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13 현대카드 슈퍼콘서트Ⅳ ‘플라시도 도밍고 내한공연’]

‘마법 같은 밤’ 선사한 플라시도 도밍고 내한공연
끊임없는 자리이동으로 눈살 찌푸리게 한 관객 많아

8년 만에 우리나라를 다시 찾은 플라시도 도밍고. 그 환상적인 목소리는 느닷없는 한파에 몸도 마음도 꽁꽁 얼어붙은 관객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녹여주기 충분해 보였다. 하지만 정작 '세계 최고의 테너'를 지켜보는 우리들의 자세는 어떠했던가.

1월 13일 오후 8시, 서울 방이동에 위치한 올림픽 공원 체조경기장. 관객들은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듯 이른 시각부터 ‘플라시도 도밍고 내한공연’(지휘 유진 콘 / 연주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을 보기 위해 공연장을 꽉 메웠고, 거장의 무대는 그야말로 군더더기 하나 없이 완벽해 보였다. 플라시도 도밍고는 마스네의 <르 시드> 중 ‘오, 절대자여, 심판관이여, 아버지여’를 시작으로 칠레아의 <아를르의 연인> 중 ‘페데리코의 탄식’, 소로사발의 <항구의 선술집> 중 ‘그럴 리가 없어요’, 번스타인의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중 ‘오늘밤’ 등 주옥같은 오페라와 뮤지컬 넘버들을 아우르며 음악에 조예가 깊은 관객이나 그렇지 못한 관객 모두를 사로잡았다. 그의 파트너 캐서린 젠킨스와 이지영 역시 한국에서의 첫 공연이었지만 능숙한 무대매너와 가창력으로 큰 박수갈채를 받아 ‘마법같은 밤’을 선사했다.

문제는 관객들의 매너에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고 입장이 불가하다는 주최 측의 설명이 앞서 있었음에도 1부 순서에서는 한 곡이 끝나고 다음 곡이 시작되는 사이 자리를 찾는 수많은 관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처음 몇 곡만 그러려니 생각했다면 오산. 웬 지각생(?)들이 그리도 많은지 1부는 그렇게 우왕좌왕하는 분위기 속에 내내 진행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나마 1부에서는 성악가들을 배려하는 관객들의 모습이 조금이라도 보였던 게 다행이었다. 적어도 성악가가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는 자리 배치를 마치려고 노력하는 관객들이 많았으니까. 2시간 반이 넘는 긴 공연이었던 탓인지 2부가 끝나갈 무렵이 되자 관객들은 점점 무질서해져갔다. 그중에는 분명 개인적인 용무가 바빴던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공연장에 1만 명이 넘는 관중들이 왔으니 사람들에게 치이기 전에 서둘러 집에 돌아가야 했던 마음도 잘 안다. 하지만 마지막 3~4곡을 남겨두고 하나 둘씩 자리를 뜨는 관객들의 모습은 남은 관객들의 눈살마저 찌푸리게 하며 집중력을 떨어뜨려 놓았다. 심지어 플라시도 도밍고가 아직 무대에 있는데도 뒤돌아 출입구를 향해 당당히 뛰어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마 성급히 자리를 뜬 관객들은 7곡이나 계속 된(본 프로그램보다 더욱 풍성했던) ‘앵콜타임’을 모조리 놓쳤을 것이다. 플라시도 도밍고는 기립박수를 아끼지 않은 남은 관객들을 위해 다양한 앵콜곡을 선보이며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특히 한국가곡인 ‘그리운 금강산’을 세 사람이 함께 부를 때는 절로 가슴이 뜨거워지는 감동마저 느껴졌다. 하지만 앵콜곡 한곡 한곡이 끝날 때마다 우르르 줄어드는 관객석을 보며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인간이 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 드라마틱한 표현력과 가창력으로 전 세계 팬들을 울고 웃게 했던 오페라계의 신화 플라시도 도밍고. 그는 역사상 가장 많은 126개 오페라 배역을 소화해낸 진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지난 2008년 4월에는 영국 BBC Music Magazine이 16명의 유명한 오페라 평론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테너’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호세 카레라스, 고인이 된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함께 ‘3테너’로 불리는 그의 나이는 올해로 69세. 우리나라로 따지면 고희에 가까운 나이임에도 그의 무대는 여전히 기품과 함께 힘이 넘쳐났다. 음향효과 운운하며 공연장 가리기에 급급한 뮤지션들과는 달리, 제대로 된 음악극장에서 한 공연이 아니었음에도 최선을 다해 혼신의 무대를 보여준 그이기에 ‘역시 거장은 다르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혹시 안 좋은 기억이 있었다면 모두 잊고, 다음에도 부디 한국을 찾아 그 아름다운 영혼의 ‘울림’을 다시 가슴에 담아가는 영광을 누리게 해 주시길 기원해 볼 뿐이다.


JTN 현화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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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현대카드 홍보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