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김옥빈, 김석훈과 함께 한 영화 <1724 기방난동사건> 제작발표회

한 편의 무협만화 같은 영화가 곧 개봉된다.
제목은 <1724 기방난동사건>. ‘조선최초 익스트림 액션사극’이란 해괴한 장르명을 사용하는 이 영화는 말 그대로 익스트림(extreme), 극단적이거나 과도한 액션과 표현으로 가득 찬 사극이다. 특히 바르고 신사적인 이미지로 정평이 나 있는 두 배우, 이정재와 김석훈이 이 기괴한 극의 양축을 이루고 있어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자아낸다.

<1724 기방난동사건>은 ‘조선시대 건달들은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영화다. 만화적 비주얼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충무로의 풍운아 여균동 감독이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아 “영화는 어렵지 않아야 한다”는 평소 그의 지론을 그대로 펼쳐 보일 예정이다.

내용 또한 간단하다. 조선의 뒷골목 건달인 ‘천둥’(이정재 분)과 조선 최고 기생집 ‘명월향’의 주인 ‘만득’(김석훈 분)이 최고의 기녀 ‘설지’(김옥빈 분)를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한판 승부가 주요 스토리. 11월 6일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영화 <1724 기방난동사건>의 제작발표회에는 이정재 김석훈 김옥빈 이원종 등 주요출연진과 여균동 감독이 참석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영화에 대한 뒷얘기를 나눴다.

-기자간담회 주요내용-

Q. 영화 <1724 기방난동사건>에서 조선 최고의 기녀이자 요부로 나오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김옥빈: 조선시대 기생은 단지 아름다움을 떠나 시와 서, 가무를 겸비해야 했다. 지금의 예능인과 같은 역할. 많은 공부도 해야 했고 악기와 고전무용도 배워야했다. 여균동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캐릭터를 창조했기에 그다지 큰 어려움은 없었다.

Q. ‘명월향’의 주인이자 조선을 뒤흔드는 최고의 남자로 나온다. 지금 같으면 연예기획사 CEO같은 역할? 실제 자신이 CEO라면 김옥빈을 스카우트하겠나?
김석훈: 영화에 김옥빈이 춤추는 장면이 나온다. 원래 김옥빈은 현대무용을 잘하는 친구인데 고전무용은 처음이라고 들었다. 영화에서 매우 고혹적으로 춤을 추는 모습에 놀랐다. 손놀림하며 자태가 매우 아름다웠다. 내가 사장이라면 당연히 김옥빈을 영입해서 ‘비서’로 두겠다.(웃음)

Q.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점과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이정재: 너무 추웠다는 생각 밖에는 안 든다. 양수리 종합촬영소 세트장 위 한옥마을에서 촬영했는데, 거기가 산 위여서 굉장히 추웠다. 핫팩이 없으면 촬영 불가능할 정도였다. 그것 말고는 특별히 힘든 점은 없었다. 영화의 첫 씬과 마지막 씬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 장면은 김석훈과 혈투를 벌이는 장면이었는데 CG를 사용해서 블루매트 앞에서 아무것도 없이 연기해야 했다. 마치 영화 <스타워즈>의 배우가 된 듯했다. 아직 영화를 못 봤는데 완성된 장면을 기대하고 있다.

Q. 영화에서 천둥의 오른팔 ‘칠갑’ 역할을 맡았다. 가장 재미있었던 일은?
이원종: 모든 배우들과 촬영 전부터 영화사 사무실에 모여 연습을 한 달 넘게 호흡을 맞췄다. 그래서 그런지 수월하게 연기했던 것 같다. 나 같은 경우, 수하들이 굉장히 많은 역할이었다. 날렵한 액션을 선보이는 그들과 보낸 시간이 가장 재미있었다.

(끼어들며) 이정재: 이원종 씨는 너무나 많은 작품을 해서 오늘 무슨 작품의 제작발표회를 하러 나왔는지도 모르고 있었다.(웃음)

Q. 영화에 대한 자세한 설명 부탁한다.
여균동 감독: 한국에는 건달영화가 많이 있다. 이를 조선시대로 옮겨와 즐겁고 호방하게 표현을 해보자는 생각에 영화를 기획하게 됐다. 왕과 신하들이 나오는 사극이 아니라 조선 뒷골목에 사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춰보자... 그들의 단순한 생활사 보다는 조금 과장되더라도 허구를 섞어 재미있게 만들어 보려고 했다. 사료에 그리 집중하지는 않았다.

