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통쾌한 복수극…기지와 상상력 돋보이나 대중성은 부족

할리우드의 악동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나치 습격사건을 소재로 한 시대극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을 들고 찾아왔다.

194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바스터즈’는 일명 ‘개떼들(바스터즈.basterds)’이라 불리는 나치 소탕군단의 활약을 그린 액션 대작.

러닝타임만 152분에 달하는 이 영화는 시나리오 단계서부터 주인공으로 염두에 뒀다는 브래드 피트와 함께 올해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에 빛나는 악역 크리스토프 왈츠, ‘트로이’의 히로인 다이앤 크루거까지 쟁쟁한 스타들이 모여 ‘타란티노 스타일’을 완성했다.


△ 배우 브래드 피트

독일 점령 하의 프랑스에서 나치를 소멸하기 위해 모인 인물들을 표현하기 위해 감독은 미국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다양한 국적의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미국 출신 피트와 크루거, 오스트리아 출신 왈츠 외에도 프랑스 출신의 신성 멜라니 로랑, 독일 출신 틸 슈바이거가 최종 낙점돼 깊이 있는 연기를 펼쳤다.


△ 배우 멜라니 로랑

마치 나스타샤 킨스키를 연상시키는 미모의 멜라니 로랑은 이번 작품을 통해 또 하나의 ‘스타탄생’을 알리기도.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을 비롯해 출세작 ‘펄프픽션’, ‘킬빌’ 시리즈까지. 자신이 비디오 가게 점원이던 시절부터 영감을 줬던 동서양 감독들에 대한 오마주나 할리우드 상업영화의 틀을 벗어난 파격적 영상들로 전 세계적으로 ‘거장’의 호칭을 부여받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전작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 영화에서도 그의 기지와 상상력은 빛을 발한다.


△ 배우 크리스토프 왈츠

디지털 시대에 35mm 필름을 고집하고 아메리칸 뉴시네마나 스파게티 웨스턴, 일본의 활극 등에서 영향을 받은 고전적인 촬영 스타일과 장르, 모티프를 통해 혁신을 이뤄내는 번뜩이는 천재성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것.

특히 그가 직접 선곡했다는 OST에는 1960~70년대 영화에 사용된 바 있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을 비롯해 전설적인 영국의 록가수 데이빗 보위의 1980년대 노래가 삽입돼 복수와 관련된 영화의 내용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의 상황과 독일의 영화산업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아 영화가 가진 대중성을 의심케 한다.


△ 배우 다이앤 크루거(좌)

독일 나치군단의 4대 전범인 아돌프 히틀러, 파울 요제프 괴벨스, 헤르만 괴링, 마틴 보르만 등을 비롯해 극의 중간 중간 등장인물들이 언급하는 데이비드 셀즈닉(‘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감독)이나 레니 리펜슈탈(베를린올림픽 기록영화로 유명한 독일 여감독), 마를레네 디트리히(1930~40년대를 대표하던 독일출신 여배우) 등 많은 영화인들이 낯선 관객들도 있을 것이다.

물론 모든 관객의 눈에 맞춘 영화는 불가능한 법이지만, 미리 알고 봤다면 영화를 보는 재미가 한층 배가됐을 만한 부분들이 타란티노의 이번 영화에서는 부쩍 눈에 띈다. 그로인해 ‘바스터즈’는 많은 국내 관객들이 “어렵다”고 평하는 소수 마니아들만의 작품으로 전락할 수도 있는 위험성을 안게 됐다.


△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그럼에도 이 영화는 바스터즈 일당과 프랑스 유태인 소녀 ‘소샤나’의 처절한 복수가 절정을 이루는 후반부로 갈수록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선사, 극도의 몰입도를 이끌어낸다.

20분간 롱테이크로 촬영된 ‘술집 접선 장면’과 모든 인물이 한 곳에 모아지는 하이라이트 ‘시사회’ 장면은 타란티노 감독의 역량을 그대로 보여주는 시퀀스들이다.

역사적 사실에 비춰 미리 결말을 예상하는 것은 금물. 감독의 상상력으로 중무장된 통쾌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은 오는 29일 개봉된다.


JTN 현화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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