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집행자’서 냉철한 사형집행관 열연…배우 박인환도 “사형제도는 필요해”

유일하게 살인이 허락된 직업, 사형집행 교도관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집행자’(제작 활동사진)가 개봉을 앞두면서 사형제도 존폐론에 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각본과 연출을 맡은 최진호 감독은 6일 서울 안국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사형제도에 관한 논란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영화는 아니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사형제도 존폐론이 아직 우리사회에 관해 민감한 사안인 만큼 언론의 자제를 암묵적으로 요청한 것.

그는 “늙은 사형수가 과거에 저지른 범행 장면도 넣는 등 극중 사형수에 대한 연민이나 동정심은 최대한 배제하려 노력했다”면서 "12년만에 사형집행 명령이 떨어지면서 교도소 내에서 벌어지는 교도관들과 죄수들의 인간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주연배우인 조재현과 박인환은 “때로는 사형제도가 필요하다”는 쪽의 소신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극중 사형제도 찬성론자인 ‘배종호’ 역으로 등장하는 조재현은 “꼭 사형제도 찬성이냐 반대냐 하는 문제는 아니다”면서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그는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이나 일명 ‘나영이 사건’을 보면서 만약 우리 가족이 당했다면 용서할 마음이 생길까란 생각을 했다”면서 “실제 교도소에서 촬영을 해보니 흉악범으로 들어온 사람도 이곳에서 만큼은 교화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안일하고 편한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고 속마음을 전했다.

앞서 “사형집행 후 무죄가 밝혀지는 경우처럼 100명중 단 한 명이라도 무고한 죽음을 원치는 않는다”고 전제하기도 한 그는 “단순히 사형제 존폐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람들을 극악무도하게 해친 이들이 교도소에서 사형수란 이름표만 단채 편하게 살고 있는 게 결코 옳은지는 생각해볼 문제”라고 강조했다.

배우 박인환 역시 조재현과 비슷한 논리로 사형제 존속을 주장했다.

30년 이상 교도관으로 근무하면서 유일하게 사형 집행 경험이 있는 교도관 ‘김교위’역을 맡은 그는 “극중 장기수들과 인간적으로 친해져 사형집행 명령을 받고도 갈등을 느끼는 인물을 연기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사형제도에 대해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박인환은 “인권도 물론 중요하지만 국가가 흉악범들에 대해 본보기로 사형을 집행할 필요성도 있다”며 조재현보다 한층 격앙된 목소리로 주장했다.

이에 제작발표회의 사회를 보기 위해 무대에 오른 제작사 활동사진의 대표인 조선묵 씨는 “이 영화는 사형제도에 대한 영화가 아닌데”라며 난색을 표하기도.

영화가 사형제도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논지를 펼치고 있는지는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후에야 밝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집행자’는 오는 8일부터 열리는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으며 내달 5일 개봉 예정이다.


JTN 현화영 기자 / 사진 이충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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