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녀의 이야기...상처 입은 두 남녀의 기억과 치유에 관한 메시지

‘토끼와 리저드’는 사랑과 기억에 관한 영화다.

‘우연’이란 이름으로 만난 ‘은설’(장혁 분)과 ‘메이’(성유리 분). 서로를 원하지도, 잘 알지도 못하지만 두 사람은 마치 그렇게 ‘운명’지워진 듯 다시 만난다.

민히제스틴 증후군이란 희귀병을 앓고 있는 택시운전사 은설은 언제 심장이 멈출 줄 모르는 시한부 인생을 살아간다. 4살 때 미국으로 입양된 메이는 친부모의 행적과 자신의 어깨에 난 ‘흉터(리저드)’의 원인을 찾기 위해 한국에 온다.

은설은 어린 시절 봤던 ‘빨간 토끼’를 찾고 싶은 열망과 그리움에 죽음이 임박해옴을 느끼면서도 결코 운전대(생명의 끈)를 놓지 않는다. 그리고 친부모가 이미 죽고 없음을 알고 방황하는 메이를 도와주며 연민을 느낀다.



메이는 그런 은설을 향해 “왜 자꾸 따라다녀요”라며 모질게 말하지만, 그런 그녀의 외침은 “나 좀 도와줘요”라는 요청에 불과할 뿐 그녀 역시 자신의 상실감을 채워줄 수 있는 누군가를 필요로한다.

은설은 치매에 걸린 할머니의 병원에 메이를 데려가는가 하면, 메이는 부모님의 추억이 서려있다는 예서역에 은설과 함께 간다.

각자의 인생에 발을 하나씩 들이기 시작한 두 사람은 서로의 아픈 기억을 보듬다 결국 자신이 치유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주지홍 감독은 두 사람이 함께 가는 여정 곳곳에 어린 시절 사고에 관한 플래쉬백을 삽입, 종국에 드러나게 될 두 사람의 기억과 운명을 암시한다.

이렇듯 뻔한 결말에 대해 감독은 “영화를 보고 ‘신파’라고 단정 짓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토끼와 리저드’는 감성 멜로드라마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아픈 두 존재가 우연히 만나서 사랑의 감정을 키우고 치유해가는 과정을 통해 감정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 그로인해 영화는 장혁과 성유리라는 두 인물의 내면을 묘사하고 의식 흐름을 따라가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



그런 감독의 의도는 마지막 부분에 잘 드러나 있다. 영화의 제목인 ‘토끼와 리저드’는 은설과 메이의 기억을 잇는 어린 시절의 사고, 즉 은설이 잃어버린 심장과 메이가 얻은 상처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신파를 넘어선 새로운 상징과 깨달음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결국 토끼와 리저드는 두 사람의 아픈 기억을 뜻하기도 하지만 다시 두 사람을 만나게 함으로써 계속 살아가야할 생명의 의미가 되기도 한다. 햇빛 찬란한 어느 봄날의 엔딩신처럼.


JTN 현화영 기자 / 사진 이충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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