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 할아버지와 마흔살 소의 애틋한 동행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

워낭 [명사] 마소의 귀에서 턱 밑으로 늘여 단 방울. 또는 마소의 턱 아래에 늘어뜨린 쇠고리

멀뚱멀뚱 할아버지를 쳐다보던 소의 눈이 영화를 보고난 후에도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팔순 먹은 최원균 노인과 한평생을 살았던 소. 사십 여 세월을 훌쩍 뛰어넘은 그들의 동행이 스크린에서 빛을 내뿜는 순간, 영화는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사색과 관념들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는 선댄스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 등 많은 영화제를 통해 작품성을 인정받은 우리 독립영화다. 특히 얼마 전 끝난 ‘서울독립영화제2008’에서는 매진사례와 함께 관객상을 수상하는 등 평단과 관객의 고른 지지를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송환’으로 시작해 2006년 ‘사이에서’, ‘비상’, 2007년 ‘우리학교’, 2008년 ‘우리는 액션배우다’까지 독립영화계에 웰메이드 다큐멘터리 영화 붐이 일고 있는 가운데 곧 개봉되는 이충렬 감독의 ‘워낭소리’가 이러한 붐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워낭소리’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공감이 가는 소재인 동물 ‘소’를 주인공으로 하지만 가축과 인간의 보이지 않은 우정 외에도 할머니의 구수한 입담에서 나오는 유머, 어려운 시대를 살았던 우리의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삶에 대한 진한 통찰력을 보여준다.

“아침 일찍 눈을 뜨자마자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들녘으로 나가셨던 아버지.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도 있는 건데... 우리는 그 사실을 너무나 잊고 살았습니다.” 영화의 시사회가 있던 지난 12월 29일 이충렬 감독이 한 말이다. 그는 “아버지를 닮은 소의 모습을 통해 사실은 우리들의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전한다.

4년 전 방송국 PD였던 이충렬 감독은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시골 여행을 하고 있었다. 당시 ‘소와 농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고 마음을 먹은 이충렬 감독은 오랜 동안 소와 함께 살아온 최원균 할아버지를 우여곡절 끝에 만나게 됐다. 최원균 할아버지는 한 쪽 다리가 불편한데도 평생 소에게 의지하며 농사를 지어 9남매를 키워낸 사람이었다. 그에게 소는 한 마디로 이동수단이자 평생의 친구. “저 소가 죽어야 내가 편해지지”라고 말하는 할머니의 질투어린 토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할아버지는 그저 소의 여물 챙기기에만 여념이 없다.

한 마디 투정도 게으름도 없이 묵묵히 할아버지의 발이 돼 주고 손이 돼줬던 소를 두고 할아버지는 “내 아들보다 이 소가 나아”라고 말하며 웃음 짓는다. 평균 수명이 15년인 소가 마흔 살까지 살았던 건 이런 할아버지의 사랑에 대한 보답이었으리라. 영화는 할아버지와 소,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할머니의 일상을 통해 인생의 진정한 가치, ‘그래도 삶은 아름답다’라는 작은 진리를 일깨워준다.

따뜻한 감동과 웃음이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는 오는 1월 15일 개봉될 예정이다.


JTN 현화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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