Q. 영화 <1724 기방난동사건>을 일 년 전에 찍었다고 들었다. 오랜 시간 기다린 끝에 개봉을 앞둔 소감은 어떠한가?
이정재: 우선 시나리오가 무척 재미있었다. 스토리나 인물의 성격이 잘 묘사돼 있어서 ‘이 영화 놓치면 안 되겠구나’ 생각했다. 감독님이 정통사극처럼 가면 안 된다고 하셔서 연기 톤을 조절하는데 처음엔 너무 난감했다. 의상이나 소품도 현대적인 분위기가 많이 나서 착용했을 때 느낌이 남달랐다. 지금까지 한 영화중에서 가장 과장된 연기를 한 듯하다. ‘이렇게까지 해도 되나?’ 고민될 정도... 하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또 그런 과장된 연기가 맞는 거라는 믿음이 생겨났다. 결과에 대해서는 보신 분들이 판단을 해주셔야 할 것 같다.

김옥빈: 의상이나 미술 면에서 다채로운 색깔과 비주얼이 눈에 띄는 작품이다. 새로운 사극으로 독특하게 평가됐으면 한다.

김석훈: 지금까지 한 번도 악한 인물을 연기해본 적이 없다. <1724 기방난동사건>에서는 악하면서도 색다른 캐릭터를 창출해내야만 했다. 마치 연극을 하는 것처럼 리딩(대사를 맞춰보는) 기간만 한 두 달을 가졌다.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악한 인물이지만 독특한 표현을 해보자고 결심했다. 목소리 표정 손짓 의상 분장까지 지금까지 해보지 못한 독특한 연기를 마음껏 펼칠 수 있었다. 이 작품에서 별 무리 없이 역할을 소화해냈다는 평가만 받는다면 만족하겠다.

이원종: 사실 연기가 과장됐다는 건 이정재나 김석훈의 기준에서 그런 거다. 내가 그런 연기를 했다면 그것은 평소의 모습이 아닐까? 두 사람은 과장된 연기를 마음껏 했고, 나는 오히려 지금까지 해왔던 것 보다는 최대한 연기를 자제해야하는 상황이었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안 하는 게 오히려 너무 힘이 들었다. 울화통이 치밀기까지 했다.(웃음)

여균동 감독: 우선 감독으로서 여기 있는 배우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CG가 굉장히 많이 쓰여 후반작업이 길어졌다. 10mm 카메라 렌즈를 굉장히 많이 썼는데, 이 렌즈를 쓰면 배우들이 얼굴이 (마치 물고기처럼) 많이 왜곡이 돼 보인다. 배우들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과제였을 텐데 스스로 맞추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좋았다. 전체적인 색상도 마블코믹스처럼 과장되게 장면장면 구분화시켜 마치 만화책을 읽듯이 사극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이게 영화의 최대 관전 포인트다.

Q. 상대배우들에 대한 평가 부탁한다. 특히 이원종은 이정재를 형으로 모시는데 기분은?
이정재: 이원종 씨와는 두 씬 정도, 잠깐 맛보기 정도로만 함께 찍었다. <오! 브라더스> 때도 함께 호흡을 맞췄었는데, 당시 별로 안 친해서 서로에 대한 오해가 있었다. 이번 영화로 다시 만나 이제는 그가 든든한 맏형처럼 느껴진다. 모두들 매우 재미있게 영화를 찍었다. 2편 언제 찍을까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였다.

김옥빈: 처음에는 상대역인 이정재가 무서웠다.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워낙 모던하고 세련돼서... 실제로는 현장에서 장난도 치는 재미있는 선배였다. 김석훈은 여성스타들에게 인기가 많은 편. 한 마디로 아줌마 같은 성격이다. 하지만 연기할 때보면 무서울 정도로 철두철미하다. 이원종은 이번 작품만 네 편째 함께하는 거다. 매우 편하고, 항상 도움을 많이 주셔서 감사드린다.

김석훈: 개인적으로 영화든 드라마든 무조건 재미있게 찍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드라마는 상대 배우들과 친해질 시간이 별로 없는데, 대기시간이 긴 영화는 다르다. 이정재는 처음엔 매우 차가워 보이는데 알고 보면 동네 세탁소 주인 같은 느낌을 준다. 김옥빈은 아직도 볼 때마다 가슴이 설렌다. 원래는 내 여자였는데... 이정재가 빼앗아가서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웃음) 원종 형은 원래 아는 동네 형이니까...넘어가겠다.

이원종: 영화를 찍은 지 꽤 돼서 기억이 아득해지는데, 다시 모이니깐 다시 즐거웠던 생각이 난다.

여균동 감독: 모두들 재미있게 영화 만들었고 새로움을 추구하려고 노력했다. 많은 분들이 와서 봐 주시길 바란다.


JTN 현화영기자 / 사진 이동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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