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판 ‘노아의 방주’…‘무엇이 인류를 위협하는가’에 관한 경각심 불러일으켜

* 팬도럼(Pandorum) : 인간이 우주 공간에서 장기간 생활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극한의 패닉상태

마지막 인류를 실은 ‘노아의 방주’를 상상해야 하는 현실이 슬펐다.

영화 ‘팬도럼’(감독 크리스티앙 알버트)은 먼 미래지만 누구나 두려워하는 인류의 암울한 미래를 SF스릴러 형식을 빌려 가상이지만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 '페이튼' 중위 역의 데니스 퀘이드

미국과 독일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서기 2174년 지구의 최후를 대비해 마지막 인류 6만명을 태우고 새로운 행성 ‘타니스’로 떠난 우주선 엘리시움호를 배경으로 한다.

새로운 행성에서 무사히 정착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인종별.분야별 섹션에 나눠 남녀와 그들의 배우자, 엔지니어들을 실어 나르는 이 거대 우주선에서 승무원들은 2년을 주기로 근무를 하는데 다음 근무가 돌아오기까지 10년간은 수면실에서 깊은 잠에 빠지게 된다.

영화는 오랜 수면에서 깨어나 일시 기억상실에 빠진 '바우어' 상병(벤 포스터)과 '페이튼' 중위(데니스 퀘이드)가 낯선 생명체의 습격으로 폐허가 된 엘리시움호에서 몇몇 동료들과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다.


△ '바우어' 상병 역의 벤 포스터

‘팬도럼’은 SF영화임에도 보는 내내 조금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잔인한 폭력성 때문에 국내에서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에이리언’과 ‘레지던트 이블’ 제작진이 다시 모여 만든 영화인만큼 미래의 모습과 괴생물체를 묘사하는 기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집단 수면상태에 빠져든 괴생물체들을 깨우면서 벌어지는 하이라이트 추격신을 비롯해 바우어 일행을 끊임없이 위협하는 괴생물체와의 혈투 장면은 너무나 끔찍해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특히 어둡고 우울한 화면구성에 ‘인간의 적은 무엇보다 인간 자신’이라는 원죄론적 시각이 더해져 반전 섞인 영화의 결말은 가히 충격으로 다가온다.


△ 유전학자 '나오미' 역의 안체 트라우

제목이기도 한 ‘팬도럼’은 오랜 시간 우주공간에서 생활한 사람에게 나타나는 극도의 정신착란 증세를 지칭하는데, 결국 엘리시움호가 좌초하게 된 원인을 드러내는 단초로 작용한다.

감독은 등장인물들에게서 나오는 사악함이 팬도럼 때문인지 내면의 본성 때문인지 관객들로 하여금 쉬이 단정 지을 수 없도록 하는 모호한 장치들을 영화 곳곳에 심어 놓았다. 어쩌면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 “지구의 암울한 미래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각성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주제가 너무 심오하고 무거워서일까. 108분간의 러닝타임 내내 펼쳐지는 어둡고 축축한(?) 영상들이 다소 부담으로 다가오는 관객들도 있을 터. 장시간 앉아 있는 관객들을 배려해 가끔은 '쉼표'를 넣어주는 것 또한 영화란 상업예술이 가져야 할 미덕이다.


△ '갈로' 상병 역의 캠 지갠뎃

‘팬도럼’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단골 주인공 데니스 퀘이드를 비롯해 ‘3:10 투유마’, ‘알파독’ 등으로 주목받는 신예 벤 포스터, ‘매트릭스’ 시리즈의 캐리 앤 모스를 떠올리게 하는 독일 여배우 안체 트라우 등이 출연해 생명력 넘치는 미래인상을 연기했다.

또, ‘트와일라잇’으로 세계적인 아이돌 스타로 발돋움한 캠 지갠뎃이 적은 분량이지만 팬도럼의 정체를 드러내는 중요한 인물 ‘갈로’ 상병으로 분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팬도럼'은 오는 22일 국내 관객들을 찾아간다.


JTN 현화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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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팬도럼'의 미국판 티저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