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내 상영금지 파문 일으킨 화제작...영화 ‘야스쿠니’  국내 개봉

“한국 사람들은 아직 야스쿠니 신사 문제에 대해 잘 모르고 있습니다. 영화를 만들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23일 서울 용산구 용산CGV에서 열린 ‘야스쿠니’의 국내 첫 언론시사회에서 ‘한중일 공동행동’의 한 한국위원이 감독에게 한 말이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종식되고 패전국이 된 일본. 벌써 64년이란 긴 시간이 흘렀지만 그들은 반성은커녕 오히려 전쟁을 정당화하고 전범을 신격화 하는 일을 자행하며 국제사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특히 이 야스쿠니 신사에는 일본인 뿐 아니라 한국 대만 중국인 등 강제징용으로 끌려가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의 위패까지 모셔져 있어 유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신사 측은 “유족의 의사와는 관계가 없다. 천황을 위해 죽은 일본의 순교자는 유족의 것이 아니다”라는 엉뚱한 논리로 비판을 받고 있다.

유족들은 “이는 인간의 존엄을 해치는 엄연한 범죄행위”라며 신사 측과 팽팽한 긴장과 대립 관계를 유지해왔다. 문제는 이 싸움이 언제 끝나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 현재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한국인 징병의 위패는 2만여위로, 유족들은 외롭고 지루한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야스쿠니’는 일본에 사는 중국인 영화감독 리잉 씨가 10년간의 취재를 통해 파헤친 야스쿠니 신사에 관한 진실을 담고 있다. 일본내 민감한 사안인 만큼 상영금지 파문, 삭제논란 등으로 뜨거운 이슈를 모았지만 정작 그의 고발은 그리 명쾌하고 직접적이지는 않아 보인다.

영화를 본 한 관객은 “야수쿠니 신사를 신봉하고 참배하는 사람들 영상이 많아 오히려 불쾌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시사회를 위해 내한한 리잉 감독은 “영화를 보고 유쾌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당연한 일이며 나 또한 그 감정 때문에 이 영화를 찍게 됐다”면서 “영화에서 표현하고 있듯 전쟁후유증이란 것은 매우 애매모호한 형태로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영화를 통해 이런 감정들이 진정 해소될 수 있도록 한.중.일 사람들이 터놓고 소통하며 이야기할 수 있는 계기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감독은 현재 야스쿠니 신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다듬어지지 않은 필체로 영상에 담아내고 있다. 맹목적일 수밖에 없는 쌍방간의 입장을 충돌되는 느낌의 영상들의 나열로써 표현하고 있는 것.

지난 2005년 종전 60주년을 맞아 야스쿠니 신사에서 열린 기념집회에서는 이시하라 신타로 도교도지사가 “일본이란 사자를 잠에서 깨우자”는 연설을 하고, 정체모를 두 청년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 반대”를 외치며 무대위를 돌진하다 반대세력의 폭행에 피를 흘린다. 감독은 이 두 청년이 일본인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고이즈미 전 일본총리의 신사참배 장면.

영상의 충돌이 거듭되는 가운데 영화에서 ‘정(靜)’의 느낌을 주는 대목이 있다면 야스쿠니 신사의 신체(神體)로 패전까지 12년 동안 8천100개나 만들어진 ‘야스쿠니도(刀)’ 제작을 재현하며 살아가는 92세 장인의 모습이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녹음테이프에 담긴 ‘천황의 목소리’를 듣는 장인의 모습이 등장하는데, 이를 통해 감독은 “모든 야스쿠니 정신은 천황에서 왔고, 문제의 중심은 천황의 책임에 달려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리잉 감독은 “천황은 ‘일본의 체면’과도 같은 존재”라면서 “천황은 곧 국가의 존엄을 뜻하기 때문에 일본인들은 문제점을 자각하거나 반성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 체면과 존엄은 야스쿠니도로 표현되고 있다”면서 “야스쿠니도는 일본에서 아름다움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그 내면에는 잔혹함이 숨겨져 있다”고 경고했다.

리잉 감독은 영화가 주는 메시지의 무게 만큼이나 극심한 재정난과 제작 금지 외압 등 수많은 문제와 맞닥뜨려 왔다.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의 지지와 일본내 지지자들의 후원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감독의 변. 

오는 27일에는 일본내 법원에 계류중인 상영금지 처분에 대한 재판 결과가 나온다. 감독은 “일본에서의 격렬한 반응에 대해 이해한다”면서 “그러나 일본인 중에서도 이 영화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엄청난 위안을 받는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야스쿠니’는 광복절 전 주인 내달 6일 개봉을 확정해 국내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가 알아야할 진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야스쿠니’ 속에는 담겨 있다.


JTN 현화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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