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윤계상 [사진=JTN]

“사형집행관 수당이 단돈 7만원?”…생명과 윤리에 관한 진지한 성찰 담아

사람을 죽인 살인자, 또 그들을 죽여야 하는 사형집행관들. 그들에게 주어진 수당은 단 7만원에 불과했다.

‘집행자’(감독 최진호, 제작 활동사진)는 가상이지만 12년만에 사형을 집행해야하는 교도관들의 일상을 차분히 따라가 보는 영화다.

참회와 분노가 공존하는 공간인 감옥은 적막이 감돌다 못해 한기까지 느껴질 정도로 섬뜩하기만 하다. 우리가 지금까지 영화 속에서 봐온 교도관들의 모습 또한 그랬다. 무표정의 교도관들은 마치 찔러도 피 한 방울 안날 것 같은 차가운 인상이었다.

하지만 ‘집행자’는 교도관들 역시 우리와 다를 것 없는 인간들이라는 전제 하에서 출발한다. 비록 주변에서 접하기 힘든 특수한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 역시 우리의 부모, 형제, 이웃들이다.


△ 배우 조재현 [사진=JTN]

19일 서울 소공동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집행자’의 언론시사회. 사형제 폐지론과 관련해 제작 전부터 사회적인 이슈를 불러 모은 영화인 만큼 영화의 주제 또한 무겁고 진지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는 기쁨과 분노, 슬픔과 즐거움(희노애락)이 공존하는 휴먼드라마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에피소드들이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현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과 강력범죄에 대한 이슈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 ‘추격자’를 떠올리게도 한다.

‘정사’, ‘무사’ 등 조감독을 통해 충무로에서 잔뼈가 굵은 최진호 감독은 입봉작인 이 영화에서 세련된 카메라 워킹과 몽타주를 사용해 깔끔한 연출을 보여줬다.

요즘 ‘조두순 사건’ 등 각종 강력범죄들이 불거지면서 일부러 기획된 영화가 아니냐는 의혹도 많이 받았다고.

“몇 년 전 신문에서 사형집행 교도관들의 고충에 관한 기사를 읽고 시나리오를 집필하기 시작했다”는 그는 “사형은 법무부 장관의 사인만 떨어지면 당장 오늘이라도 집행될 수 있는 제도라는 점을 착안해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 배우 차수연 [사진=JTN]

영화는 무엇보다 ‘생명과 윤리’에 관한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진다. 신입 교도관인 ‘오재경’(윤계상 분)은 여자친구 ‘은주’(차수연 분)의 임신으로 몹시 혼란스러워하는데, 그가 낙태에 대해 고민하자 선배인 ‘배종호’(조재현 분)는 “살아있는 걸 어떻게 죽여?”라며 만류한다.

하지만 정작 그는 우리 사회에 사형제도는 꼭 필요하다고 믿으며 사형 집행에 앞장서는 사람이었던 것. 이런 아이러니들을 통해 영화는 관객들에게 “당신은 판단은 어떤 것인가”에 관해 끊임없이 묻는다.

사형은 선고에 관여한 검사나 판사, 피해자 가족들, 나아가 온 국민이 사형수들을 죽이는 행위와도 같다. 하지만 우리는 사람을 죽였다는 공포심과 두려움은 고스란히 사형집행 교도관들이 몫임을 그동안 간과해왔다. 그리고 그들 손에 단돈 7만원이라는 특별수당이 주어진다는 사실도.

영화를 찍기 전 제작진과 배우들은 실제 사형을 집행해본 전직 교도관을 만났다고 했다. 그들의 삶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처참했다. 아직도 수면제가 없으면 잠을 자지 못한다는 영화 속 한 교도관의 절규가 귓속을 메아리친다.



‘집행자’는 사형 집행의 전 과정을 섬세한 묘사를 통해 사실적으로 전달하고 있지만 이야기의 해결점을 찾지 못하는 평행적인 결말로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사형제도의 존폐를 떠나 사람이 사람을 죽여도 되는 것인지에 관해 문제를 던져주고는 있지만 감독의 태도가 불분명해 오히려 혼란감만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지난 제작발표회에서 감독은 “이 영화는 사형제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지는 영화는 아니다”라고 단호히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영화는 감독이 사형제 폐지론자가 아닐까 하는 의혹을 지울 수 없게 한다. 오는 29일 개봉.

[JTN평점] ●●●●○

JTN 현화영 기자 / 사진 이충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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