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연극을 브라운관에... KBS 4부작 미니시리즈 ‘경숙이, 경숙아버지’
가장 힘들었던 시기, 고난을 웃음으로 이겨낸 민족의 자화상

연극연출가 박근형 원작, 대학로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두 차례나 연장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끈 연극 ‘경숙이, 경숙아버지’가 브라운관에 옮겨진다. ‘바람의 나라’ 후속으로 방송될 4부작 KBS 수목미니시리즈 ‘경숙이, 경숙아버지’는 6.25전쟁으로 시발된 격정의 현대사를 살아온 우리 민족의 이야기를 결코 어둡지 않고 해학적으로 풀어나가는 작품이다.

지난 1월 15일 여의도 KBS신관 국제회의실에서는 ‘경숙이, 경숙아버지’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주인공 ‘경숙아버지’ 역의 정보석과 ‘경숙이’ 역의 심은경을 비롯해 홍충민, 정성화, 채민희 등 출연진들은 무엇보다 작품이 지니고 있는 ‘드라마의 힘’에 강한 신뢰를 표시하는 모습이었다. 연극을 드라마로 옮긴 장본인인 김혜정 작가는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드라마로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가장 고심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경숙모(홍충민 분)의 로맨스가 첨가된다거나, 경숙아버지가 그냥 한량이 아닌 ‘장구재비’로서 직업적 정신이 투철한 사람으로 그려진다거나 하는 부분들이 원작에 덧붙여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MBC ‘달콤한 인생’을 끝으로 드라마 활동을 잠시 접고 연극에만 몰두하고 있는 정보석은 “당분간 드라마를 쉬려고 했는데, 극본을 읽는 순간 너무 재미있어서 안 할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극중 ‘장구재비’이자 타고난 역마살로 가족들을 힘들게 하는 경숙아버지 ‘조재수’로 출연한 그는 “그동안 진지하고 멋있는 인물만 연기해왔는데, 사실 나는 이렇게 가볍고 코믹한 인물이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말해 좌중을 놀라게 했다. 또한 “몸과 마음으로 한바탕 노는 느낌을 좋아한다”면서 “어린 시절 시골에서 봤던 여러 가지 풍경들을 떠올리며 연기했다”며 역할과 작품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아역배우로 요즘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심은경은 “경상도 사투리 때문에 역할이 탐이 났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으로 첫 사투리 연기에 도전한 그녀는 “내는 지밲에 모르는 아부지 필요없어예”라며 당차게 한량인 아버지에 맞서는 ‘경숙이’ 모습 그대로였다. 심은경은 “실제 성격도 억척스럽고 아빠와 티격태격하는 경숙이와 비슷하다”며 수줍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어느 때보다 부모노릇, 자식노릇이 쉽지 않았던 시절’, 모진 삶이었지만 그래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우리 민족의 이야기는 나라 안팎으로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현재의 우리들에게 많은 것들을 시사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경숙이, 경숙아버지’는 오는 1월 21일 KBS 2TV를 통해 방송될 예정이다.


JTN 현화영기자 / 사진 이동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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