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로부터 구해달라는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처음에는 장난전화인 줄 알고 끊으려고 했던 밥(고찬락)은 그레이스(서희원)의 다급한 말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다. 그녀를 구해줄 영웅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평소 하던 대로 불의를 못 본 척하고 살아갈 것인가? 고민의 기로에서 밥은 전자를 선택한다.

영화 <커넥트>(11월 20일 개봉)는 <셀룰러>의 탄탄한 시나리오와 <천장지구>의 진목승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웰메이드 홍콩 액션 스릴러 영화다. <커넥트>는 할리우드 영화의 스릴과 아시아의 감성이 만나며 잘 차려진 밥상처럼 풍요로움을 더한다. 동서양의 조화가 단번에 이루어질 수 없듯 감정표현이나 일관된 분위기를 창출하는 데 있어 버석거리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영화는 전형적인 스릴러의 공식을 거의 완벽하게 따르며 진한 액션을 선사한다. 시종일관 박진감 넘치는 추격신과 대역을 거의 쓰지 않고 펼쳐지는 액션신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볼 만한 가치가 있다.

밥은 충분한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온갖 악조건을 뚫고 ‘누군가’를 구한다. 긴박한 상황에서 밥은 그레이스에게 아들에게 전할 말을 남긴다.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아들에게 말해줘요. 이 세상을 위해 진정한 일 하나는 했다고….” 누가 위급한 처지인지 알 길이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면서 밥과 그레이스는 끈끈한 끈 하나를 이어간다.
한낱 소시민이 ‘인터폴’이라는 강한 권력의 거대한 음모에 대응하며 부딪치는 과정이라는 진부한 소재에서 꽉 찬 화면과 걸쭉한 질문을 뽑아내는 진목승 감독은 이 영화 <커넥트>에서 세밀한 디테일에 집중하며 다시금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영화에서 모든 인물은 변화한다. 빚 수금 대행 업자로 불의를 보고도 방관자로 있을 수밖에 없었던 밥은 자신에 대한 강한 믿음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 홍콩 경찰청 강력반 경찰에서 좌천되면서 원칙과 정직에 대한 불신과 안온한 일상에의 회의를 품고 있던 아휘(장가휘)는 “인생은 너무도 살 만하다.”고 말하며 터닝 포인트를 마련한다. 뜻밖의 상황에서 뜻밖의 변화를 맞이한 인물들은 보다 집념된 삶을 살아갈 것을 결심한다.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각박해지는 시대를 밟아간다. 삭막함은 더해지고 사람들의 감성은 점차 메말라간다. <커넥트>는 무엇보다 ‘인간’에 관한 영화다. 개인의 작은 용기와 변화, 그로부터 파생되는 희망과 사랑에 대한 집요한 피력이다. 영화는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불가결한 어떤 모종의 인간애를 간구하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믿음과 신뢰에 대해 전광석화 같은 질문 하나를 남긴다.

낯선 이로부터 절박한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JTN 권선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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