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각역 ‘양심 할아버지’...매일 아침 출근길 시민에게 북을 치는 이유는

“제 북소리 들으시고 마음 속 양심을 깨워주세요.”

매일 아침 출근시간만 되면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앞에 나와 북을 치는 한 할아버지가 있다.

원래는 승려였다는 이 할아버지는 얼마 전까지 계룡산에 있는 한 절에서 수행에 전념하다 양심을 우습게 보는 요즘 사회가 한탄스러워 서울행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5월부터는 종각 앞에 아예 터를 잡고 아침마다 북을 치며 행인들에게 “양심의 싹을 틔울 것”을 부르짖고 있다. 근처에 집이 없는 탓에 종각역 부근의 한 고시룸에서 생활하고 있단다.

자신을 “70대 노인일 뿐”이라며 이름도 정확한 나이도 밝히지 않는 이 할아버지는 “양심은 마음 속 씨앗과 같다”면서 “우리는 매일 이 싹을 틔우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거듭 역설했다.

할아버지는 “양심은 창조주의 유전인자와 같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양심은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할아버지의 뜻에 동의하는 주변 사람들조차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며 운동에 동참하는 것을 꺼려했다고.

그럼에도 할아버지는 극심한 경제위기로 인해 더욱 척박해지는 사회를 보며 “무엇보다 시급한 일은 양심을 찾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신의 양심만 깨운다면 대한민국은 양심민국이 될 것입니다.”

할아버지는 눈에는 보이지 않는 양심에 대해 일깨우기 위해 ‘양심사회 가꾸기 6행(行)’이라는 명칭의 행동강령도 만들었다.

이 행동강령은 윤리도덕심, 인화공영심, 사회정의심, 인간존엄심, 환경정화심, 자비관용심 등 올바른 사회를 만들기 위한 여섯 가지 덕목을 담고 있다.

법과 도덕을 지키고, 이웃과 화합하고, 사회 정의를 실현하고, 인간을 존중하고, 몸과 환경을 깨끗이 하고, 남들에게 자비를 베풀라는 이 덕목들 중에 우리가 하찮게 여길 것은 하나도 없어 보인다.

얼마 전에는 청계천에서 의류상가를 운영하는 사람들, 대전에서 올라온 대학생들이 할아버지의 뜻을 전해 듣고는 스스로 이 운동을 전파하겠다는 굳은 약속을 하고 돌아갔단다.

“작은 성냥개비 하나로 불을 지폈을 뿐인데 전국으로 퍼져나가더라”며 흐뭇해하는 할아버지는 “이 운동이 전국 곳곳 전파되고 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산으로 돌아가겠다”며 ‘허허’ 너털웃음을 지어보였다.

“양심은 이 사회와 국가를 세우는 데 일종의 기초공사와 같다”고 말하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돌아오는 길.

처음에는 매일 같이 종각 앞에 나와 북을 친다는 이 할아버지가 이상해 보이고 조금은 걱정도 됐었다.

하지만 막상 할아버지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있노라니 양심운동이란 게 결코 부질없고 헛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같은 보통 시민들이 먼저 나서서 양심을 세우고 양극화가 없는 민생경제를 만들자”는 할아버지의 뜻이 일파만파 퍼져 진짜 그런 사회가 되어도 좋겠다는 바람도 들었다.

혹시 아침 출근길에 이 ‘양심 할아버지’를 만나게 된다면 “할아버지, 안녕하세요”하면서 먼저 인사를 건네보는 것은 어떨까.


JTN 현화영 기자 / 사진 유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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