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시민단체 '대량학살' 에이즈 퇴치광고 제작...비난여론 고조, TV 방영 불투명

"아무리 공익광고라지만 너무 심한 것 아닌가."

에이즈(AIDS, 후천성면역결핍증) 퇴치 캠페인을 위해 나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를 등장시킨 독일의 한 영상 광고가 독일은 물론, 유럽 전역에서 뜨거운 찬반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1일 독일의 대중지 '빌트'와 영국 '선' 인터넷판 등 유럽지역 언론에 따르면 에이즈 관련 시민단체인 레겐보겐은 오는 12월1일 세계에이즈의 날을 앞두고 최근 한 광고업체에 의뢰해 문제의 영상을 제작했다.

레겐보겐은 이와 함께 히틀러를 비롯, 사담 후세인과 조지프 스탈린 등 '대량학살'로 악명 높았던 독재자들의 이미지에 'AIDS IS A MASS MURDERER'라는 영문 자막을 넣은 포스터 3종을 만들어 공개했다.

포스터 자막과 마찬가지로 '에이즈는 대량학살자'라는 제목을 단 영상에서는 흐릿하게 처리된 남녀 한쌍의 정사 장면이 나오다 마지막에 히틀러의 얼굴이 등장한다. 이어 "에이즈는 대량학살자. 스스로 지킵시다!'라는 독일어 자막과 함께 끝난다. 

이 영상은 일단  여론의 비상한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당초 계획한 TV 방영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여러 유대인 단체와 에이즈 관련 단체들이 이 광고의 폐기를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기 때문. 

시민단체 '독일 에이즈 지원'의 한 관계자는 "광고 제작자에 이 역겨운 영상을 회수하도록 요구할 것"이라면서 "이것은 충격을 주는 데만 초점을 맞춘 것으로 에이즈 바이러스인 HIV에 감염된 사람들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독일 에이즈 재단'의 대변인도 "이 광고를 규탄한다"고 밝혔으며 독일 유대인중앙위원회의 고위 관계자도 성명을 통해 이 광고가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량학살) 희생자들에 대한 '모욕이자 조롱'이라고 비난했다.

여론의 역풍이 거세지자 레겐보겐은 TV, 영화관, 라디오, 뮤직비디오 등을 통해 대대적인 광고에 나선다는 당초 계획에서 후퇴, 광고 계획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레겐보겐과 접촉했던 독일의 RTL 방송도 광고의 내용을 검토한 뒤 이를 방영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레겐보겐 측은 히틀러의 이미지를 활용한 데 대해 "HIV에 얼굴을 만들어 주고 싶었을 뿐"이라며 "단지 에이즈 바이러스가 (대량학살자의) 그런 얼굴을 갖길 원했다"고 해명했다.


JTN 박피터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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