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돌아온 ‘임창정표 코미디’…코미디보다 로맨스에 초점

임창정-박예진의 커플호흡이 돋보이는 영화 ‘청담보살’이 23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됐다.

‘청담보살’이라는 강한 제목과 포스터에 걸맞지 않게 영화는 요절복통의 코미디보다는 두 남녀의 멜로라인이 크게 부각되며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느낌이 강했다. “무릎이 닿기도 전에 웃겨드립니다”라는 포스터 문구가 무색할 정도.

배우 박예진이 섹시한 미녀보살로 등장해 눈길을 끄는 한편, ‘스카우트’ 이후 2년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임창정은 특유의 능청스러운 표정과 말투로 관객들을 배꼽 잡게 한다.



‘위대한 유산’,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색즉시공’ 등 ‘임창정표 코미디’라고 이름 붙여진 대표작들에서 찾아볼 수 있듯, 임창정은 마치 옆집 오빠나 아저씨 같은 친근한 외모와 더불어 너무나 인간적이다 못해 찌질해(?) 보이기까지 하는 천연덕스러운 연기로 충무로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는 자연스러운 애드리브와 추임새로 스토리에 활력을 불어넣는가 하면 한 여인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만큼은 착하고 진실된 모습을 선보이며 '임창정표 코미디'에 또 하나의 필모그래피를 추가했다.

'청담보살'은 무속신앙이란 소재를 서울 청담동으로 상징되는 신세대 문화와 접목시켜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잘 나가는 미녀보살 ‘태랑’(박예진 분)은 호화 클럽을 연상시키는 점집 ‘포츈살롱’을 운영하며 억대의 수익을 거둬드린다.



“요즘 시대에 무슨 무당이냐?”고 생각하는 관객들도 있을지 모르지만, ‘청담보살’은 천시되던 무속신앙에 대한 선입견을 깨부수며 현 세태까지 반영하고 있다. 최근 점이나 역학을 보러 다니는 젊은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고, 백화점 영화관을 비롯해 거리 곳마다 점가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기 때문.

과거 점 문화가 사회로부터 배척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면 이제는 음지에서 나와 또 하나의 문화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 현재 우리나라의 점 시장은 3조원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관점에서 ‘청담보살’은 단순 코미디영화가 아닌, 현 사회를 비추는 거울의 역할(영화란 매체가 가진 중대한 임무)을 충실히 수행한다는 평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드라마적인 측면에서 색다른 러브스토리를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운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운명보다는 사랑’이라는 주제와 무속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설정은 기발하지만 ‘두 남녀가 만나 티격태격하다 이별하고 결국은 사랑을 깨닫고 다시 만나게 되는’ 천편일률적인 로맨틱코미디의 공식에서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독특한 소재만큼이나 달라진 신세대 연인들의 풍속도를 프레임에 담는 감독의 센스가 다소 아쉽다.

어찌됐든 그런 아쉬움을 뒤로하고서라도, ‘청담보살’은 가볍고 재미있는 영화를 찾는 관객들에게는 권해볼 만한 영화다. 오는 11월11일 개봉.

[JTN평점] ●●●○○

JTN 현화영 기자 / 사진 이충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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