 후반기에 따라 조정하는 슬라이딩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관람료 인상에 따른 이익이 정당하게 제작 몫으로 돌아오고 그 돈으로 다시 투자가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여전히 초대권을 남발하는 영화관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도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람료 인상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은 관객들인 만큼, 현장 서비스를 개선하라는 요구도 높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터무니없이 비싼 팝콘과 음료수 값이지만, 영화관들은 당장 가격을 조정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한 영화관 관계자는 "요금을 동결한 지난 8년 동안 생긴 물가 인상분과 인건비, 시설 개선ㆍ유지 비용 등을 감안하면 비용을 현실화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JTN 현화영 기자
Copyrightⓒ2009 JTN all rights reserved.

《기사제보 press@j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