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키친', "불륜도 달콤할 수 있을까?"

두 남자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모래(신민아)는 사실 정말 예뻤다. 순수하고 깨끗한 외모와 딱 떨어지는 말투, 그리고 사랑스러운 애교에 넘어가지 않는 남자는 없겠지. 영화 속 두 남자 김태우와 주지훈의 경우도 물론 그러했다. 영화를 보다 보면 마치 이 세상에는 ‘모래’란 여자 한 명 밖에는 존재하지 않는 듯 느껴졌으니까. 두 남자 사이에 놓인 모래.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해온 습관 같은 사랑 상인(김태우)과 처음 보는 순간 심장이 멎어버릴 듯한 설렘을 선사한 사랑 두레(주지훈) 앞에서 모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항상 자신의 곁에서 보살펴주고 지켜주던 상인과 결혼해 행복하게 삶을 살아가던 모래는 결혼 1주년이 되던 날 갤러리에서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두레와 마주하게 된다. 자신도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쓸려 그만 일(?)을 치르고 만 그녀는 그날 남편에게 모든 것을 솔직히 고백하고, 그 상황을 미처 수습하기 도 전에 두레와 운명의 장난과도 같은 두 번째 만남을 갖게 된다. 바로 그는 남편이 프랑스에서 데려온 요리 선생이었던 것. “그냥 애야, 애”라며 남편은 그를 집으로 데려왔고, 이렇게 모래와 상인, 그리고 두레의 우연적이면서도 이상한 동거는 시작된다.

사실 이 영화는 선택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홍지영 감독은 “왜 불륜 이야기는 어둡고 칙칙해야만 할까?”라는 발상에서 이 영화를 시작했다고 전한다. 통속적인 아침 드라마였다면 결코 이런 밝은 파스텔톤의 영상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는 세 사람의 소소한 일상을 아기자기하게 담으며 그 어떤 선택도 결론도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인물들의 감정선을 차분히 따라가며 “사랑에는 이런 종류의 것도 있다”고 자연스럽게 유도해나갈 뿐이다.

혹여 소소한 일상 표현에 잔잔하기까지 하다면 관객들이 보기에 지루하지는 않을까. 감독은 그래서 이야기에 ‘키친’과 ‘맛(음식)’이라는 장치를 사용한다. 영화 제목이기도 한 키친, 즉 부엌은 세 사람이 함께 있는 유일한 공간이자 세 사람의 감정이 미묘하게 교차하는 비밀스런 공간으로 등장한다. 비밀스런 감정들을 풀어내는 공간이지만 햇빛이 잘 드는 윈도우와 감각적인 인테리어로 밝게 풀어내는 것이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맛’은 사랑의 느낌을 표현하는 일종의 메타포이자, 세 사람의 관계를 엮어주는 매개체다. 예를 들어 모래가 “그 사람(두레)에게서는 다른 맛이 났어”라며 남편 상인에게 설명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맛이 존재하듯 사랑에도 많은 감정과 느낌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결혼이란 테두리 안에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는 게 일반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랑이란 감정은 그보다 더 복합적이고 미묘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테두리를 벗어난 사랑을 ‘불륜’, 혹은 ‘부적절한 관계’라 치부하며 사회적인 질타를 주저하지 않는다. 감독은 바로 이 지점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거다.

영화 ‘키친’은 일단 여성관객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언론시사회에서 신민아가 “제 또래 여성분들은 좋아하실 것 같은데, 남자분들이 어떻게 보셨을지 반응이 궁금하네요”라고 말한 것은 영화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조금의 걱정 어린 시선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이 영화는 일단 ‘예쁜 영화’다. 거기에 ‘앤티크’에 이어 자신의 색깔을 다지고 있는 주지훈과 안정적인 연기의 김태우까지 가세했으니 향후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에 더욱 귀추가 주목된다 하겠다.


JTN 현화영기자 / 사진 이동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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