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판 ‘섹스 앤더 시티’…꿈, 욕망 쫓는 30대 젊은이들의 성장통

**감독 정승구/제작 엘리비젼/146min/청소년관람불가/개봉 11월5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나쁜 남자들의 이야기.

‘펜트하우스 코끼리’는 30대란 나이에 걸맞는 사회적 지위와 책임감, 그리고 헛된 욕망과 사랑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 결국 파멸에 이르게 되는 세 남자 ‘현우’(장혁 분), ‘민석’(조동혁 분), ‘진혁’(이상우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29일 서울 중구 대한극장에서 언론에 첫 공개되자마자 선정성과 고(故) 장자연의 출연분량 때문에 논란을 빚고 있는 이 영화는 상류계층 남자들의 퇴폐적 성생활과 함께 불륜, 마약 등 어두운 뒷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목인 ‘펜트하우스 코끼리’는 이 남자들이 살고 있는 ‘펜트하우스’와 그들이 어린 시절 봤던 동물원의 ‘코끼리’를 합친 말로, 펜트하우스가 젊은이들이 지향하는 세속적인 목표들이라면 코끼리는 유년시절의 꿈을 상징한다.



하지만 그 주제만큼 영화가 무겁지는 않다. 세련된 CG로 완성된 코끼리 형상의 구름과 사진 모자이크 등 판타지신들이 간간히 등장해 작가주의적 시각이 가미됐는가 하면, 요즘 젊은이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위트어린 장면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기 때문.


△ 배우 황우슬혜.

특히 주인공인 현우가 스튜디오에서 대마초와 함께 몽환으로 빠져드는 장면들, 옛 애인에게 전화하고 싶은 욕구를 떨쳐버리기 위해 자신의 손가락을 작두로 잘라버린다던가 자살하고 싶지만 결코 죽을 수 없는 자신을 상상속에서 TV속 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되돌아보는 장면 등은 독특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펜트하우스 코끼리'는 마치 남성판 ‘섹스 앤더 시티’를 떠오르게도 한다. 극중 세 남자들은 영화 ‘섹스 앤더 시티’의 캐리, 미란다, 샬롯, 사만다의 캐릭터처럼 각자 서로 다른 직업과 성격, 성적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각자 다른 문제들로 인해 고민한다.


△ 배우 장혁.

포토그래퍼인 현우는 최근 믿었던 애인에게 버림 받고 그녀에 대한 집착으로 신경쇠약 증세까지 보인다. 어릴 적부터 친구인 민석과 진혁과의 우정을 소중히 여기는 그는 두 친구 사이에서 불안한 관계를 이어가는 동생 ‘수연’(이민정 분)을 지켜보며 괴로워한다. 그리고 그에게 나타난 새로운 사랑 ‘민정’(황우슬혜 분) 때문에 또 다른 사건에 직면하게 된다.


△ 배우 조동혁.

잘 나가는 성형외과 의사 민석은 아내 수연과의 잠자리에 만족 못하고 ‘섹스 중독’에 빠진 남자다. 아내를 사랑하는 게 분명 맞는 데도 채워지지 않는 욕망 때문에 끊임없이 여자들을 갈구하게 되고, 원인을 알 수 없는 협박에까지 시달리게 되면서 정신적 혼란감에 빠진다.


△ 배우 이상우.

외국계 금융전문가로 좀처럼 속내를 알 수 없는 성격의 진혁은 차갑고 냉철한 남자지만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지고지순한 스타일. 하지만 하필 그 상대가 민석의 아내 수연이다. 12년 전 첫사랑이기도 한 그녀와 불륜관계에 빠진 그는 사랑을 이룰 수만 있다면 우정과 돈 모두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각자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세 캐릭터의 사랑과 욕망, 쾌락으로 물든 인생, 그리고 파국에 치닫는 결말을 통해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 정승구 감독.

언론시사회에서 정승구 감독은 “인생의 방황기를 겪고 있는 30대 세 남자들을 통해 색깔 있는 드라마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제작의도를 밝혔다. 다양한 논란거리와 이슈를 낳고 있는 영화인 만큼 “진정성을 가지고 소신껏 만든 영화니 편견 없이 봐 주시길 바란다”는 당부도 빠트리지 않았다.


△ 배우 이민정.

그러나 그 진정성이 너무 과도했던 탓일까. 세련된 영상과 알찬 스토리를 뒤로 하고, 너무 많은 정보와 이미지가 스크린에 펼쳐져 ‘지나치게 많은 것을 보여준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그런 감독의 욕심은 러닝타임만 146분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오는 11월5일 개봉.

JTN평점 ●●◐○○

JTN 현화영 기자 / 사진 이충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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