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숍 네 남자 이야기, <서양골동양과자점-앤티크> 언론시사회

오랜만에 얼굴을 드러낸 배우 주지훈은 매우 호탕한 남자였다. ‘게이’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는 자신의 영화가 자칫 민감하게 비춰질 수 있음에도 ‘극중 게이역할을 본인이 맡을 줄 알았다’며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버리니 말이다.

2006년 MBC드라마 <궁>으로 모델에서 일약 스타 연기자로 발돋움한 주지훈은 KBS드라마 <마왕>을 제외하고는 2년 가까이 숨을 고르며 영화를 준비해왔다. 반짝 인기몰이를 기회 삼아 쉬지 않고 활동을 이어나가는 또래의 꽃미남 배우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 왔던 것. 그런 그가 10월 28일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로 스타일리쉬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민규동 감독과 함께 <서양골동양과자점-앤티크>를 가지고 언론시사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앤티크>는 주지훈 외에도 김재욱, 유아인, 최지호 그리고 프랑스 배우 앤디 질렛이 가세해 ‘케이크숍’을 운영하는 다섯 남자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려나간다. 영화의 중심이 되는 ‘진혁’ 역의 주지훈은 “케잌은 달지만 씁쓸한 뒷맛이 남기도 한다. 이 영화 역시 처음엔 마냥 즐겁지만 뒤로 갈수록 주인공의 어두운 과거가 드러난다. 영화를 찍으면서 뒷내용에 너무 빠져들어 주변 사람들의 걱정을 사기도 했다”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앤디 질렛은 내가 ‘정상의 남자’임을 입증해준 남자!”

마성의 게이 ‘선우’를 맡은 김재욱은 극중 애인인 앤디 질렛(프랑스 파티쉐 ‘장’ 역)과의 베드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털어놨다.

“역할을 결심한 후부터 ‘거부감 없는 매력적인 게이’의 모습을 표현하겠다고 다짐했다”는 그는 세련된 패션 감각과 귀여우면서도 새침데기 같은 특유의 표정으로 여성의 빈자리(?)를 대신한다.

하지만 그런 김재욱일지라도 자신의 성향과는 다른 ‘남자와의 잠자리’는 무척이나 거북했을 터. 김재욱은 “앤디와의 베드신을 앞두고 그의 사진을 보면서 ‘나는 이 남자를 사랑한다~ 사랑한다~’ 주문을 외우며 마인드 콘트롤까지 했다. 하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마음은 그에게 가는데 몸이 따라주질 않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서 그는 “앤디 질렛은 내가 ‘정상’임을 확인시켜준 고마운 사람이다”라고 말해 간담회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원작 만화 보고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민규동 감독

민규동 감독은 일본 만화가 요시나가 후미 예찬론자였다. 6년 전 음식에 관한 영화를 준비하던 중 친구의 추천으로 동명의 만화를 읽게 됐다는 민감독은 엔딩 장면의 모티브가 된 만화의 한 장면에서 심장이 멎는 듯 전율을 느꼈다고 한다. <내 생애~>에 엄정화의 핸드백 속에 이 만화책을 소품으로 배치했을 정도로 만화에 대한 그의 열정은 대단해 보였다.

‘아프고 힘든 이야기를 아프지 않게 풀어나가는 작가의 시선’, ‘신선해야 하는 빵을 골동품점 같은 앤티크한 가게에서 파는 아이러니’가 좋았다는 민규동 감독은 예능 쇼프로그램을 보는듯한 화려한 비주얼과 코믹 요소들을 영화 곳곳에 적절히 배치해 만화적 상상력으로 극대화시키는데 성공했다.

‘기존 장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민감독은 <앤티크>에서도 주류장르인 ‘코믹드라마’에 파격적일 수 있는 동성애 소재를 들여오는가 하면, 독특한 미스터리 구조까지 곁들여 색다른 코믹장르를 선보인다. 원작의 동성애 코드를 적당히 감추려 들지 않고 오히려 밝고 건강한 웃음의 소스로 사용하는 민규동 감독의 기지가 돋보인다.


JTN 현화영기자 / 사진 이동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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