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에 "노벨 평화상 수상한 나라의 큰 어른 잃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문화예술계 인사들도 저마다 김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소개하면서 깊은 애도의 뜻을 표시했다.

영화감독 임권택씨는 "대통령이 되시기 전 영국에 계실 때 '서편제'를 비디오로 보시고, 한국에 돌아와 다시 극장에서 영화를 보셨다"며 "같이 식사를 하면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한'에 대한 말씀을 많이 하신 게 기억에 남는다"고 회고했다.

국악인 겸 배우 오정해 씨는 "영화 '서편제'를 통해 만나뵌 인연으로 30-40년을 지켜온 철칙을 깨고 제 결혼식 주례까지 서주셨다. 그 이후 여러 사람으로부터 주례를 부탁받자 '오정해양 때문에 곤란해졌다'고 말하며 웃으시던 모습이 생생하다"고 고인을 회고하며 "개인적 친분을 넘어 시대의 정신적 지주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고 말했다.

지휘자 금난새 씨는 "김 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평양을 방문해 남북 화해의 물꼬를 트는 것을 지켜보며 감격스러워했던 기억이 새롭다. 남달리 깊고, 넓은 역사적 안목을 가지고 남북 화해라는 큰 선물을 주고 떠나셨다"고 말하기도 했다.

1997년 MBC TV '일요일 일요일밤에-이경규가 간다'를 통해 당시 대선 후보자 신분의 김 전 대통령을 인터뷰한 개그맨 이경규는 "당시 예능프로그램으로는 파격적으로 김 전 대통령을 인터뷰했는데 일산 집 앞으로 불쑥 찾아갔는데도 응해주셨다"면서 ""유머가 넘치셨고 모르는 것이 없는 박학다식한 분이시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 이후 쭉 존경해왔다"는 인연을 소개했다.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이 만난 문화예술인들에 관한 이야기를 엮은 '이경규에서 스필버그까지'라는 책의 제목에 이경규를 언급하기도 했다.

배우 안성기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시기 전 '성공시대' 등 내 영화의 시사회에 몇 차례 참석해주셨다"며 "예술에 대한 조예도 깊으셨고 진심으로 예술인들을 좋아해주셨다. 이것은 예술인이라면 누구나 공통적으로 드는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성기는 무엇보다 김 전 대통령이 스크린쿼터를 잘 지켜준 데 감사하면서 "한국영화가 부흥할 수 있게 도와주셨고 영화인들에게 깊은 관심을 표하셨다"고 회고했다.

5ㆍ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2007)를 제작한 유인택 기획시대 대표는 "당시 이희호 여사와 참모진과 함께 직접 극장에 나와 영화를 보시고는 '잘 만들었다, 흥행되겠다'며 격려해 주셨다"면서 "영화진흥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영화진흥법을 제정하는 등 영화계가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을 갖고 도와주셨기 때문에 영화인들에게는 특히 가장 감사한 분"이라고 평가했다.

최태지 국립발레단 단장은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철학을 가지고 예술계에 많은 힘이 돼 주셨다"면서 "그분 재임 기간에 국립발레단 단장을 맡은 인연이 있는데 발레리나 김지영이 국제콩쿠르에서 입상하고 왔을 때 청와대로 함께 불러 격려해주시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과는 신안 하의도 동향인 화가 홍성담씨는 "향후 100년 이내에 그만한 정치인이 또 나올 수 있을까 한다"면서 "1987년 6월 항쟁이 끝나고 다른 문화인들과 함께 김 전 대통령을 잠깐 뵌 적이 있으며, (내가) 1992년 감옥에서 3년형을 마치고 출소했을 때는 김 전 대통령이 비서를 시켜 영지버섯 등을 보내준 일도 있다"는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최근 세브란스병원으로 김 전 대통령을 병문안했다는 연극인 손숙씨는 "평생을 국민을 위해 사신 굉장히 따뜻하고 정 많은 분이지만 너무 많은 유언비어와 오해가 있어 안타깝기도 하다"면서 "연극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 전반을 사랑하시고 너무 세상이 어려우니까 못 펼치셨을 뿐 본인께서 흥이 있으신 분"이라고 회고했다.

2004년 2월 서울 동교동 '김대중 도서관'에서 김 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 가수 서태지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인권신장, 평화를 위해 평생을 헌신하신 분"이라며 "특히 대한민국 젊은 세대의 대중문화와 음악을 사랑해주신 분으로 존경과 함께 안타까운 마음으로 조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트로트 가수 태진아는 "김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 나와 송대관 씨 등 여러 연예인을 초대해 식사를 함께한 적이 있다"며 "당시 식사 자리에서 무반주로 '창부타령'을 불렀는데 무척 즐거워하셨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승철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일생을 헌신하신 분이셨기에 존경과 애도를 표한다"며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한 나라의 큰 어른을 잃어 안타깝다"고 조의를 표했다.

장윤정은 "생전에 직접 뵌 적은 없지만, 대중문화계에 큰 관심을 가져주신 분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나라를 이끈 훌륭한 지도자께서 타계해 안타깝고 슬프다"고 말했다.

국민의 정부에서 초대 여성특위 위원장을 지낸 윤후정 이화학당 이사장은 "김 대통령께서 여성평등권을 확장시켜주셨다는 기억을 지우지 못할 것"이라고 회고하고, "평화의 길이 크게 열렸으면 좋겠다"고 염원했다.

같은 여성특위 위원장을 지내며 여성부 발족을 이끈 백경남 동국대학교 명예교수는 김 전 대통령은 "젊은 정치인 시절부터 여성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계셨고 재임 중 여성 지위 향상에 가장 큰 업적을 이루신 대통령이었다"고 말했다.


JTN 문화.연예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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