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과 함께 하는 사진전시회 (2008 마음으로 보는 세상)’
12월 28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술 디자인센터

“앞을 볼 순 없지만 카메라에 숨결을 불어넣어요.”

시각장애인들이 사진을 찍는다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들이 꽤나 있을 듯하다. 눈으로 보는 이미지들을 저장하는 수단인 카메라.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들이 카메라를 가지고 세상을 찍는다면 그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상명대학교 영상미디어 연구소(소장: 양종훈)가 ‘시각장애인과 함께 하는 사진전시회(2008 마음으로 보는 세상)’를 열었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이 전시회는 10여명의 시각장애인들이 촬영한 총 60여점의 작품들이 전시되며, 지난 22일 오픈식을 시작으로 28일까지 대학로 예술 디자인센터 갤러리 1관에서 계속될 예정이다.

‘마음으로 보는 세상’의 작품들은 그동안 상명대학교 영상미디어 연구소에서 개최해온 ‘시각장애인 사진교실’을 통해 나온 땀과 노력의 결과물들이라 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들도 시각적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역발상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벽을 허물겠다는 취지의 이 사진교실은 지난 9월 20일 발대식을 거쳐 약 4개월간 진행됐다.

10여명의 시각장애인들은 전시 작품을 촬영하기 위해 지난 10월 북한산을 등반했다. 대부분이 저시력이거나 전맹의 장애인이어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것이 힘겨웠지만 더 좋은 사진을 촬영하겠다는 의지만큼은 일반 사진작가 이상이었다는 후문이다. 도움을 주기 위해 같이 등반을 한 사진학과 멘토 학생들보다도 더 적극적인 모습이었다고. 그날 이후에도 이들은 공연장, 서울시내, 수도권매립지 등등을 다니며 비장애인들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세상을 사진에 담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전시된 작품들은 비록 앵글이 비뚤고 초점이 흐린 사진이 대부분이지만, 마치 “우리가 보지 못했던 세상의 모습은 이런 것”이라고 말하는 듯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사진전의 총 기획자인 상명대 양종훈 교수(영상학부)는 “역발상을 통한 시각장애인들의 사진전시회를 시발점으로 더욱 더 많은 장애인들이 예술 활동에 참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시각장애인들도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 그리고 상대방의 눈으로 우리 스스로를 바라보자는 것. 그게 바로 이번 사진전이 건네는 메시지다.


JTN 현화영기자 / 사진 성혜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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