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이 들춰낸 사건의 전모!

12년 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태원 햄버거 가게 살인사건이 영화화됐다.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제작 선필름)은 당시 사건을 담당한 박 검사(정진영 분)를 주인공으로 범인 측과 첨예하게 대립하며 죄를 입증하려하나 범인들이 무죄로 풀려나게 되는 전 과정을 재구성했다.

80년대 영화운동의 산증인이며 ‘오! 꿈의나라’,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를 연출한 홍기선 감독의 신작. 미해결 사건을 사실적으로 파헤친 ‘살인의 추억’(감독 봉준호), ‘그놈 목소리’(감독 박진표)에 이어 또 한 번 사회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영화의 제작사인 선필름은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태원 살인사건에 대한 전모를 밝혔다.

지난 1997년 4월3일 밤 11시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B햄버거가게 화장실에서 홍익대 휴학 중이던 조중필 씨(당시 23세)가 가슴과 목 등 9군데나 무참히 난자된 채 싸늘한 시체로 발견됐다.

당시 햄버거 가게에 같이 동행했던 피해자 여자친구의 제보를 받고 수사에 들어간 CID(미육군범죄수사대)는 유력한 살해 용의자로 미군속 아들 패터슨(당시 18세)을 검거해 조사를 벌였다.

사건 현장에는 한국계 미국인 혼혈아 패터슨과 재미교포 에드워드 리(당시 18세)인 단 둘만이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CID 측은 패터슨과 그 날 함께 했던 참고인들을 불러 조사한 결과 패터슨이 미국내 갱단인 ‘노르테14’의 단원이며, 결정적으로 패터슨으로부터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는 말을 들었다는 참고인 진술 등을 토대로 패터슨을 살인범으로 지목하고 신병을 한국 측에 넘겼다.

또한 사건발생 며칠 후 에드워드 리도 한국경찰에 참고인 자격으로 나타났으나 한국 측 검찰은 수사 결과 에드워드 리가 범인이라며 미군 측의 주장을 뒤집었다.

수사 당시 패터슨과 에드워드 리는 사건 현장에 두 사람만이 있었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서로 상대를 살인자라며 책임을 전가한다.

결국 관련 진술서를 통해 이들은 패터슨이 소지하고 있던 잭나이프를 가지고 놀다가 살인을 충동질하는 “나가서 아무나 찔러봐라”는 식의 이야기를 나누다 누군가 “내가 뭔가를 보여주겠다(I’ll show you something cool, come with me)”며 때마침 화장실에 가던 조중필 씨를 따라 들어가 칼로 아무런 이유 없이 그를 마구 찔러 현장에서 숨지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사람들이 많은 햄버거 가게에서 재미로 사람을 죽이고도 이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버젓이 화장실을 나갔으며 그들의 행동에 대한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는 것.

상흔의 부검을 통해 가해자가 피해자보다 키가 크다는 점, 방어흔이 없는 것으로 보아 육중한 몸무게를 가진 이를 통해 단번에 제압되었다는 점, 거짓말 탐지기 조사 결과 등을 통해 1997년 4월26일 에드워드는 살인죄로, 공범인 패터슨은 단지 흉기 소지와 증거 인멸에 따른 폭력죄로 기소됐다. 같은해 10월2일 1심재판부는 에드워드에 대해 무기징역을, 패터슨에겐 징역 장기 1년6월, 단기 1년을 선고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두 용의자의 항소로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다음해인 1998년 1월26일 항심 재판에서 에드워드는 징역 20년, 패터슨은 징역 장기 1년 6월, 단기 1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이후 패터슨은 항소를 포기하고 복역하던 중 1998년 8.15특사로 사면됐으며, 에드워드는 대법원에서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대법원까지 간 끝에 1999년 9월3일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받는다.

이렇듯 10대 한국계 미국인이 벌인 끔찍한 ‘묻지마’ 살인은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베일에 싸여 있는 상태다. 홍기선 감독은 사건의 사실적인 묘사와 뒷이야기를 통해 우리사회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다.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은 8월19일부터 7일간 열리는 ‘시네마 디지털 서울 2009’ 월드 프리미어 부문에 초청됐다.


JTN 현화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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