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관계 속 꿈틀거리는 욕망’…형부와 처제의 사랑 다룬 박찬옥 감독의 신작

두 사람은 분명 사랑한 게 맞다.

“우리 언니 사랑했어요?”‘

'은모'(서우 분)는 형부인 ‘중식’(이선균 분)에게 묻는다. 지난 7년간 그들을 휘감던 두려움, 질투, 애증의 감정들이 하나로 뒤섞여 방안 전체에 안개처럼 피어오른다.

“그럼, 저는요?”

은모가 중식에게 다시 묻는다. 이제 그들은 금지된 사랑이 낳은 처참한 기억에 종식을 고하려 한다.

은모는 중식을, 중식은 은모를 정말 사랑했을까.

영화 ‘파주’(감독 박찬옥, 제작 명필름)는 적절한 생략과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편집을 통해 의식의 흐름만으로 이야기를 전하며 기존 멜로영화의 공식에서 벗어난 '파격'을 선사한다.



감독은 두 사람이 왜 사랑하게 됐는지,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구체적인 사연들을 스크린 위에 드러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111분 러닝타임동안 두 사람이 정말 사랑했음을 오롯이 느끼게 되는 것을 보면, '역시 박찬옥 감독!'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첫사랑과의 가슴 아픈 이별을 뒤로하고 안개가 자욱한 도시 파주로 숨어든 중식. 안개가 자욱한 도시 파주에서 중식은 여중생이던 은모를 만났고, 얼마 후 그녀의 언니 ‘은수’(심이영 분)와 결혼한다.

처음에는 언니를 잃은 상실감에 형부가 싫은 줄만 알았다. 은모는 중식의 첫사랑 흉내를 내며 그를 놀라게 하더니 “우리 언니 건드리지 마”라며 소리를 질러보기도 한다. 

형부를 향한 연정, 언니에 대한 질투, 그리고 불신과 의혹으로 뒤엉킨 성장기를 보내게 되는 그녀는 영화에서 유일한 악(惡)으로 등장한다. 은모는 금지된 사랑만큼이나 진실이 중요하지만 내면에 꿈틀거리는 욕망 때문에 힘겹기만 하다.

운동권 출신인 중식은 철거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을 정도로 약자의 편에서 노력하지만 자신이 왜 이렇게 힘들게 살고 있는지 정작 목적성까지 잃어버린 채 표류한다. 어쩌면 이는 처제를 사랑하면 안 되는 사회적 금기에 대한 ‘자학행위’인지도 모른다.



결국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을 지켜주기 위해 사회적인 의무까지 버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은모를 위해 모든 비밀을 덮음으로써 자신의 사랑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받는다.

파주를 감싸는 짙은 안개만큼이나 모호하기만 한 인물들의 감정. 하지만 햇빛 드리워지면 사라져버리는 안개의 속성처럼 그 감정들은 영사기 빛에 이내 드러나고 만다. 하지만 감정에 대한 해석은 관객들의 몫이다.

평소 “문제적 인간형에 끌렸다”고 공언해온 박찬옥 감독은 ‘질투는 나의 힘’ 이후 7년만에 내놓은 이 작품에서 탁월한 인물 심리 묘사와 구성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평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선균 서우 심이영 등 배우들 역시 감독에게 힘을 보태며 또 하나의 ‘매혹’을 만들어냈다.

영화 ‘파주’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에서 최우수작에 수여되는 아시아영화진흥기구(넷팩)상을 받았다. 오는 29일 개봉.

[JTN평점] ●●●●○

JTN 현화영 기자 / 사진 이충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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