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블록버스터 '2012', 이슬람 신전 파괴장면은 배제...아랍세계의 반감 우려

아무리 픽션 창작물이라고 해도 종교적으로 예민한 부분은 함부로 다룰 수 없는 것이 동서고금의 현실.

재난 블록버스터의 거장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작품이자 오는 13일 한국에서도 개봉될 영화 ‘2012’에는 이런 고민의 흔적이 숨어있다고 미국 뉴스전문 방송 ‘우드TV’가 6일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영화 ‘2012’는 지구상에 현존하는 유명한 정치.문화.종교적 건물이나 상징물들이 재난 앞에 맥없이 파괴되는 장면들이 압권을 이룬다.

그러나 오는 2012년 12월21일 지구와 인류가 파국을 맞게 된다는 내용의 이 영화는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 있는 ‘카바’ 신전만큼은 파괴 장면 리스트에 올려놓지 못했다.

에머리히 감독은 이에 대해 당초 카바 신전의 파괴 모습도 영화 속에 삽입하려 했으나 “카바 신전을 다뤄서 ‘파트와’의 대상이 될 필요는 없다”는 동료 작가의 충고에 따라 배제했다고 실토했다.

‘파트와’는 중대한 사안에 대한 일종의 이슬람식 칙령으로 이슬람 교도라면 누구나 종교적인 의무로 여긴다.

이  이슬람 용어가 최초로 유명해진 것은 지난 1989년. 당시 이란의 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는 이슬람 경전 코란을 악마의 계시로 빗댄 소설 ‘악마의 시(The Satanic Verses)’ 저자 살만 루시디를 처형하라는 ‘파트와’를 내린 바 있다.

또 ‘9.11테러’ 발생 3년전인 1998년에는 국제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이 이슬람교도들에게 미국인을 처단하라는 ‘파트와’를 발령해 이 용어가 서방세계에 잘 알려진 계기가 됐다.

이와 관련, 에머리히 감독은 “이슬람과 서방과의 관계 등 이런저런 사정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아랍세계의 상징물을 다뤄서 ‘파트와’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에머리히 감독은 ‘인디펜던스데이(Independence Day, 1996), ‘고질라(Godzilla, 1998)’,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 2004)’ 등 재난 블록버스터를 제작하면서 세계적 명물들이 파괴되는 모습을 화면에 즐겨 담아왔다.


JTN 박피터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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